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uideposts 2018 / 09
박하승의 마음 읽기
“시간만 내면 됩니다”
오랫동안 치매를 앓던 장인어른께서 허벅지 위쪽의 고관절이 부러져 급히 병원으로 갔다. 수술 진행을 위해 여러 진료를 받고 입원 절차를 밟던 중 아버님한테 갑자기 호흡곤란과 고열이 와서 중환자실로 가게 되었다. 의사가 금방이라도 돌아가실 것처럼 말하자 가족들의 속은 타들어 갔다. 혼자 사투를 벌이고 있는 아버님을 위해 가족이 해 줄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중환자실 앞에서 기다리고 또 기다리면서 가족들은 저마다 반추의 시간을 갖게 되었다. 함께하지 못한 나날들이 안타깝고 미처 전달하지 못한 말들이 생각나 죄송스러웠다. 일부러 공격적인 말을 했던 것도, 내 요구를 들어줄 것을 강요한 것도 모두 후회스러웠다. 그러면서 여러 가지 감정이 동시에 밀려왔는데 슬픔, 두려움, 비참함, 걱정됨, 답답함 등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 감정들은 저마다 더 짙어지고 깊어졌다.
나는 이 감정을 ‘고통’이라는 하나의 단어로 수렴했다.
--- 이후 내용은 2018년 09월호 잡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