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18
Cover Story
해피투게더
사진) 김재은
피아니스트 김예지는 덕영트리오와 세계 최초의 시각장애인 오케스트라인 하트체임버의 단원으로 국내외 연주회를 다닌다. 지난 2013년부터는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합동으로 연주하는 유니온앙상블의 음악감독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것만도 소화하기 벅찬 일정일 것 같다. 하지만 그녀는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시각장애인 주축의 현직 전문 음악인으로 구성된 ‘Freedom Land’라는 밴드를 조직해 매년 20회 이상 공연을 기획하고 참여하고 있다. 음악적으로도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데, 클래식 실내악 연주회에서부터 재즈와 클래식의 만남이라는 새로운 연주 형태까지, 그녀는 도대체 성공적인 레퍼토리에 안주하는 법이 없다.
음악적 욕심이 대단해 보이는데 사실 이 모든 행보는 이웃 사랑에 방점이 찍힌다.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호흡을 맞추고 있는 덕영트리오는 정기공연 수익금 전액을 소외된 청소년, 국가유공자손 및 새터민, 미혼모 보호기관 및 다문화가정 자녀의 교육을 위한 사업에 기부한다. 그밖에도 국제기아대책기구의 기금 마련을 위한 순회공연을 하는가 하면 자선단체 뷰티플마인드와 함께 자선공연을 갖는다. 음악감독으로 참여하는 유니온앙상블은 다문화가족과 장애인, 비장애인이 함께 아름다운 하모니를 만드는 아름다운 공동체를 구현한다.
그녀가 음악을 재료로 관심과 애정을 쏟는 이웃, 과연 그 이웃은 누구일까?
Q. 시각장애인 피아니스트입니다. 세상의 불편한 시선은 없었는지요?
어릴 때부터 망막색소변성증이었는데 지금처럼 아예 안 보인 건 초등학교 4~5학년 즈음이었어요. 그 전까진 앞에 사물이 있다는 것, 어떤 색깔이다 정도는 파악할 수 있었죠. 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사물이 흐릿했기 때문에 앞이 아예 안 보인다고 해서 특별히 불편하다고 느끼지 못했어요. 특수학교를 다닌 영향도 있는 것 같아요.
하지만 대학에 입학한 뒤 제가 시각장애인이라는 사실이 실감되기 시작했어요. 학교도 교수님도 학생들도 장애인에 대한 배려도 인식도 없었거든요. 광활한 광야에 혼자 버려진 듯 갑자기 막막해졌죠. 그때 저는 ‘편견’이라는 단어가 세상에 존재하는 한 사라지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좀 더 나은 세상이 되려면 무엇이 편견이고 무엇을 개선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목소리를 내는 것이 내 몫일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장애인은 비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고, 비장애인은 장애인 입장에서 생각하고 배려하는 태도, 이 태도가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렸으면 좋겠어요.
Q. 음악을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특별한 계기라고 할 만한 것이 없어요. 어린 시절부터 시력이 없다 보니 활동적인 놀이를 하는 데는 한계가 따라서 라디오나 테이프, CD를 틀어 놓고 동요부터 클래식 음악까지 뭐든지 즐겨 들었죠. 그러다 집에 있던 작은 전자피아노에 앉아 기억나는 멜로디를 치기 시작했고 거기에 반주를 곁들이게 되었어요. 서너 살 때부터 자연스럽게 피아노를 가지고 놀다가 초등학교 입학하면서 정식으로 선생님한테 배우기 시작했어요.
시각장애인 특수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의 상당수는 특수교육이나 사회복지 또는 안마, 침술 같은 직업을 갖게 돼요. 하지만 전 음악을 하고 싶었죠. 선생님은 음악은 비장애인에게도 좁은 문이라며 만류했지만, 저는 선생님의 조언보다 책에서 읽은 ‘현실에 안주하지 말라’ ‘꿈을 크게 가져라’ 같은 말을 굳게 믿었어요. 보이지 않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불편은 감수할 일이지 그 때문에 포기할 일은 아니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렇게 재수까지 해서 숙명여자대학교 피아노과에 수석으로 입학했어요. 당시는 장애인을 위한 특별전형이 없었기 때문에 제가 일반전형으로 수석 입학한 것이 뉴스가 되기도 했죠.
--- 이후 내용은 2018년 03월호 잡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