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의 연약함 주님은 아시네
Guideposts 2021 |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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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연약함 주님은 아시네
전화기 너머로 들리는 목소리는 차분했고 언어는 정돈되어 있었다. “제 이야기가 무슨 특별한 것이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인터뷰를 요청했을 때, 임재영 차장(에프앤이노에듀 전략기획팀)은 자신의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는지를 걱정했다. 하지만 모든 삶에는 그만이 가진 서사가 있고 그것은 또한 유일하다. 인터뷰 내내 자랑하는 기색 한 번 없었지만, 세상 어딘가에는 이처럼 한 사람의 그리스도인으로 빛을 밝히고 있는 사람들이 곳곳에 있겠다는 생각에 마음에 위로가 되었다. 재일 철학자 강상중 씨의 말이 불현듯 떠올랐다. “평범한 길로 가라. 그 길은 한가운데(中)로 가는 길이다.” 그와의 대화는 뜻밖에도 ‘책’ 이야기로 시작되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셨나요?
서평을 다듬고 있었습니다. 저희 회사에서는 사회가 변화하는 속도에 맞추어 필요한 지식이나 정보를 선별해서 제공하고 있는데, 그중에 미래를 선도해 나가려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책을 소개하는 일이 있습니다. 한 해에도 많은 책들이 출판되어 나오지만,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들을 위해 엄선된 책을 가지고 핵심적인 내용을 정리한 서평을 통해 인사이트를 주는 것입니다.
그렇군요. 요즘 독서 모임도 부쩍 늘어난 것 같습니다. 책에 대한 관심은 다들 많지만, 꾸준히 읽기는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사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몇 백 페이지나 되는 경제경영서나 미래학 책을 끝까지 다 읽기는 쉬운 일이 아닐 겁니다. 최근에 클라우스 슈밥이 『위대한 리셋』이라는 책을 냈습니다. 팬데믹 이후 전혀 다른 세상이 오니,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을 ‘리셋’해야 한다는 게 내용의 골자인 책이죠. 중요한 화두임이 분명하지만 사실 관심 있는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중적으로 읽히기 어려운 책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접근해 보면 어떨까요? 그가 5년 전 ‘제4차 산업혁명’이라는 키워드를 들고 나왔을 때, 낯선 개념인 데다 현실화되기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리라 생각했습니다. 인공지능, 블록체인, 빅데이터, 사물인터넷 등의 개념들이 나열되고 기술 기업들은 빠르게 혁신하는데 뭔가 피부에 와 닿지는 않았죠. 그런데 2019년 말에 시작된 코로나가 2020년에 확산되고 불과 1년 사이에 비대면 사회로 완벽하게 전환되면서, 이제는 모두가 이러한 변화를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위대한 리셋』은 이러한 변화를 이미 5년 전에 이야기했던 슈밥이 다시 한 번 새로운 세상을 준비해야 한다며 들고 나온 책입니다. 과연 그 안에는 어떤 어젠다가 담겨 있을까. 거대한 리셋이 요구되는 타이밍에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현재 우리는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 것일까. 이런 이야기가 바로 이 책에 담겨 있습니다. 350페이지 전체를 다 읽어 보진 못해도 누군가 슈밥이 제시하는 생존 전략과 핵심 키워드를 요약해 준다면, 그것은 분명 도움이 되는 일일 겁니다.
말씀을 듣다 보니 갑자기 『위대한 리셋』 소개 영상이 보고 싶어졌습니다. 학습 욕구가 불쑥 솟습니다.
맞습니다. 저희가 하는 일이 바로 그런 일입니다.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각자의 조직에서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하며 살아갑니다. 저희는 그 일을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 좀 더 효율적으로 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누구나 가진 상상력과 창조적인 역량을 밖으로 이끌어낼 수 있도록 돕습니다.
누군가의 역량을 도약하게 만드는 특별한 교육 방식이 있나요?
저희가 하는 일은 ‘줄탁동시’와 같습니다. 달걀이 부화하려 할 때 알 속에서 나는 소리를 듣고 어미닭이 함께 껍질을 쪼아 깨뜨린다는 말인데요. 달걀 안에서의 요구와 밖에서의 지원이 동시에 일어나듯, 저희가 기획하고 제공하는 콘텐츠는 사람들의 경험이나 학습 과정 속에 이미 내재된 역량을 끄집어내도록 돕는 것입니다. 예를 들면, 요즘 넷플릭스를 많이 보는데요, 사실 이 넷플릭스는 지난 5년에서 10년간 우리가 영화를 보는 방식을 완전히 바꾸어 놓았습니다. 그렇다면 넷플릭스의 혁신은 무엇일까요? 물론 이와 관련된 책이나 기사를 보면 그들이 어떻게 혁신을 일궈 왔는지 알 수 있지만, 저희는 그것을 십분 안에 요약해서 핵심적인 인사이트로 전환해서 전달해 줍니다. 그러면 그것을 보는 학습자는 평소 넷플릭스가 내 삶의 패턴을 바꿔 가는 걸 알면서도 마치 안개 속에서 보듯 ‘그게 뭘까’라고만 생각했는데, ‘바로 이거였구나’라고 깨닫게 되고 그를 통해 자신의 일을 개선할 수 있게 되는 것이죠. 저희는 이처럼 짧은 시간 안에 학습자의 주도적인 배움을 유도하는 ‘마이크로 러닝’을 활용하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고객들의 잠재적인 학습 욕구는 어떻게 파악하시나요?
대화나 컨설팅을 통해서 필요를 파악하여 실시간으로 교육을 설계하기도 하지만, 주로 기업이나 회사의 니즈를 사전에 파악하는 편입니다. 저희는 시장의 요구사항을 먼저 학습한 뒤, 이를 다시 지식과 경험이 융합된 콘텐츠로 개발하여 제시합니다. 물론 이외에도 성공적인 취업을 위한 전략을 공유하거나, 시장 분석을 통해 경제적인 안목을 높여 주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정말 다양한 일을 하시네요. 이런 일을 하다 보면 본인도 많이 성장하게 될 것 같습니다.
정말 그렇습니다. 감사한 일이죠. 저는 사실 교육학이나 교육공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일, 변화를 이끌어내는 일에 참여한다는 사실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람이 자기 일에 즐거워하는 것보다 더 나은 것이 없음을 보았나니 이는 그것이 그의 몫이기 때문이라”(전도서 3:22)는 전도서의 말씀이 떠오르는데요, 교육의 방법은 변하고 있지만, 여전히 핵심은 성장과 변화입니다. 누군가의 성장과 변화를 지켜보는 일은 즐거운 일이죠.
그래도 항상 보람되고 감사한 일만 있지는 않았을 텐데요.
사실 지난 10년간 크고 작은 삶의 굴곡을 경험했습니다. 어머니의 암 투병과 죽음, 둘째 아들의 갑작스런 질병, 가까이 지내던 사람에 대한 실망과 배신 등 짧은 시간에 개인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이 동시에 찾아왔습니다. 하나님을 의심하고 회의하며 신앙을 떠날 수도 있던 상황이었죠. 하지만 하나님께서는 저에게 당신의 일을 맡겨 주시며 하나님을 떠나지 않도록 붙잡아 주셨습니다.
어머니께서 암으로 힘들어 하실 때, 저는 교회 찬양대에서 ‘찬양의 밤’ 행사 연출을 맡게 되었는데요, 찬양대원들과 함께 6개월가량 매주 찬양을 연습하고 가사를 외우고 묵상하며 최선을 다해 준비했습니다. 그렇게 준비해서 무대에 올린 ‘찬양의 밤’이 열린 날, 어머니가 투병 중임에도 참석하셨어요. 그런데 ‘옷자락에서 전해지는 사랑’이란 곡을 합창할 때였습니다. 가사 중에 “내게 임한 주님의 능력, 날 누르는 아픔의 근원을 고치셨네”를 부를 때 어머니가 눈물을 참지 못하셨습니다. 저도 “날 바라보시네. 나의 연약함 주님은 아시네. 깊은 절망에서 날 자유케 하신 사랑, 나 찬양해”라는 가사 속에서 주님이 우리 가정을 마음 깊이 위로해 주시는구나 하고 느꼈습니다. 이후로도 5년간 ‘찬양의 밤’ 행사 기획을 담당했는데, 하나님을 더 깊이 알아 가는 시간이었습니다.
맡겨 주신 일을 통해 위로와 깨달음을 얻으신 거네요.
네. 지난 시절의 아픔을 기억할 때마다 떠올리는 구절이 있습니다. 전도서 7장 14절,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는 말씀인데요. 하나님은 형통한 날도 주시지만 곤고한 날도 주십니다. 벚꽃이 만개한 아름다운 봄이 지나면 뜨거운 여름 햇빛과 함께 장마와 태풍이 오고, 청명한 가을이 지나면 매서운 겨울이 찾아오죠. 이 같은 자연의 섭리처럼 우리 삶의 형통함과 곤고함 역시 하나님이 허락하신 삶의 모습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이 좋아졌다 나빠졌다 하는 동안 이 말씀은 제게 여러 모양으로 위로를 주었습니다. 사실 형통한 날에 기뻐한다면 곤고한 날에는 슬퍼해야 대구가 맞을 것입니다. 하지만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라’고 말씀합니다. 주님은 ‘이 곤고함이 어디서 온 것일까’ ‘나는 내 삶에 찾아온 곤고함 중에도 성령님과 교제를 나누며 살고 있는가’를 되돌아보고 회개하라 하십니다. 이 말씀은 묵상하기 시작한 날부터 지금까지 생각하고 또 생각하는 말씀이 되었습니다. 저에게 주신 말씀이죠.
그렇군요. 평소에 말씀 묵상은 어떻게 하나요?
이제 중학생이 된 첫째와 초등학교 5학년인 둘째, 그리고 아내와 함께 매일 밤 성경을 읽습니다. 아이들이 어릴 때는 침대 머리맡에 앉아 읽어 주곤 했는데, 이젠 같이 읽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보통 30분 정도 읽는데, 아이들은 틈만 나면 장난을 치려고 합니다. 동생이 읽을 차례가 오면, 그 짧은 찰나에도 “읽어라~” 하고 추임새를 넣기도 하고, 이상한 목소리를 내거나 아주 느릿느릿 읽는 것은 다반사입니다.(웃음) 그런데 그렇게 함께 읽는 날수가 쌓이면서 조금씩 변화가 생기더라고요. 가족끼리 나누는 대화에도 함께 읽었던 말씀들이 끼어들게 된 겁니다. 말씀이 대화의 소재가 된 것이죠. 어려운 단어는 같이 사전도 찾아보고, 읽은 내용을 다시 정리도 해보면서 말씀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혀 가고 있습니다. 이제는 성경이 저희 가족을 하나의 띠로 묶어 주고 항상 하나님의 말씀 안에서 살도록 에워싸고 있는 느낌입니다.
어려운 순간에도 찬양 가사 속에 담긴 말씀으로 위로해 주시고, 이제는 하나님의 말씀이 가족을 하나로 묶어 준다니 참 좋습니다.
네. 하나님은 때로 저에게 곤고한 날을 허락하심으로 하나님의 더 깊고 넓은 은혜를 체험하도록 하셨습니다. 아직도 삶은 현재진행형이지만, 주어진 일을 즐거워하며 감사하는 마음으로 감당하며 살고 싶습니다. 가이드포스트 독자 여러분에게도 형통할 때 주님께서 허락하신 기쁨을 누리고, 곤고함 중에도 지난 은혜를 되돌아보는 그런 하나님의 사랑과 평강이 함께하시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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