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인도하심 따라


Guideposts 2020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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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0 | 03

인도하심 따라 


회심한 많은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고백하는 말이 있다. 그때는 ‘우연히’라고 생각했지만 돌아보면 하나님의 간섭이었고 인도하심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는 것이다. 국제백신연구소(IVI)의 윤연경 연구원도 예외가 아니다. 그녀는 잦은 근심과 두려움에 휩싸여 노심초사할 때마다 하나님께서 평안함을 주시고 마침내 자유함을 맛보게 하셨다고 말한다. 그리하여 “여호와는 나의 목자시니 내가 부족함이 없으리로다”한 다윗의 노래가 그녀의 노래가 되었단다. 윤연경 연구원이 만난 하나님을 만나 보았다.



현재 국제백신연구소(이하 IVI) 연구원으로 일하고 계십니다. IVI는 어떤 곳인가요?


IVI는 한국에 본부를 둔 최초의 국제기구로, 개발도상국 어린이들을 위해 효과적인 백신 개발에 전념하는 세계 유일의 국제연구기관입니다. 현재 35개국과 세계보건기구가 IVI의 설립협정서에 서명을 하고 IVI의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오늘날에도 개발도상국가의 많은 어린이들이 장내감염(콜레라, 장티푸스, 이질), 메르스, 일본뇌염, 뎅기열 등의 감염성 질환으로 죽거나 장애를 겪고 있는데 이를 줄이는 것이 IVI의 활동 목적입니다. 매년 250만 명의 어린이가 백신을 접종받지 못해 목숨을 잃고 있습니다. 최근의 백신들은 이러한 죽음을 막을 수 있는 놀라운 효력을 갖고 있습니다. IVI의 사명은 더욱 새롭고 진보된 백신을 개발하고, 이를 개발도상국의 공중보건 프로그램에 하루 속히 도입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 IVI는 서울대학교 연구공원에 위치한 본부에서 새로운 백신과 백신기술을 개발하고 있으며, 전 세계 30여 개 국가에 새로운 백신을 보급하고 기술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저는 현재 연구개발(Science) 부서의 백신공정개발(Vaccine Process Development) 팀에서 비장티푸스성 살모넬라, 콜레라, 결핵균 후보 백신을 분리 정제하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분리 정제하는 방법을 개발하면 생산 공장에 기술 이전을 합니다. 백신 완제품(DP)과 원료의약품(DS)으로 생산하기 위함이지요. 이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닙니다. 특히 개발도상국 대상이라 경제적인 부분을 고려하고 연구실과 생산 공장 간의 여러 차이점도 생각해야 합니다. 쉽지 않지만 매우 매력적인 일이지요. 무엇보다 계속 배우면서 연구를 할 수 있어서 좋아요. 


어린 시절을 어떻게 보냈나요?


지금까지는 큰 굴곡 없이 평탄하게 살아왔어요. 아버지는 사업을 하셨고, 어머니는 가정주부였어요. 평범한 가정에서 제가 큰딸이고, 여동생과 남동생이 있습니다. 부모님이 조금 엄하시긴 했지만 저를 바른 길로 인도하기 위한 가르침이었다는 걸 이제는 알아요. 부모님이 여러 경험을 하게 해주셨는데, 다만 학업 때문에 피아노하고 다른 취미 활동을 더 할 수 없었던 게 아쉬워요. 다른 친구들처럼 사춘기를 보내고 공부도 정말 지겹게 했습니다. 청소년 시기는 그리 밝은 기억이 많지 않아요. 그러다 잘하지 못하는 영어를 공부하고 싶어 호주로 떠났습니다. 그곳에서 하나님을 전혀 모르던 제가 하나님을 찾게 되었고 호주 현지인 교회와 개척교회를 다니게 됐습니다.



호주에서 하나님을 찾게 되었다고 했는데, 그때 처음 교회에 나간 건가요?


제가 처음 교회에 나간 게 호주에서 공부하던 2001년 부활절이었습니다. 그 전까지는 교회에 다녀 본 적이 없습니다. TV를 통해 부활절이나 크리스마스 행사를 접하긴 했지만 피, 죽음 등 낯선 이 용어들이 무섭고 거부감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대학원 졸업을 앞둔 부활절에 갑자기 교회에 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 개인적으로 많이 외로웠어요. 오랜 시간 부모님과 떨어져 있었고, 졸업과 함께 진로도 고민됐거든요. 여러 나라 학생들이 다니는 멜버른에 있는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는데 제 마음이 활짝 열리면서 마음에 평안이 찾아왔습니다. 그러다 멜버른목자한인교회를 다녔고 지금은 서울 관악구에 있는 강남중앙교회(예장합동, 배명원 목사)를 다니고 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제가 처음 교회에 나갔을 때 제 주변의 친구들이 저를 위해서 기도하고 있었다더군요. 학생들이 사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한국 학생이 거의 없었습니다. 그렇다 보니 한국 사람들을 보면 곧바로 친구가 됐는데,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리고 같은 과에 동양 친구들 중에서도 교회에 다니는 친구들이 많았어요. 그들이 저를 위해서 기도해 준 거예요.

 

신앙생활을 하면서 언제 하나님께서 나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느끼나요?


글쎄요. 특별히 어떤 시기라기보다는 저 같은 경우 순간순간 하나님께서 저와 함께하신다는 것을 느꼈어요. 제가 고민이 있을 때마다 하나님께서 제가 가야 할 길을 열어 주시고 인도해 주셨어요. 몇 가지 제 삶의 중요한 시점들이 있는데, 그 순간마다 제가 뭘 해야겠다고 생각한 게 하나도 없어요. 정말 모든 게 ‘우연히’일어났어요. 

제가 2001년에 교회에 처음 나갔다고 했잖아요. 만약 그때 주변 친구들이 교회 가자고 강요했다면, 아마도 교회 나가는 게 오래 걸렸을 거예요. 친구들이 다만 묵묵히 기도만 해줬기에 제 마음에 ‘갑자기’ 교회에 가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고, 하나님께 나아갈 수 있었어요.

멜버른에 개척하기 위해 오신 목사님을 ‘우연히’ 지인을 통해 알게 됐는데, 제게 함께 성경공부를 하자고 제안하셨어요. 성경을 배우고 싶어서 동참하다 보니 교회의 개척 멤버가 되었지요. 교회에 잘 적응하면서 외롭고 힘들던 유학생활이 밝고 힘이 넘치게 되었죠.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대한 고민이 정말 많았는데, 그때도 ‘우연히’ 만난 교수님을 통해 진로를 정할 수 있었어요. 현지에서 호주인과 경쟁해서 취업하는 게 쉽지 않았어요. 여러 기업에 원서를 냈는데, 면접 보러 오라는 연락은 받았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셨어요.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야 하나 고민하는데, 그날 가장 무섭다고 생각한 교수님을 만났고 그분과 대화를 나누다 교수님의 연구실에서 사람을 뽑는다는 정보를 듣게 되었어요. 오래전에 그 연구실에 지원한 적이 있는데, 아직 충원이 안 됐던 모양이더라구요. 교수님이 자신은 제 이력서를 본 적이 없다면서 당장 이력서를 보내고 면접을 보자고 하셨습니다. 그렇게 일주일 만에 실험실에 취직이 됐습니다. 그때 저는 초신자였는데, 정말 큰 경험이었어요. 사실 제 영어 실력이 그리 좋지 않아서, 한국 친구들이 더 놀랐습니다.(웃음) 그곳에서 동료와 친구들한테서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고 특히 영어 실력이 많이 늘었습니다.

이렇게 ‘우연히’라고 이야기했지만, 제 삶을 돌아보면 하나님께서 매 순간 저의 길을 인도하셨다고 생각해요.


윤 연구원에게 하나님은 어떤 분이신가요?


하나님은 저를 항상 지켜 주시고 돌봐 주시는 저희 부모님과 같은 분입니다. 결혼 전에는 몰랐는데, 결혼하고 아이를 키우다 보니 저를 향한 부모님의 돌보심과 채워 주심이 어떠했는지 알 것 같아요. 하나님은 저의 마음을 이해해 주시고 필요를 채워 주시고, 위로해 주시는 분이에요. 한때 무섭다 생각했지만, 하나님은 오래 참으시며 저를 기다려 주시는 인자한 분이에요. 제가 좀 고민이 많은 편입니다. 뭔가 결정도 잘 못하고, 노심초사해요. 그런데 하나님께 기도할 때마다 먼저 제 마음에 평안을 주십니다. 그리고 기도의 응답을 해주세요.

제가 좋아하는 말씀이 시편 23편인데, 부족함을 느끼고 자신감이 떨어질 때 이 말씀을 기억하며 하나님을 바라보게 됩니다. 한때 인생의 긴 터널을 지나게 되었을 때, 하나님께서 항상 나의 길을 인도하고 계시다는 이 말씀을 읽고 마음의 평안함을 얻고 자유함을 얻었습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직장생활을 하면서부터는 로마서 12장 2-3절 말씀이 제 마음에 많이 머뭅니다. 이 세대를 본받을 때가 참 많다는 마음이 들 때가 많아서 그런 것 같습니다. 하나님 앞에 항상 겸비하게 하는 말씀이며 도전이 되는 말씀입니다.


호주에서 정착하지 않고 한국으로 돌아온 이유가 있나요?


제가 근무하던 실험실을 담당하셨던 교수님이 정년퇴임이 얼마 남지 않아서 계약이 만료되면 연장이 되지 않았어요. 부모님과 너무 오래 떨어져 지내서 한국에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 한국에서 일할 곳을 찾았습니다. 그러다가 IVI를 알게 됐는데, IVI가 한국에 세워진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이었습니다. IVI가 다른 연구소와 다르게 특별한 목적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경제적이며 효과적인 백신을 개발하여 그 나라에서 자급자족할 수 있도록 하며 또 세계 전염병 퇴치에도 큰 역할을 한다는 것이 의미 있는 일이라고 생각했습니다. IVI에 연구원 공고가 있어서 지원해서 한국으로 들어왔습니다. 처음에는 모호했던 일들이 구체적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동참하게 되면서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제가 속한 팀에서 하는 큰 프로젝트들이 있는데, 효과적이며 경제적인 백신 생산 기술을 개발하여 개발도상국가에 기술을 이전하는 것입니다. 기술 이전을 하면 손쉽게 백신을 구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나 선진국에서는 발생하지 않는 콜레라, 장티푸스, 비장티푸스성 살모넬라 질환에서 건강히 생활할 수 있는 겁니다. 이게 저에게는 큰 보람입니다. 연구원으로서 R&D 분야에 일하고 있지만 한편으로 생산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많은 경험을 쌓고 싶기도 합니다. 


앞으로 비전이 있나요?


여러 개발도상국을 다니면서 기술 이전을 통해 저희가 개발한 백신이 보급돼 아이들을 살리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우리의 도움을 받아 자급자족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 조금 더 전문가가 되어야겠다는 작은 목표가 생겼습니다. 한편, 지금 하고 있는 프로젝트도 기술 이전이 잘되어 아프리카에 적용되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오늘을 사는 게 쉽지는 않아 보입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면서 더 그런 생각을 많이 합니다. 뉴스를 보는 게 두려워집니다. 마음 아픈 일들이 많이 일어납니다. 상상하지 못했던 일들도 많이 일어납니다. 험한 세상에서 하나님을 더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라는 하나님의 말씀인 것 같습니다. 저마다 고민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우리가 하나님을 사랑하는 마음과 믿음이 더 강건해지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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