요즘 TV를 켜면 사람처럼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반려동물들을 자주 접한다. 친절하게도 말 주머니를 달아 그들의 생각을 알려 주는 까닭이다. 어느덧 그들은 우리 삶 가까이에 와 있다. 그런데 그들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는 여전히 미성숙하다. 고양이를 키우면서 생명 사랑의 깊이와 넓이가 커졌다는 김경태, 김은희 부부. 애완이 아니라 반려라서 가족이 된 고양이 ‘마틴’과 ‘코코’ 이야기를 들어 봤다.
Q. 위험에 빠진 고양이를 구출해서 키우고 있다고 들었어요.
은희 : 고양이를 키우는 엄마들끼리 정보를 주고받는 모임이 있는데 우리를 일컬어 ‘캣맘’이라 부르죠. 우리 캣맘 중에 아파트를 돌아다니며 길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분이 계신데, 그분이 어느 날 아파트에서 아기 고양이 울음 소리를 들었다고 알려 왔어요. 가 보았더니 아기 고양이가 아파트 기둥과 대리석벽 틈 사이에 끼여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더라구요. 벌써 3일째 그러고 있었죠. 119에서 몇 차례 구조를 시도하기는 했는데 번번이 헛수고만 하고 돌아갔다고 했어요. 그런데 그 이유가 고양이를 끄집어 내려면 대리석벽을 깨야 하는데 입주민들이 허락하지 않아서라는 거예요.
캣맘들이 모여서 대책도 강구하고 아파트 주민 대표도 만나 봤지만, 아파트 공공시설을 파괴할 수 없다는 반대파를 설득하지는 못했어요. 뾰족한 수가 없으니 발만 동동 굴렀어요.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란 겨우 틈새로 간식을 제공하는 것뿐이었죠. 하지만 그대로 두었다간 며칠 견디지 못하고 죽을 게 분명했어요.
캣맘들과 도움을 주시는 주민들과 함께 서명을 받아서 이후 발생하는 모든 비용을 캣맘들과 구출에 동의한 분들이 책임지기로 하고 119에 신고했어요. 그렇게 해서 소방관들이 장비차까지 동원해 출동해서 대리석벽을 깨고 겨우 아기 고양이를 구할 수 있었어요.
경태 : 대리석벽을 깨는 데 반대했던 분들의 심정도 십분 이해해요. 아무래도 외관에 손상이 가니까 싫겠죠. 하지만 생명을 구하는 일에 귀천이 어디 있을까요? 말 못하고 힘없는 그리고 수없이 많은 길고양이들 중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어떤 생명이든 이 세상에 유일무이한 존재잖아요. 소중한 거잖아요.
Q. 그 고양이가 ‘코코’인가요?
경태 : 네. 맞아요. 그렇게 어렵사리 구출해서 병원에 데려가 기초 검사를 했더니 다행히 크게 다친 데는 없더라구요. 하지만 고양이가 무사하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뒤이어 이 아이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지게 됐어요. 이대로 길에 버려 두면 가족도 없이 아기 고양이 혼자 야생을 살아가야 하잖아요. 걱정되어 도무지 발을 돌릴 수가 없어서 우리가 키우기로 했어요. 마침 우리 집엔 ‘마틴’이란 고양이 녀석이 있으니 같이 어울려 지내면 좋겠다 싶었구요.
‘코코’를 처음 집에 데려왔을 때 어찌나 겁을 집어먹고 우리를 피해 다니는지 애를 먹었어요. 시간이 지나니까 적응해서 이젠 밥도 잘 먹고 우리 품으로 파고들고 장난도 치고 그래요.
은희 : 마틴보다 코코가 키우기는 더 수월해요. 마틴은 달라는 것도 많고 귀찮게 구는데 코코는 혼자서도 잘 놀거든요. 게다가 코코는 마틴보다 비싸요. 구출하는 데 엄청난 비용이 들었으니까요.(웃음) 다행히 마틴과 코코가 잘 어울려서 감사해요.
--- 이후 내용은 2017년 11월호 잡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