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기도는 나의 걱정은행
Guideposts 2021 |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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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도는 나의 걱정은행
소위 잘나가는 국제변호사로 8년간 기업에서 근무하다 어느 날 갑자기 정치에 뛰어든 이가 있다. 이신혜 행정관(국무총리실 시민사회협력), 그는 앞에 나서는 성격이 절대 아니다. 그럼에도 지난 7년간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이들의 입장을 대변하기 위해 발로 뛰었다.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 대상에서 ‘좋은조례분야 최우수상’ 수상을 비롯해 크고 작은 수상의 이력들은 열심히 달려온 정치인의 치열한 여정을 알려 준다. 걱정 많은 직장맘이기도 한 까닭에 그의 고민은 가장 현실적이면서도 절실한 주제들이다. 수많은 고민과 걱정들에도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있다면 그것은 그만의 걱정은행, 기도다.
최근 국무총리 목요대화의 사회자로 자주 뵈었습니다. 서로 다른 의견이 대립하는 사회에서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던가요?
국무총리실 ‘목요대화’는 스웨덴의 ‘목요클럽’을 모델로 삼은 것입니다. ‘목요클럽’은 1946년, 그러니까 2차 세계대전 직후부터 23년 동안 스웨덴을 이끈 타게 엘란데르 총리가 공직사회의 울타리를 넘어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자 시작했죠. 스웨덴은 당시만 해도 사회적 갈등의 골이 깊었습니다. 그러나 서로 다른 의견들이 만나서 대화를 나누게 되자 다양한 문제들이 해결되기 시작했습니다. 사실 대화를 나눈다는 것은 이미 문제의 반은 해결한 거라고 봐도 되죠. 우리도 벌써 34차까지 ‘목요대화’를 열었고요, 그중 절반 정도를 사회자로 함께했습니다.
대화만으로도 문제가 해결되던가요?
서로가 가진 절대적인 가치나 신념 같은 것들은 쉽게 양보할 순 없겠죠. 그러나 자기가 주장하는 바를 가지고 와서 대화를 나누다 보면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는 계기가 됩니다. 대화에서 중요한 것은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입니다. 의외로 잘 들어주기만 해도 문제가 해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서로 대화를 나누며 상대의 입장에 서 보다 보면 갈등을 조정할 수 있는 완충지대를 발견하게 되죠. 그래서 대화의 장이 열렸다는 자체가 중요합니다. 아직도 많은 부분에서 대화가 부족하다는 생각이지만, 그럼에도 점점 더 사회가 성숙해지고 시민의식도 높아지는 것을 느낍니다. 더 많은 대화를 통해 우리 사회의 여러 갈등도 해결되길 기대합니다.
대화를 잘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있던가요?
잘 들어주는 거죠. 그런데 끝까지 들어줘야 해요(웃음). 끊지 않고요. 아이를 키워 보면 아시겠지만 아이가 말을 하면 보통 어른들은 중간에 끊거나, 아이의 요구를 몰라줄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끝까지 들어 보면 그게 뭔지 알거든요. 끝까지 들어주고, 상대가 원하는 바를 진심으로 같이 고민하는 것이 대화를 잘하는 것이 아닌가, 아이와 대화에서도 배우게 됩니다.
국제변호사로서 이미 좋은 경력을 가지고 있는데 갑자기 정치라니, 놀랐습니다. 정치에서 어떤 가능성을 보신 건가요?
사실 그 길로 쭉 갈 수도 있었겠죠. 전문직이고, 사회에서도 인정받는 분야니까요. 그런데 맞벌이 여성으로서 아이를 키우고 생활하다 보니 쉽지 않은 일들이 많더라고요. 그러다 이렇게 느끼는 불편함이 과연 나 혼자 노력해서 해결될 일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상에서 느끼는 작은 문제의식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들더라고요. 말하자면, 평범한 일상에서 정치적인 문제들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그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월호 참사와 울산 아동학대 사망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이토록 참담한 현실과 마주하면서 정치를 통해 생활의 변화와 사회의 부조리를 바꿔 가야겠다고 결심하게 되었어요.
제9대 서울시의원으로 정치인으로서는 첫발을 내딛었습니다. 어떻게 평가하시나요?
정치가 구체적으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배웠습니다. 2014년 시의원으로 첫 의정 활동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약자들이 자기 목소리를 낼 기회나 통로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어린아이들처럼 스스로 자신의 권리를 주장하거나 세상과 맞서 싸울 수 없는 사람들, 이들에게는 자신의 목소리를 대변해 주고 자신의 필요를 채워 줄 누군가가 필요한데 그런 역할이 바로 정치가 아닐까 생각했죠. 그래서 가장 먼저 한 일이 청소년 자살 예방을 위한 교육 시스템 개발과 아동학대 예방과 방지를 위한 조례를 제정하는 것이었습니다. 자신의 소중함을 발견하고 생명을 존중하는 문화를 만드는 것이 처음부터 저를 정치로 몰고 간 이유였으니까요.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없는 사람들, 그렇게 안 들리는 소리는 어떻게 해야 들을 수 있나요?
안 들리지 않습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들려오고 있어요. 자살 같은 문제도 이미 OECD 국가 중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한 지 오래되었습니다. 이걸 두고 몰랐다거나 안 들린다고 하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무감각해진 것이죠. 정인이 사건도 그렇습니다. 앞으로 비슷한 사건이 터지면 또 터졌네, 라고 할 수도 있어요. 경각심을 가지고 들어야 해요. 아이들더러 우리의 미래라고 하는데, 막상 사회 속에서 아이들의 처지는 매우 열악합니다. 하나님을 믿는 사람에게 생명이란 최우선의 가치잖아요. 한 사람의 정치인이 의지를 가지고 의정 활동을 하는 것도 필요하지만,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약자의 소리에 관심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반복되는 현장을 볼 때 지치거나 외롭진 않으세요?
요즘 사회 동향에 관한 이슈 리포트를 쓰는데, 아동이나 노동이 주제인 경우 골이 깊은 문제들을 마주할 때면 힘들더군요. 이게 과연 해결될 수 있을까 싶어서요. 그래도 정치를 한다는 것은 공적인 생각을 하는 사람이라는 거잖아요? 어려움과 갈등이 있어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가보는 게 공적인 사람이 가져야 할 태도라고 배웠습니다. 그래도 마음은 답답할 때가 있죠. 그럴 때 기도하면 주님께서 마음을 다잡아 주시곤 합니다. 사람을 통해서나 말씀을 통해서, 그리고 어떤 기회를 통해서 실망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가르쳐 주십니다. 사실 정치계에서 신앙인으로서 마음 터놓고 얘기할 사람을 찾기가 어려웠어요. 그럼에도 저도 모르는 사이에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하실 때면 힘이 나서 한 걸음씩 한 걸음씩 발을 내딛게 됩니다.
요즘 개신교라고 하면 또 개신교냐며 지긋지긋하다고 해요.
욕을 많이 듣죠. 왜곡된 신앙 때문이에요. 손가락질도 당하고요. 그런데 오히려 이때를 우리가 새롭게 회복하는 계기로 삼으면 좋겠어요. 우리가 그동안 어떻게 사회에서 살아왔는지, 옳은 일에 목소리를 내야 할 때도 잠잠했던 순간들을 되돌아보면 좋겠어요. 저는 세상 사람들이 믿는 사람들에게 그래도 기대하는 바가 있다고 생각해요. 어떻게 보면 기준이 높죠. 빛과 소금이 되라는 거예요. 그 기대를 맞춰 가는 게 예수님을 믿는 사람들의 자세라고 생각해요. 예수님께서는 소금이 그 맛을 잃으면 아무 쓸 데가 없어 밖에 버려져 사람들에게 밟힐 뿐이라고 하셨어요. 이 시기를 우리가 빛과 소금의 역할을 회복하는 때로 삼았으면 좋겠습니다.
서울시의원 이후에는 바로 경기도 공정소비자과로 가셨어요. 수년 전 『정의란 무엇인가』라는 책이 한국 사회에서 큰 인기를 끌었지만, 정의나 공정이라는 단어는 지금도 굉장히 요원한 주제라는 생각이 듭니다. 현장에서는 어떤 점을 느끼셨나요?
주로 갑을 관계에 대한 일을 했어요. 예를 들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관계 같은 거요. 요즘은 을이 또 다른 을을 억압하는 상황이라고도 말해요. 그럼에도 그들 간에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연구하고 해결책을 모색해 보는 거죠. 사실 공정이라는 단어는 기계적인 공평함은 아니에요. 공평하면서도 정의로운 게 공정한 거죠. 약한 사람에게도 공평의 잣대로 똑같이 적용하면 정의롭지 못해요. 누구는 법대로 하면 된다지만, 법의 과정도 그 자체로 너무 길어서 힘이 없으면 버티질 못해요. 그럴 땐 힘이 있는 사람이 보다 공정한 자세를 가져야 하죠. 제도적으로도 뒷받침되어야 하고요. 많은 곳에서 공정을 외치는 소리가 들린다는 것은 우리 사회가 아직 공정하지 못하다는 것을 반증한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또 반대로 생각하면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원하기 때문에 공정한 사회로 갈 수 있는 희망이 크다고 봐요.
생명 존중, 공정 사회, 대화 운동… 지금까지 걸어온 굵직한 정치 행보예요. 이렇게 보면 정치라는 말도 굉장히 멋진 단어 같아요.
사실 우리나라에서 정치라는 단어는 오염된 부분이 있어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정치라고 하면 차라리 무관심한 편이 낫다고 말할 정도니까요. 하지만 소수의 정치인이라도 자신에게 주어진 분야에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좋은 정책과 사업을 펼친다면, 우리 사회에서 정치라는 단어가 지금보다 긍정적인 이미지로 변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또 정치가 좋은 모습을 보이면, 좋은 사람들이 정치계에 들어오겠죠. 개인적으로는 하나님을 알고 그분을 두려워하는 좋은 정치인이 많이 나오면 좋겠어요.
얼마 전에 배우자와 함께 동화책을 발간하셨어요. 제목이 재밌습니다. 『걱정은행』이라니요.
아이들은 자라며 서로에게 좋은 선생님이 되어 줘요. 걱정은행은 어린 여동생과 오빠가 서로 대화를 나누는 이야기입니다. 엄마가 외출하고 나면 둘의 대화는 시작되죠. 동생은 어리다 보니 이런저런 걱정들이 많아요. 아기 때를 기억해 보고 싶은데 생각이 안 난다며 울기도 합니다. 그때 오빠가 말해요. 걱정이란 나쁜 것만은 아니야. 자라는 과정에서 꼭 필요해. 나중에 좋은 것으로 바뀔 수도 있어. 그러면서 걱정은행에 대해 이야기해 줍니다. 이 은행은 남들이 하지 않는 특이한 걱정을 하면 값어치 있게 쳐주고 이자를 많이 준다는 상상 속의 은행이에요. 그리고 역사 속 인물들의 이야기도 들려 줍니다. 그들도 똑같이 걱정하며 살았지만 나중에 훌륭한 사람이 되었을 때, 전에 걱정하던 일들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 되었다고요.
우리 사회에도 걱정은행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 은행이 있다면 저도 많은 이자를 받고 걱정을 맡기고 싶습니다.(웃음) 제가 정치인이지만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에요. 이런 성격 때문에 때때로 내가 왜 여기에 있을까 싶을 때가 있어요. 그때마다 기도하면 주님이 내가 부족하기에 하나님의 강함을 나타내는 기회가 될 거라는 믿음을 주세요.
기도가 이신혜님의 걱정은행이네요.
네. 요즘은 코로나와 주변 이웃들의 건강을 위해서 기도해요. 하루빨리 코로나가 종식되어서 이전과 같은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요즘 히브리서 11장 8절 말씀을 묵상하고 있는데요, 아브라함이 부르심을 받았을 때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했지만 믿음으로 순종하며 나아갔다는 구절이에요. 저나 여러분이나 다 같이 어디로 나아가야 할지 몰라 걱정하는 마음이 있으리라 생각해요. 우리는 어디로 가야 할지 알지 못하지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을 가지고 믿음으로 나아갈 때 주님께서 예비하신 좋은 계획을 발견하게 되리라 믿어요. 저도 항상 깨어 있어서 우리나라가 좋은 길로 가는 데 힘을 보태는 정치인이 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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