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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에 따라 주일을 지키기 어려울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도 그런 고민을 하셨네요.
어렸을 때부터 일주일에 하루인 주일은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 덕분에 신앙이 자라 왔고요. 물론 서비스 직종에 종사하는 크리스천 중에는 그런 제약을 딛고 신앙을 지키는 분도 많지만, 저에게는 그 부분이 고민이 되더라구요.
지금 하시는 일은 어떠세요?
호텔에서 일하던 것과 업무가 많이 다르긴 해요. 하지만 MD도 온라인 쇼핑몰에서 좋은 상품을 제공해서 소비자들에게 좋은 경험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본질적으로 누군가를 이롭게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물론 업무적으로는 어떤 목표를 이뤄야 한다는 압박감이 있긴 하지만, 그건 회사원으로서 갖는 책임감이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동안 온라인 몰에서 물건을 살 때 한 번도 누군가 정성스럽게 올려 주었다는 생각은 안 해 봤던 것 같아요. 그런데 말씀을 듣고 보니 누군가 좋은 마음으로 골라 줬을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되네요. 고맙네요.
그렇게 생각해 주시면 참 감사하죠. 사실 매 순간 그러지는 못합니다. 골로새서 3장 23절에서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을 다하여 주께 하듯 하고 사람에게 하듯 하지 말라”는 말씀이 있는데요, 이 말씀에 많은 영향을 받았어요. 제가 일하는 목적이나 살아가는 목적이 주님을 위한 것이기에 주께 하듯 하는 것이 옳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또는 나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내 길을 인도하시는 그분을 위해서요.
수많은 구절 중에 꼽으신 말씀이 참 좋습니다. 저도 그러고 싶네요.
호텔에서 일했을 때도 그랬지만, 지금 일하고 있는 곳이 특1급은 아니라 하더라도, 누군가의 마음에는 특1급처럼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본받고 싶은 마음이네요. 교회에서는 고3을 맡아 봉사하고 계신데, 요즘 고3 학생들은 어떤가요?
교사 봉사는 올해 처음 시작한 거라 배우며 하고 있어요. 고3 친구들은 매우 다양합니다. 잘 나오는 친구도 있는 반면, 학업에 몰두하느라 아예 얼굴도 못 보는 친구도 있고요, 학원 스케줄과 주일예배 사이에서 고민하는 친구들도 있고요. 아무래도 입시 고민이 깊어지는 때인지라 먼저 경험한 선배로서 공감해 주고 도움을 주기 위해 애를 써요. 사실 저도 모태신앙인이다 보니, 이게 나의 신앙인지 부모님의 신앙인지 헷갈릴 때가 있어요. 그래서 고3 친구들하고 대화할 때면, 우리의 신앙생활이 익숙한 습관처럼 굳어 있는 건 아닌지 일깨워 주려고 노력해요.
나의 신앙인가, 부모님의 신앙인가?
네. 아이들에게 그 질문을 해 보면 정답 같은 대답을 하는 친구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게 자신의 고민에서 나온 대답인지, 아니면 어렸을 때부터 배워 온 정답인지는 구별이 필요한 거 같아요. 저도 어렸을 때는 모범적인 학생이었거든요. 그런데 어느 순간 부모님 신앙이 아닌 내 신앙으로 신앙생활 하는가 스스로 물어봤을 때 자신 있게 대답을 못하겠더라고요. 혹시 나는 그저 부모님 따라, 친구를 보기 위해, 아니면 그저 익숙한 습관대로 교회에 온 건 아닐까 돌아보게 되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