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h, 2018

                         

연결의 대화


듣기 불편한 말을 연결의 기회로


결혼 후 첫 번째 겨울을 보내고 있을 때였다.


조그만 방 하나에 거실이 딸린 아담한 집이었다.

하지만 추운 날씨가 계속되자 오래된 주택의 보일러는 여러 번 멈추었고 수도관 역시 자주 얼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머니한테서 전화가 왔다.


“하승아, 잘 지내니? 집은 따뜻해?”
“응, 보일러 때문에 문제가 있긴 했는데, 지금은 괜찮아.”
“그러게, 엄마가 좀 더 많이 가지고 있었으면 좋았을 텐데, 적게 줘서 미안하다.”
“아니야, 괜찮아.”
“엄마가 항상 부족하게 해 줘서….”
“아니라고! 괜찮다고 엄마!”


어머니가 ‘부족하게 해 줬다’는 의미의 말을 두 번이나 반복했을 때 나도 모르게 언성이 높아졌다. 

그 말이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우리를 불편하게 만드는 말들 중 많은 것들은 결코 보편적이지 않으며, 그 말을 불편하게 느끼는 그 사람에게만 특별하다.


어머니의 “부족하게 해 줘서…”라는 말이 나를 불편하게 했지만, 어떤 이에게는 이 말이 전혀 불편하게 들리지 않을 수 있다.
내가 아는 어떤 아이는 “착하네”라는 말을 불편해 했고, 어떤 대학생 청년은 “파이팅”을 싫어했다.


 ‘착하네’ ‘파이팅’이 무례하거나 거친 말이라서 싫었을까? 그렇지 않다. 이렇듯 들어서 불편해지는 말의 원인은 상대에게 있지 않다. 그 말을 듣는 나 자신에게 원인이 있는 것이다.


어머니의 “부족하게 해 줘서…”라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내가 형편없이 사는 것 같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화가 났다.


‘파이팅’이란 말을 들으면 기분이 나빠진다는 대학생 청년은 ‘내가 뭘 더 열심히 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우리 내면에서 즉각적으로 떠오르는 생각들은 이렇듯 진실이 아닐 때가 많다. 생각이 주는 거짓말에 속으면 상대의 진심을 이렇게 왜곡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을 입 밖으로 뱉기 전에 먼저 의심해 보아야 한다. 그리고 상대의 진짜 마음이 무엇인지 발견해야 한다.


‘엄마는,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고 싶으셨구나. 자녀인 나한테 더 많은 도움을 주고 싶으셨구나.’
이런 생각이 거짓말하지 않은 생각이다. 우리를 속이지 않는 생각은 내내 우리를 불편하게 만든 말들을 오히려 서로를 연결시키는 말로 변화시킨다.


“우리 엄마는 아들을 더 많이 도와주고 싶었나 보다 그치?”



박하승 리플러스 인간연구소 선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