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경건과 학문으로 균형을 이루다
Guideposts 2019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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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건과 학문으로 균형을 이루다
Guideposts 2019 | 10
임성빈 장로회신학대학교 총장은 신학교의 기본 교육이란 경건과 학문,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리고 목회자는 이 토대 위에서 교회를 섬기고 시민사회와 지역사회를 섬기는 하나님 나라의 일꾼이 되어야 한다고 믿는다. 신학교의 역할은 그런 일꾼을 훈련하는 것이다. 최근 장신대는 글로컬현장교육원과 세계선교연구원, 그리고 남북한평화신학연구소
를 두고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발맞춘 목회자를 길러내는 데 힘을 쏟고 있다. 이제 목회자는 교회 중심에서 벗어나 사회 곳곳에서 할 일을 찾아야 한다고 믿기때문이다. 교회는 교회답게, 신학교는 신학교답게, 목회자는 목회자답게, 세상을 바르게 세우기를 소망하는 임성빈 총장을 만나 봤다.
장로회신학대학교의 모태가 1901년 평양에 세워진 대한예수교장로회 평양신학교로 알고 있습니다. 장로회신학대학교에 대해서 말씀해 주세요.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01년 새무얼 모펫(Samuel Austin Moffett) 선교사에 의해 세워진 학교로 올해 개교 118주년을 맞이했습니다. 1919년 기미년 독립운동 당시 장로회신학대학교 동문 6명이 민족대표 33인으로(길선주, 양전백, 유여대, 김병조, 이승훈), 민족대표 48인(함태영)으로 서명하였을 뿐만 아니라 신학교 학생들도 다수 이 운동의 선두에 섬으로써 민족을 지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신앙의 선배들의 정신을 이어받아 한국교회와 한국 사회에 희망의 등불이 되고자 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는 1960년에 미국 연합장로회 선교부의 후원으로 이곳 광장동에 터를 잡고 60년 가까이 지역사회를 섬겨 오고 있습니다.
‘BE-YOND PUTS! 교회를 세우고, 사회를 섬기며, 세계 교회와 협력하여 통일을 준비하는 장로회신학대학교’라는 비전 아래 예수 그리스도의 복음 전파와 하나님 나라의 구현을 위해 사명을 다하려 힘쓰고 있습니다.
하나님의 부르심은 언제 어떻게 받게 되었는지요?
저는 이른바 모태신앙인입니다. 할아버지가 정릉교회 설립 원로장로셨고 아버지도 같은 교회 원로장로이십니다. 고 방효원 선교사님이 외증조부이시며 고 방지일 목사님이 작은외할버지이십니다. 비교적 순탄한 신앙적 환경에서 자랐습니다. 주님과 인격적으로 만난 것은 중학교 2학년 때 가진 수련회에서였습니다. 하지만 목회자가 되겠다는 생각은 전혀 없었습니다. 어머니가 서원하셨다는 얘기를 듣고 장래희망을 목사라고 적긴 했지만 그것이 실제 희망사항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다 청년 시절 어느 여름수련회 때 주님이 살아 계셔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과 내가 어떻게 살기 원하시는지를 깨닫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신학교를 입학한 뒤 훈련을 받으면서 주님이 저를 목사로 부르시고 사명을 주셨음을 더 분명하게 각인하게 되었습니다.
당시로선 생소한 분야인 기독교와 문화를 전공하셨고 이 분야에서 활동하고 계십니다. 이 분야에 관심을 가진 특별한 이유라도 있으신가요?
처음에는 조직신학이 재미있었습니다. 모든 물음에 대한 답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것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그런데 구약신학을 공부하면서 말씀이 꿀 송이보다 달다는 것을 체험했습니다. 원어성경을 우리나라 말로 번역하는 사역은 정말 매력적이었습니다. 그런데 군목으로 전방에서 근무한 지 1년쯤 지났을 때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제가 성경을 주석하고 설교하면 그 말씀
으로 관절과 골수를 쪼갤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애석하게도 병사들이 잤습니다. 그때 성경 말씀도 중요하지만 말씀을 받는 대상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성경을 읽으면서 찾은 은혜를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람의 삶과 환경에 맞는 방법으로 전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은 것입니다. 한편, 그즈음 믿은 만큼 살아 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이 때문에 정말 심각하게 고민했습니다. 그때 기독교윤리학이라는 것을 알게 됐고,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이후 신앙인으로서, 신학을 하는 사람으로서, 하나님을 믿는 사람들이 서로 다르기 때문에 갈등하고 다투는 모습을 보면서 많은 의구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복음은 불변하는 것이지만 이 복음을 받아들이는 토양이자 맥락, 즉 문화의 다양성이 우리의 신앙생활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본격적으로 문화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세대 간의 갈등과 소통의 부재를 해결하기 위해서도, 복음을 전하기 위해서도 문화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저의 문화 연구는 한마디로 불변하는 복음을 변화하는 사회 안에서 소통시키려는 고민에서 비롯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총장님이 되신 후 지표로 삼는 성경 구절이 따로 있는지요?
총장이 되는 과정에서 제게 도전이 되는 성경 구절이 있었습니다. 바로 갈라디아서 6장 7-10절 말씀입니다. “스스로 속이지 말라 하나님은 업신여김을 받지 아니하시나니 사람이 무엇으로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자기의 육체를 위하여 심는 자는 육체로부터 썩어질 것을 거두고 성령을 위하여 심는 자는 성령으로부터 영생을 거두리라 우리가 선을 행하되 낙심하지 말지니 포기하지 아니하면 때가 이르매 거두리라 그러므로 우리는 기회 있는 대로 모든 이에게 착한 일을 하되 더욱 믿음의 가정들에게 할지니라.” 이 말씀이 저를 돌아보는 시간을 갖도록 했습니다. 내가 하나님을 업신 여기고 있나, 하나님 앞에서 저의 자세와 태도를 점검하는 시간이었고, 지금도 이 말씀은 제게 굉장히 중요한 말씀입니다.
마태복음 6장 33-34절 말씀은 제가 총장이 된 후 큰 위로를 받은 말씀입니다.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 그러므로 내일 일을 위하여 염려하지 말라 내일 일은 내일이 염려할 것이요 한 날의 괴로움은 그 날로 족하니라.” 총장으로서 해야 할 일이 많다 보니 어려움에 직면할 때도 많았는데, 어느 날 기도 중에 말씀을 보다가 ‘내일 일을 염려하지 말라’는 말씀에 큰 위로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다시 보는데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는 말씀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하나님의 나라와 의에 합당한 것을 분별하고 그것에 집중하면, 다른 근심과 염려에서 해방된다는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되었지요.
베드로전서 3장 14-17절 말씀은 하나님의 뜻을 명료하게 전하는 신학교가 되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을 일깨운 말씀입니다. “그러나 의를 위하여 고난을 받으면 복 있는 자니 그들이 두려워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며 근심하지 말고 너희 마음에 그리스도를 주로 삼아 거룩하게 하고 너희 속에 있는 소망에 관한 이유를 묻는 자에게는 대답할 것을 항상 준비하되 온유와 두려움으로 하고 선한 양심을 가지라 이는 그리스도 안에 있는 너희의 선행을 욕하는 자들로 그 비방하는 일에 부끄러움을 당하게 하려 함이라.” 이 말씀은 제가 학교를 섬기는 삶의 자세와 신학함의 목적을 분명히 하는 지표가 되었습니다.
2016년 10월 1일 21대 총장으로 취임한 뒤 지금까지 어떤 일들을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총체적인 위기 상황에 있습니다. 이 위기는 누구의 탓이 아니라 시대 전환기적인 위기라고 볼 수 있습니다. ‘포스트’ 세대인 만큼 오늘날 어느 분야에서든 기존의 전제와 원칙이 의심받고 도전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아무 문제 없이 통하던 것들이 흔들리고 있기에 불안하고 어려운 시대입니다. 불안하니까 갈등이 심해지고, 가치관과 세계관에 혼란이 일어나는 것입니다. 이런 때 교회가 불변의 가치인 하나님의 말씀과 하나님 나라를 제대로 가르치고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신학교는 교회에 불변의 가치를 제대로 공급해야 합니다. 교회가 교회답게, 신학교가 신학교답게 세워져야 하는 것이지요. 그런 의미에서 다음의 다섯 가지 사역은 신학교답기 위한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먼저, 캠퍼스타운입니다. 지역사회를 살리기 위해 장기적으로는 서울시에서 진행 중인 ‘캠퍼스타운 조성 사업’을 유치하고자 합니다. 단기적으로는 이를 위해 지역 상점과 협약을 맺고 학교에 행사가 있을 때 쿠폰을 발행해 지역 상권을 이용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또한 지역 주민들을 위한 주차 공간 마련, 운동시설·공간 대여, 전기차 충전소 설치 등 학교의 공간을 지역사회와 공유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둘째는 그린캠퍼스 협력대학입니다. 우리 대학은 하나님의 아름다운 창조세계를 보존하고 후대에 온전한 생태환경을 물려줘야 하는 복음적이고 시대적인 요구에 응답하고자 에너지 절약을 주도하고 실천해 왔습니다. 그러던 중 환경부와 한국환경공단이 주관하는 ‘2019 그린캠퍼스조성대학’에 선정되었습니다. 3년간 약 3억 6천만 원의 재정이 지원되는 사업으로 이를 통해 우리 대학의 에너지 효율화와 친환경 교육과정 개발 등을 기대할 수 있습니다.
셋째는 생활공간 리모델링입니다. 학생들의 생활과 주거 환경의 개선을 위해 생활관 리모델링을 단계적으로 실시하고 있습니다. 2017년 김순호기념 여학생관 리모델링을 시작으로, 2018년 남생활관 소망관, 2019년 남생활관 명성관을 리모델링했습니다. 그동안 냉난방 시설조차 갖춰지지 않은 6평 남짓한 좁은 공간에서 학생들이 추운 겨울과 무더운 여름을 보내야 했는데 학생들의 오랜 바람이 올해 마침내 성취된 것입니다.
넷째는 교육환경 개선 및 해외현장실습 교육 강화입니다. ‘여교역자 사역잇기’라는 프로그램은 여교역자들이 출산으로 인해 교회에서 사역을 그만두는 현실에 대한 대책으로 시작했습니다. 출산을 앞둔 여교역자가 학교에 프로그램 참여 신청을 하면 학교는 대체할 수 있는 신학생을 교회로 보내 주고 여교역자에겐 장학금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이는 학생들의 의견을 수용한 것으로 글로컬현장교육원에서 도맡아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한편, 학생들이 재학 중에 한번은 해외 선교지나 목회 현장을 실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현재 해외현장교육 실습 프로그램이 2회째 진행되고 있으며, 대학 외국어심화과정(독일어)도 올해 첫 연수를 다녀왔습니다. 이 프로그램에는 많은 재원이 필요하지만 뜻을 같이하는 많은 분들이 도움을 주셔서 해외현장교육실습(2주), 외국어심화과정(2주), 답사프로그램(2주), 인턴십(2개월), 교환학생(1년), 견습선교실습(1년 장기) 등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습니다.
마지막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교육과 행정 시스템 도입과 인프라 구축입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대에 행정적인 효율화를 위해 전자결제 시스템을 자체적으로 개발하여 2017년 9월부터 시행하였고, 현재는 안정화 단계에 있습니다. 또한 학교 홈페이지를 인포그래픽 기반 홈페이지로 개편하고, 세계 각지에 흩어져 있는 국내외 동문들의 사역지도를 완성하여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는 소통의 플랫폼으로 활용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신학 중심의 공개강의 플랫폼은 학문의 확산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합니다.
우리 대학은 학과별 특성에 맞는 건물이 교회음악학과 하나밖에 없습니다. 대학(기독교교육과, 신학과)과 신대원, 대학원 전 과정이 같은 건물에서 교육하고 스터디하는 열악한 환경에 있는 것이지요. 따라서 공간의 재배치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그 해결이 녹록지 않지만, 우선은 층별로 학과와 과정을 나누고 정체성이 분명한 공간을 제공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또한 디지털 커먼스 공간을 확보해 4차산업혁명 시대에 걸맞은 교육 콘텐츠를 개발하고 역량을 키우도록 할 것입니다.
이 모든 것이 기본적인 교육을 제대로 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신학교의 기본 교육이란 경건과 학문, 이 두 축이 균형을 이루어 가는 교육입니다. 이를 위한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학교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총장 임기가 1년 남았습니다. 이 기간 동안 꼭 하고 싶은 일이 있다면 무엇입니까?
신학교육의 커리큘럼과 교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신학교다운 신학교를 세워 가는 것입니다. 커리큘럼은 경건과 학문의 균형을 이루고 이 시대가 원하는 목회자를 길러 내기 위한 교육 프로그램으로 다시 구성해야 합니다. 대학과정은 완성했고 신학대학원 과정은 아직 개선 중에 있습니다. 한편, 장학제도의 획기적인 개선을 통해 학생들이 교육 소비자로 머물러 있지 않도록 동기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총장 임기를 마친 뒤에는 어떤 계획을 세우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자유함 속에서 그간의 경험과 지식을 하나님 나라를 위해 활용할 수 있기를 원합니다. 물론 아내와 손주와 개인적 시간을 더욱 갖고 싶습니다. 학교의 총장직을 수행하면서 의도하지 않게 부담을 드렸던 여러 지인들에게 저의 전공 분야를 통해 도움을 드리고 싶고 그들과 자유롭게(!) 만나기를 바랍니다.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해 주십시오.
이 시대는 불변하는 가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면서도 문화적 다양성을 가진 이들과 소통할 수 있는 교양을 갖춘 사람들을 필요로 합니다. 바라기는 저를 포함한 가이드포스트 독자들이 영원히 변치 않는 생명의 가치를 마음에 굳게 품고, 예수님이 그러하셨듯이 세상과 눈높이를 맞추며 그 가치를 삶으로 나눌 수 있기를 원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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