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은혜랑 회사 다니기


Guideposts 2020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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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0 | 04

은혜랑 회사 다니기 


회사 고과에서 연속으로 D를 받고도 지금까지 롱런하고 있는 LG전자 박세환 연구원. 그에게 위기를 겪고도 롱런한 비결을 묻자 대번에 ‘하나님의 은혜’라고 대답한다. 현재 LG전자 기술 커뮤니티인 친환경 적정기술 연구회의 주요 멤버이자 최우수커뮤니티로 선정되는 등 촉망받는 인재로 꼽힌다. 작년에는 15년 회사생활을 정리한 『은혜랑 회사 다니기』를 출간했다.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박 연구원은 ‘항상 기뻐하고 쉬지 말고 기도하며 범사에 감사하는’ 회사생활을 했다고 말한다. 그렇게 살면서 회사생활을 잘할 수 있을까? 그는 그렇다고 대답한다. 과연 그리스도인으로서 그의 회사생활은 어떠했으며, 그가 경험한 하나님은 어떤 분일까?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데, 자기소개를 부탁드립니다.


반갑습니다. 저는 여섯 살, 세 살 두 아이의 아빠이자 LG전자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인 박세환입니다. 자율주행차량 센서인 레이다(RADAR, RAdio Detection And Ranging)를 개발하는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는데요, 저는 제 일을 너무나 사랑하고 만족스럽게 여깁니다. 차량용 레이다란 앞차와의 거리와 각도, 속도를 측정하여 스스로 급제동 및 일정 거리를 유지하도록 해주는 것을 말합니다. 

저는 엄마 뱃속에서부터 교회를 다닌 모태신앙인으로, 평범한 가정에서 부모님의 아낌없는 사랑을 받고 자랐습니다. 형제는 위로 형이 하나 있습니다. 주일이면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석했는데요, 초등학생 때 교회 친구들과 하루 종일 놀기만 하니까 엄마가 중학생 때부터 어른 예배에 데려갔어요. 공부 좀 하라고요. 그런데 찬양을 할 때는 목청껏 신나게 부르다가도 설교 시간만 되면 어찌나 졸음이 쏟아지던지, 옆에 앉은 엄마한테 허벅지를 엄청 꼬집혔어요. 그렇게 꼬집히면서도 한 주도 빠지지 않고 예배에 참석했지요.

 



어린 시절 생각지도 못한 일을 겪었다고 들었습니다. 어떤 일이 있었나요? 


제가 어렸을 때 치킨같이 기름기 많은 음식을 좋아했어요. 덕분에 살도 찌고 체질도 바뀌게 되었는데, 초등학교 4학년 때 피부가 건조해지고 몸에 빨간 반점이 생기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대수롭게 생각하지 않았는데, 그게 건선이라는 걸 곧 알게 되었어요. 피부가 건조해질 뿐 아니라 몸 구석구석에 빨간 반점이 생기고 그 위에 하얀 각질이 앉는 질병이에요. 어떻게 보면 아토피와 비슷한 증상인데 다행인 것은 아토피처럼 가렵지는 않았어요. 다만, 미관상 보기 안 좋아서 심한 경우 외부 생활을 기피해 집 안에 틀어박혀 나오지 않는 사람도 있어요. 

당시 부모님이 유명하다는 피부병원, 한의원을 찾아다니는 것은 물론 건선에 좋다는 약들을 사다 먹였지만 좀처럼 차도가 있지 않았어요. 평범했던 우리 가정의 가장 큰 걱정거리도, 기도 제목 1순위도 제 건선이 치료되는 것이 되었죠. 힘들었지만, 돌아보면 그를 계기로 우리 가족이 더 똘똘 뭉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겨울에는 몸을 가리니까 괜찮은데, 여름에는 외부 활동하기가 굉장히 힘드셨겠어요.


어떤 분은 건선이 얼굴에 올라오기도 하던데, 저는 주로 몸하고 두피에만 올라와서 주변 사람들이 잘 몰랐어요. 중학교 2학년 때로 기억해요. 교실에서 체육복을 갈아입는데 친구가 팔에 모기 물렸냐고 묻기에 이건 모기가 아니라 건선이라고 대답해 줬어요. 그랬더니 친구가 얼굴을 찡그리더군요. 그때 그 장면이 아직도 잊히지 않아요. 건선이 전염병은 아니지만 곱지 않은 주변의 시선이 주눅 들게 하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일종의 콤플렉스가 되었어요. 하지만 사람들 앞에선 위축된 걸 들키지 않으려고 애를 썼어요. 감사하게도 부모님이 기도하면서 끊임없이 격려해 주고 용기를 주어서 자존감에 상처 입지 않고 당당하게 생활할 수 있었어요.


 


지금은 괜찮아 보이십니다.


스물한 살 때였어요. 강화도에 있는 온천이 건선에 좋다는 말을 듣고 온 아버지를 따라 휴일에 가족 여행 삼아 강화도에 갔어요. 사람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제 경우 온천물에 몸을 담그고 나서 건선이 더 심해졌어요. 일종의 명현현상이었죠. 10년 이상 매일 바르던 피부약으로 간신히 누르고 있다가 온천물을 만나자 건선이 한꺼번에 뿜어져 나온 거지요. 피부약은 건선을 몸속으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라면 온천물은 몸속에 있는 나쁜 것을 몸 밖으로 나오게 하는 것이라서 서로 부딪친 것이었어요. 

부모님과 상의한 끝에 평생 약을 바르면서 살 수 없으니 온천물에 계속 몸을 담그자는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그때부터 8개월 동안 일주일에 두 번씩, 그 후로는 6년 동안 일주일에 한 번씩 강화도에 갔습니다. 그러면서 주님께 치료해 달라고 매달렸죠. 하나님밖에는 의지할 데가 없었어요. 정말 절박한 심정이었죠. 이때 하나님과 정말 친밀해졌어요. 

강화도 온천에 처음 갔을 때가 여름이었는데, 따스한 햇볕을 받으며 거리를 걷는 사람들이 정말 부러웠어요. 그게 얼마나 큰 축복인지 그들은 모르지만 저는 알았죠. 당시 전 장래 희망이나 비전 같은 건 안중에도 없었어요. 오직 건선이 낫기만을 바랐죠. 

온천 치료를 한 지 두 달쯤 되었을 때 변화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피부약을 많이 바르지 않던 얼굴부터 빨간 기운이 사라지기 시작한 거예요. 그해 어느 가을날, 나름 멋지게 차려입고 청담동을 갔습니다. 힐끗힐끗 쳐다보는 시선 없이 자유롭게 길을 걷는데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군요. 그 후 1년 이상 꾸준히 온천욕으로 체질 개선을 한 후 반팔과 반바지를 입고 다닐 수 있게 되었어요. 온천물로 나를 치료해 주신 하나님께 어찌나 감사한지, 그건 어떤 말로 표현해도 한없이 모자란 것이었어요.

어떤 분이 제게 건선이 없었으면 더 좋았을 텐데 하는 말씀을 하셨어요. 지금에 와서 하는 이야기지만, 제게 건선이 있었기 때문에 하나님을 만났고, 교만하지 않고 겸손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두피에는 건선이 남아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도 한 달에 한 번 머리카락을 자를 때마다 겸손해집니다.


대학에서는 전기공학을, 대학원에서는 전력전자를 전공하셨는데, 특별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진학을 앞두었을 무렵 아무 생각이 없었어요. 다만 아버지가 사람이 기술을 가지고 있으면 먹고살기 수월하다고 하셔서 서울산업대 전기공학과에 진학하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대학을 졸업할 무렵, 성균관대학원 전력전자 연구실에 지원한 친구가 교수님 면담이 있는데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가 교수님의 권유로 대학원 진학을 하게 되었습니다. 부모님도 대학원 진학을 권유하긴 했지만, 뜻하지 않게 갑작스런 결정이 되었죠. 그렇게 들어간 대학원에서 전력전자를 공부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야가 훨씬 더 확장되었어요. 그 당시를 돌아보면 하나님은 우리 각 사람을 위한 계획을 세우시고 그 걸음걸음을 인도해 가시는 분이라는 고백이 나올 수밖에 없습니다.

대학원 졸업 후 LG전자에 입사했는데요, 이 또한 하나님의 인도하심이고 은혜입니다.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싶어서 LG전자에 꼭 들어가고 싶었는데, 합격 통보를 받고 정말 좋았어요. 나중에 입사하고 보니 당시 우리 부서가 번창해서 DS(Digital Storage)연구소로 분리되면서 신입사원을 평소보다 많이 뽑았다고 하더라구요. 만약 평소대로 신입사원을 채용했으면 힘들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작년에 『은혜랑 회사 다니기』를 출간하셨습니다. 어떻게 책을 출간하게 되었나요?


『은혜랑 회사 다니기』는 제가 15년간 회사생활 중에 경험한 하나님의 동행하심을 고백한 신앙 에세이입니다. 책을 낸 계기를 이야기하려면 좀 길어지는데요. LG사이언스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초등학생들 앞에서 강연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때 강연을 준비하면서 제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고, 그 결과물로 책을 내게 되었어요.

그 전에 제가 LG사이언스홀 자문위원으로 활동하게 된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데요. 회사가 주관한 적정기술 관련 세미나에 참석했다가 만난 교수님이 열어 준 길이라고 할 수 있어요. 그날 세미나에서 강연자로 오신 교수님이 옛날에는 90%의 연구원들이 10%의 잘사는 사람들을 위해 세탁기며 냉장고 등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10%의 연구원들이 아프리카 및 남미 등 90%의 소외받는 이웃을 위해 기술을 연구한다고 말씀하셨는데, 그것이 제 머리를 강타한 충격적인 사건이 되었어요. 이후 교수님을 모시고 한 달에 한 번 진행되는 적정기술 모임에 참석하면서 소명의식을 갖게 되었고, 몇 년 후 이 모임의 기술 커뮤니티 대표도 맡게 되었어요. 그것이 계기가 되어 LG사이언스홀 자문위원으로 위촉되었고, 책까지 출간하게 되었던 겁니다. 

 


책 제목처럼 하나님의 은혜가 아니면 회사 다니기 참 힘들죠?


저는 솔직히 그리스도인이기 때문에 회사생활이 힘들다고 느낀 적이 없어요. 입사 후 무엇보다 술 걱정을 많이 했는데, 상사분들이 제가 건강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한다고 하니까 흔쾌히 이해해 주셔서 기우에 지나지 않았구나 했어요. 그리고 회사 내 신우회에서 만난 분들 덕분에 많은 힘을 얻었어요. 이렇게 이야기하고 보니 그동안 힘들지 않았던 것도 하나님의 은혜라는 생각이 드네요. 하나님께서 좋은 분들을 만나게 하셔서 힘든 상황이 있을 때마다 그분들에게서 도움을 받고 위로와 격려를 받고 힘을 받게 하셨어요. 

‘은혜랑 회사 다니기’의 가장 대표적인 예가 회사 고과입니다. 저희 회사는 매해 고과를 매기는데 S, A, B, C, D 순서입니다. 저는 오래전에 고과 D를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것도 연속으로 두 번이나요. 지금 생각해 보면 위기가 분명했는데 당시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어요. 만일 그 때문에 힘들어했다면, 그래서 위축되었다면, 지금까지 회사에 남아 있지 못했을 거예요. 그 문제에 함몰되어 제 스스로 저를 지치게 만들었을 테니까요. 그 위기를 지나 어느덧 15년째 근속할 수 있었던 것은, 주눅 들거나 위축되지 않도록 때를 따라 돕는 손길을 주신 하나님의 은혜 덕분입니다.

한편, 돌아보니 제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은 어린 시절 막연히 꿈꾸던 발명가라는 꿈과 잇닿아 있어요. 그리고 무엇보다 저는 제 일을 너무 사랑해요. 참으로 놀랍고 감사합니다.


말씀 중에도 그렇고 실제로도 그렇고 ‘하나님의 은혜’로 가득한 삶을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책을 쓰면서 회사생활을 돌아보니 제가 한 일이 하나도 없더라구요. 하나님을 의지하지 않고는 할 수 없는 일들이었죠. 과거 강화도에서 온천욕을 했을 때 하나님께서 제 옆에 있다는 것을 참 많이 느꼈어요. 저를 만져 주시고 위로하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졌죠. 마찬가지로 지난 15년도 하나님의 손길이 미치지 않은 데가 없어요. 정말이지 저는 제 전공에 대해 특출한 능력을 갖고 있지 않거든요. 다만 하나님의 뜻을 좇아 살았어요. “항상 기뻐하라 쉬지 말고 기도하라 범사에 감사하라 이것이 그리스도 예수 안에서 너희를 향하신 하나님의 뜻이니라”(데살로니가전서 5:16-18). 기뻐하고 기도하며 감사한 삶을 사는 것이 우리를 향한 하나님의 뜻이에요.

교회 청년들이 가끔 묻곤 해요. 회사생활을 어떻게 해야 하냐고요. 그들에게 말해 주고 싶어요. 저처럼 탁월한 능력이 없어도 하나님이 함께하시면 즐겁게 회사생활할 수 있다고, 더구나 사회에 선한 영향을 주는 활동도 할 수 있다고 말예요.



 

마지막으로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저는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살고 있지만, 그럼에도 저는 매 순간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고 있어요. 동시대를 살아가는 여러분과 제가 하나님을 의지하므로 하나님의 역사를 경험하며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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