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정민아의 스윗한 아침 여섯 시


Guideposts 2021 | 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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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민아의 스윗한 아침 여섯 시


‘아침 6시’ 하면 떠오르는 사람이 있다. 프랑스의 화가 클로드 모네(Claude Monet). 그는 해가 떠오르기 직전, 미묘한 빛의 변화를 화폭에 담고자 매일 아침 6시면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그가 그린 〈인상, 일출〉에는 그 시간만이 보여 줄 수 있는 신비로운 인상이 포착되어 있다. 그렇다. 아침 6시는 참으로 오묘하다. 깊은 밤의 끝자락이면서 동시에 이른 아침의 시작이다. 누군가는 그 시간에 하루를 시작하고 또 누군가는 하루를 마감하는, 그 신비하고도 오묘한 시간의 교차지점에 〈정민아의 Amazing Grace〉가 존재한다. 하루를 치열하게 살아가는 이들과 함께하는 그 뭉클한 시간을, 정민아 아나운서는 우리만의 예배이자 묵상의 시간이라고 불렀다.




CBS 음악FM 방송이죠. 〈정민아의 Amazing Grace〉에 대한 소개를 부탁드려요.


〈정민아의 Amazing Graec(어메이징 그레이스)〉는 매일 아침 찬송가로만 진행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에요. 대신 우리말로 부른 찬송이 아니라 원어로 부른 찬송을 듣는 시간이죠. 누구나 다 아는 찬송가라고 해도 다른 언어로 들었을 때 오는 감동이 있어요. 〈나 같은 죄인 살리신〉도 영어나 불어 버전으로 들려 드리니까 많이들 좋아하시더라고요. 신선하게 느끼시나 봐요. 또 교회에 다니지 않는 분들도 처음에는 팝송 프로그램인 줄 알고 듣다가, 나중에 찬송가라는 사실을 알아도 여전히 듣기에 좋다며 애청자가 된 경우가 많아요.



두 시간 동안 찬송가만 틀고, 그것도 원어로만요?


네, 맞아요. 제가 틀 수 있는 곡에는 처음부터 제한이 있는 거죠. 찬송가집에 들어 있는 600여 곡 안에서 선곡을 해야 하니까요. 우리가 부르는 찬송가의 대부분이 우리말로 번역된 외국곡이잖아요. 한마디로 우리가 아는 찬송가를 원어로 듣는 시간이죠. 제가 이 프로그램을 진행한 지도 벌써 9년인데요, 그렇다 보니 같은 곡을 자주 틀기는 해요. 그런데 우리나라도 왜 부르는 곡만 부르는 게 있잖아요. 외국도 그런가 봐요. 음원을 구하다 보면 〈오 신실하신 주〉 〈죄 짐 맡은 우리 구주〉 같은 곡은 버전이 많아요. 그런데 우리가 좋아하는 〈큰 물결이 설레는 어둔 바다〉 같은 곡은 외국 사람들이 잘 안 부른대요. 그래서 틀고 싶어도 못 트는 노래가 있어요. 〈사철에 봄바람 불어 잇고〉 같은 곡도 못 틀어요. 우리나라 사람이 만든 곡이니까요.(웃음) 그런데도 놀랍죠. 어제 듣고 오늘 듣는데도 좋고, 아침에 들었는데 오후에 들어도 또 좋아요. 아마 찬송가가 가진 독특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오랜 시간 살아남은 신앙고백과 선율이어서 그런지도 모르겠어요. 원어로 듣는 찬송가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합니다.  


예를 들면 〈슬픈 마음 있는 사람〉의 후렴구, ‘예수의 이름은’ 부분이 ‘Precious name, O how sweet!’거든요. 우리말로는 그냥 예수의 이름이지만, 원어로는 그 이름이 너무 소중하다고 말해요. 예수의 이름이 가장 존귀한 이름이라는 거예요. 느낌이 다르죠. 또 〈내 기도하는 그 시간〉은 영어 제목이 〈Sweet hour of prayer〉예요. 왜 요즘 사람들이 그냥 쓰는 말로, 너무 스윗하잖아요. 기도하는 그 시간이 내게 가장 달콤한 시간이라니요. 너무 좋아요. 가끔은 원어가 주는 어감이나 느낌이 우리말로 번역할 때보다 더 와 닿을 때가 있는 것 같아요. 



매일 아침 여섯 시에 방송하려면 꽤 이른 시간에 출근하셔야겠어요. 아침 여섯 시는 정민아 님에게 어떤 의미인가요?


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아침 여섯 시란 뭘까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어요. 새벽은 아니지만 꽤 이른 아침이죠. 과연 사람들에게 이 시간은 어떤 의미일까? 저희 프로그램은 우선 이른 아침부터 출근길에 오르는 분들이 많이 참여해 주세요. 제가 집에서 4시 반쯤 나오는데요, 그 시간에도 버스가 만원이에요. 어르신들이 많더라고요. 나이 지긋한 할머니 할아버지들, 아마 사무원들이 출근하기 전에 건물을 청소하는 분들인 듯해요. 하루를 여는 분들이죠. 놀라운 점은 그렇게 하루를 시작하는 분들이 절반이고요, 나머지 반은 하루를 마감하는 분들이라는 거예요. 편의점 아르바이트나 병원 야간 근무자, 요양보호사, 아파트나 빌딩 경비 업무를 보시는 분들, 택시 운전기사 같은 분들은 밤샘 근무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사연을 보내 주세요. 저도 이 프로그램을 하면서 알게 되었어요. 이 시간에 하루를 닫는 분들이 이렇게 많았구나. 그래서 저는 출근길 청취자 위주로만 방송을 하지 않아요. 저는 그 시간을 굉장히 오묘한 시간이라고 느껴요. 아침 여섯 시라는 게 참 뭉클한 시간이구나, 치열하고 부지런하게 사는 사람들의 삶이고, 그렇게 사는 사람만이 볼 수 있는 시간대의 세상이로구나 하고요.

하루를 여는 분들과 닫는 분들이 교차하는 시간에 계신 거네요. 저도 뭉클한 마음이 들어요.


맞아요. 이게 또 동전의 양면처럼, 한 면이 하루를 여는 분들의 부지런함과 치열함이라면 다른 한 면은 하루를 마감하는 분들의 고단함이거든요. 사실 뭉클하죠. “밤새 일 끝나고 집에 들어갑니다.” 또는 “교대 시간이라 지금 퇴근하고 있습니다”라고 보내 주시는 사연을 듣다 보면 아침 여섯 시가 신비롭게 느껴져요. 그 시간을 지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는 뭔가가 있는 것 같아요. 그래도 고단한 사연이 왔을 때 그걸 너무 무겁게 받아서 읽진 않아요. 함께 살아가는 사람으로서 뭔가 마음에 여운이 남는 거지, 슬픈 게 아니니까. 오히려 감사하다고, 너무 좋다고 피드백을 드려요. 

 


아마 그분들도 방송을 듣고 힘이 나실 거예요.


그랬으면 좋겠어요. 그 시간이 제게는 그분들과 함께하는 예배의 시간이고 묵상의 시간이고 그래요. 저도 나름의 걱정과 근심을 잊고서 그 시간 자체에 집중해요. 하루 중 제가 가장 착해지는 시간이죠.(웃음) 힘든 일로 마음이 흔들릴 때도 그 시간은 나의 중심이 되어 주는 것 같아요.



아침식사는 언제 하시나요?


방송 끝나고 여덟 시 넘어서 해요. 배고프긴 한데, 방송 전에는 뭐를 잘 못 먹어요. 딸꾹질 날까 봐.(웃음) 그게 한번 나면 잘 멈춰지지 않잖아요. 정신이 깨어 있는 게 필요하다 보니 보통은 커피나 박카스를 마십니다.


빈속에 커피랑 박카스요?


제 생각에 아마 오래 못 살 것 같아요.(웃음) 어떤 청취자분들은 그러세요. “민아 님, 아침 방송 고생하셨습니다. 퇴근 잘하세요.” 근데 제가 이 프로그램만 하고 집에 갈 수 있는 게 아니라서요. 방송이 끝나면 바로 다음 날 방송을 준비해야 하고, 중간에 라디오 뉴스도 하고, 또 목소리 더빙이나 다른 프로그램에 참여해야 할 일도 생겨요. 〈Amazing Grace〉만 해도 제가 제작과 대본까지 겸하다 보니 꽤 할 일이 많죠. 물론 그렇게 1년 365일 방송을 해도 스스로 만족하는 날은 손에 꼽을 정도예요. 그럼 그게 어떤 날일까 하고 곰곰이 생각해 보면, 많은 말보다는 찬송가 한 곡이 전해 주는 감동, 청취자 분들이 보내 준 사연에 대한 공감의 말 한마디, 이런 것들이 위로로 전달되었다고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거든요. 그런 게 느껴질 때면 ‘오늘 방송 참 좋았어. 나도 되게 뭉클했어’라고 느껴요. 그런 날이 많았으면 좋겠네요.



아마 청취자분들에게는 아나운서 님이 느끼는 것보다 좋은 날이 훨씬 많았을 거예요. 방송의 역할이나 영향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요즘은 미디어의 발달로 인해 정보가 넘쳐 나는 시대예요. 하지만 정보가 늘어나는 만큼 가짜 뉴스도 많아졌죠. 어쩌면 우리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는 ‘신뢰의 상실’이 아닐까 싶어요. 방송이나 언론의 역할도 상실된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어야 하지 않을까요. 어떤 방송이 신뢰감 있는 뉴스의 표본이 된다면 그야말로 빛과 소금의 방송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최근에는 비대면 문화가 활성화되다 보니까 그리스도인들의 예배 문화도 많은 부분 비대면화되고 있어요. 현실적으로도 자립 대상인 교회가 80% 이상이라는 한국 교회 상황에서 기독교 방송이란 교회 공동체를 돕는 매체, 또는 플랫폼으로서 기능해야 한다고 봐요. 무엇보다 절실하게 신앙의 도움을 요청하는 성도들의 상황에 공감하는 방송이 되어야 하지 않을까요. 저도 이러한 방송의 역할에 대해 책임감을 느낍니다.



마지막으로 이 인터뷰를 듣고 계신(?) 청취자 분들에게 마지막 선곡과 멘트 부탁드립니다.


어떤 찬송가 하나를 추천해 드리기보다는, 가지고 계신 찬송가집을 펼쳐서 익숙한 찬송 한 곡이라도 한 자 한 자 짚어 가면서 읽어 보시면 좋겠어요. 그 속에는 정말로 너무나 아름답고, 그냥 지나치기에는 아까운 보배 같은 가사들이 들어 있거든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드리고 싶은 말씀은 제가 듣고 위로를 받은 말인데요, 우리가 맑은 날은 “와, 날씨 너무 좋다”라고 하고, 비 오는 날은 “날씨 진짜 나쁘다” 이러잖아요. 그런데 세상에 좋은 날씨나 나쁜 날씨란 없대요. 그냥 다른 날씨가 있을 뿐이지. 또 우리가 인생을 살아가는 걸 두고 ‘길을 걷는다’고 표현하잖아요. 누군가 고생스런 일이 생기거나 어려운 일이 닥치면, ‘그 사람 인생길을 잘못 들었네’라고 말하지만, 인생에서 잘못된 길이란 없대요. 단지 누구나 걷고 싶어 하는 그런 평탄한 길이 있고, 어서 벗어나고 싶은 굴곡진 길이 있을 뿐, 잘못 들어선 길이란 없다는 거. 그러니까 이번 고비가 지나가면 순탄한 평야가 펼쳐질 것이란 믿음과 희망을 안고 우리 함께 걸었으면 좋겠어요. 좀 더 평평한 길이냐, 좀 더 구부러진 길이냐의 차이일 뿐, 절대로 내가 지금 걷고 있는 길이 잘못 들어선 길이라고 그 어느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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