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우리가 바로 믿음의 유산입니다.


Guideposts 2021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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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1 | 03

우리가 믿음의 유산입니다.


국내 블랙가스펠 헤리티지의 전신인 그룹 ‘믿음의 유산’ 리더에서, 현존하는 세계 최대의 여객기인 A380의 조종사로 변신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선택의 과정이 있었다. 수시로 계기판을 보며 항로를 유지해야 하는 대한항공 A380 부기장 김신, 그는 예수님이 바로 자기 인생의 계기판이라고 말한다. 그분 앞에 서서 내가 지금 어디에 있는지를 묻고, 삶의 균형과 고도를 맞춰 간다는 것이다. 그의 말에는 코람데오의 겸비함을 놓치지 않은 균형 잡힌 힘이 느껴진다. 그렇기에 자연스레 귀를 기울이게 된다.



벌써 오래전 일입니다만, 김신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아직도 떠올릴 수밖에 없습니다. ‘믿음의 유산’이요.


네. 덕분에 저도 오는 길에 오랜만에 지난 음악들을 떠올려 봤습니다. 벌써 20년이 다 되어 가네요. ‘믿음의 유산’은 당시 동대문에 있던 동신교회 노래선교단 멤버들이 주축이 되어 새로운 음악을 해보자고 해서 만든 팀입니다. 그때 저는 재수생이었는데, 수능 두 주 전에 첫 번째 콘서트를 열었습니다. 물론 부모님은 모르셨죠.(웃음)



당시 국내 블랙가스펠 1호라는 선도적인 위치에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렇긴 하지만 당시에는 더 희귀한 음악이었을 텐데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팀에서 음악을 진지하게 찾아 듣던 사람들이 있었어요. 당시에 보통 노래 좀 부른다고 하면 스틸하트(Steelheart)의 쉬즈 곤(She’s Gone) 같은 록 발라드를 주로 불렀죠. 그런데 저희가 연습하던 음악은 그것과는 전혀 다른 곡이었습니다. 프레드 하몬드(Fred Hammond)나 커크 프랭클린(Kirk Franklin)의 음악이었죠. 당시 외국 라이브 실황이 담긴 비디오테이프에서 음원만 녹음한 것을 가지고 일주일 내내 듣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비디오테이프에서 추출한 음원으로요?


지금처럼 유튜브가 있었던 것도 아니니까요. 카세트테이프가 늘어날 때까지 들었던 거 같아요.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재수생으로 살다가 주일이면 섬기던 교회에서 성가대 봉사를 한 뒤 바로 동신교회로 넘어가서 하루 종일 연습했죠.

‘믿음의 유산’ 음악이 그렇잖아요. 몸도 움직이고, 회중의 감정과도 적극적으로 소통하는 예배. 당시 반응이 어땠나요?


당시 해외 블랙가스펠을 접하면서 생각의 변화가 있었어요. ‘우리 주의 성령이’라는 곡을 예로 들면, 예전에 부흥회에서 박수 치며 부르던 익숙한 곡이거든요. 이게 블랙가스펠에도 있는데요, 들어 보면 굉장히 멋있습니다. 내가 알던 그 곡과 같은 곡인가 싶을 정도예요. 이게 이런 찬양이었구나 하는 충격을 받았죠. 두 번째 충격은 대구에 있던 주한 미군 부대에서 흑인 교회 성가대와 같이 예배드릴 때였는데요. 거의 네 시간 정도를 찬양하고 말씀을 나누더라고요. 설교를 듣는데 요즘 말로 하면 목사님 설교에 스웩(Swag)이 장난이 아니었어요. 예배하며 경험하는 음악도 소울(Soul), 알앤비(R&B), 재즈(Jazz), 펑크(Funk) 등 다양했고요. 원래 흑인들은 오랜 시간 노예 생활을 했잖아요. 그렇다 보니 예배 시간만큼이라도 온전한 자유를 누리고 싶었던 거죠. 마치 다윗이 에봇이 벗겨지는 줄도 모른 채 춤추며 뛰놀듯이, 하나님 앞에서 온전히 자유롭고 싶은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우리가 드리는 예배의 형식이 전부가 아니구나, 예배란 무얼까 다시 생각하게 되었죠. 하지만 저희를 불러 주는 곳은 거의 없었어요.(웃음) 



흑인들이 예배드릴 때 자신의 신분적인 제약을 잊어버릴 정도로 자유를 느낀다는 게 참 좋습니다.


맞아요. 솔직히 말해서 우리가 정말 예배 시간에 자유로운가를 돌아보면 쉽게 대답하기 어려울 겁니다. 아직도 예배 시간에 솔직하지 못한 게 있다는 거죠. 옆 사람도 의식하고, 목사님의 눈빛도 의식하게 되고요. 요즘 비대면 예배라고 말하는데 저는 이 말이 좀 불편해요. 우리가 어디에 있든지 바로 그곳에서 나와 함께 계시는 하나님 앞에 서 있다면 그것이 바로 대면 예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은 조종사로서 A380이라는 큰 여객기를 운항하고 계십니다.


원래 제 전공이 항공운항학입니다. 조종사가 되는 것이 원래의 전공이었죠. 공연을 다니면서도 틈틈이 공부했어요. 그러다 시험에 합격하게 되었고, 현실적인 고민도 하게 되면서 조종사라는 새로운 직업을 받아들이게 되었어요.



보통은 그 반대일 텐데요, 세상에서 다른 일을 하다 사역자가 되곤 하잖아요?


그렇죠. 하나님과 무관한 삶을 살다가 주님을 만나 변하는 스토리가 일반적이긴 합니다. 제가 반대의 길을 간 것에는 신앙적인 이유도 있어요. 실제 내 삶의 모습이 사역자의 삶과는 거리가 있다는 생각을 처음 하게 되었을 때, 많이 창피했습니다. 일주일에 한두 번은 찬양하고 때론 메시지도 전하다 보니 이 정도면 괜찮다는 착각을 하게 된 거죠. 그러다가 현실을 자각하게 되자, 사람들 앞에서는 물론 하나님 앞에서도 벌거벗겨진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세속적인 생각과 삶을 유지한 채로 예배인도자로 섰던 내가 바로 회칠한 무덤과 같았구나. 물론 이 정도의 표현도 좋게 한 것입니다. 그러면서 동시에 이런 생각도 했어요. 소위 사역자들과 일반 직장인 또는 사업자들 중에 누가 더 믿음이 좋을까. 누가 더 천국의 문에 가까울까. 그것은 아무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믿음을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구나, 세상 속에서 사역자로 살 수도 있고, 사역자임에도 세속적으로 살 수도 있겠구나 싶었죠.



세상 속에서 사는 그리스도인으로서의 고민이 새로 시작된 것이군요.


맞아요. 조종사가 되어 회사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저에게는 마주한 현실 그 자체가 믿음을 시험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지금도 당장 몇 달 뒤면 살던 집을 비워 줘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으로서 소유의 문제를 어떻게 대할 것인지도 고민스럽습니다. 삶의 균형과 우선순위를 맞추는 과정이 저에게는 과제입니다.

벌써 꽤 오랜 시간 조종사로 일하셨습니다. A380은 가장 큰 여객기로 알고 있어요. 굉장히 무거울 텐데, 하늘을 난다는 게 신기하기도 합니다.


비행기는 네 가지 힘으로 날아요. 중력과 항력과 추력과 양력. 쉽게 설명하면 우리가 차를 타고 가다가 가끔 창문을 열고 팔을 내밀어 보잖아요? 내가 팔을 쭉 뻗었을 때 아래로 떨어지려는 팔의 무게가 중력입니다. 거기서 손바닥을 앞으로 펴면 공기 저항으로 인해 팔이 뒤로 밀리죠. 이게 항력이고요, 자동차를 타고 앞으로 달리는 힘, 이게 추력입니다. 마지막으로 편 손바닥을 살짝만 꺾으면 팔이 위로 붕 뜨게 되는데 이게 바로 양력입니다. 저는 히브리서 말씀을 읽다가 이 네 가지 힘을 발견했어요. 

“그러므로 이렇게 구름 떼와 같이 수많은 증인이 우리를 둘러싸고 있으니, 우리도 갖가지 무거운 짐과 얽매는 죄를 벗어버리고, 우리 앞에 놓인 달음질을 참으면서 달려갑시다. 믿음의 창시자요 완성자이신 예수를 바라봅시다”(히브리서 12:1-2, 새번역).

여기서 무거운 짐은 인생의 무게, 걱정하고 근심하는 것 즉 우리를 끌어내리는 중력을 말합니다. 얽매는 죄는 우리의 신앙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게 막는 항력이죠. 달음질을 달려간다는 것은 우리에게 주어진 삶을 믿음으로 살아 내려는 싸움, 곧 추력을 말합니다. 거기에 이 믿음을 가지고 예수를 바라보는 것이 우리 신앙의 고도를 높이는 양력이 되는 것이죠.



정말 좋은 해석인데요!


비행기가 이륙하기 위해서는 항력보다 추력이 커야 하고, 중력보다 양력이 커야 합니다. 신앙인의 삶에서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그러나 우리에게 아무리 큰 믿음이 있다 해도, 인생이라는 비행기는 내 힘으로만 뜨는 거 같지는 않습니다. 성령의 바람이 함께해 주실 때 하늘로 날아갈 수 있습니다. 오직 하나님의 은혜로 가능한 것이죠.



앞으로 저 말씀을 읽을 때는 비행기가 이륙하는 장면이 떠오를 것 같아요. 높은 하늘에서 보는 풍경은 어떤가요?


하늘에서 처음으로 오로라를 봤을 때가 생각납니다. 정말 숨이 멎을 만큼 아름다웠어요. 이사야가 봤다던 주님의 옷자락이 저것과 같았을까. 물론 나쁜 기상도 많이 만납니다. 때론 조종이 쉽지 않을 만큼의 풍랑도 경험하게 되죠. 하늘에서 만나는 엄청난 자연 계시 속에서 경이로움을 느낄 때가 많습니다.



이제는 자녀를 둔 부모로서 ‘믿음의 유산’을 다시 생각해 보실 것 같습니다. 우리 세대가 남길 믿음의 유산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믿음의 유산이라는 말이 참 좋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부터 이 유산을 물려줘야지 하고 예배하기 좋은 교회도 찾아다녔습니다. 그런데 이제 자녀가 말도 잘 알아듣고, 또 코로나 이후 24시간 내내 같이 있다 보니까 진짜 믿음의 유산이란 결국 부모의 삶이더군요. 짧은 주일 예배 시간뿐 아니라 나머지 시간과 다른 6일의 전부를 보고 있으니까 달리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어른들은 아이들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죠.


아이들은 속지 않아요. 현실은 이렇지만 아빠는 신앙을 가지고 하나님의 말씀을 따라 살려고 애쓰고 있단다, 하고 보여 주지 않으면 신앙의 전수가 어렵습니다. 믿음의 유산은 주일 한 시간의 예배로 보여 줄 수 없습니다. 삶으로 전할 수밖에요. 



CCM 아티스트에서 비행기 조종사라는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이후의 삶은 어떤 변화를 기대하시나요?


어떤 부르심이든 고집부리며 버티기보다는 바로 알아차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가능하다면 빨리 순종하고 싶어요. 하나님이 인도하신 땅에서 하나님이 인도하신 방법으로 순종하며 단을 세웠던 아브라함처럼요. 아브라함이 쌓았던 그 믿음의 제사를 저도 드리게 되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저뿐 아니라 여러분에게도 하나님의 선하신 계획과 인도하심이 함께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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