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투자 전도사, 갓동원


Guideposts 2021 | 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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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1 | 09

투자 전도사, 갓동원


유안타증권 글로벌자산배분본부(GAA)의 유동원 상무는 웃으면 눈 모양이 마치 하회탈처럼 반달이 된다. 유복하게 자라 ‘웃는 상’인가 생각할 수 있으나 오히려 그 반대다. 그의 삶은 한 편의 영화처럼 극적이다. 자궁암에 걸린 모친이 새 생명을 포기하지 않은 덕에 세상의 빛을 봤고, 일찍부터 주경야독하며 미국의 명문대학 와튼스쿨을 졸업하기까지 피와 땀, 눈물로 삶을 일궜다. 특히 금융투자업계 8년 차에 간 미국 출장에서 9‧11 테러를 간발의 차로 빗겨 가 살아남았다. 그는 “삶의 목표가 달라졌고, 하나님께 감사할 줄 알기 시작했다”고 그때를 돌이켰다. 

올해로 금융투자업계에 몸담은 지 29년 차. 모건스탠리딘위터 애널리스트 이사, 씨티그룹 글로벌마켓증권 상무 등을 거쳐 키움증권 글로벌리서치팀장으로 일하다 2019년 유안타증권 GAA 본부장으로 영입됐다. 당시 그는 이적 조건으로 자신의 이름을 딴 금융상품 론칭을 제안했는데, 이는 “하나님이 주신 사명을 수행하기 위한 새로운 시작”이 됐다.




2019년 ‘유동원글로벌자산배분랩’을 시작으로 ‘홈런랩’ ‘안타랩’을 운영 중인데요. 운용자의 이름을 딴 랩 상품을 선보이는 게 한국 금융시장에서 드문 일이라고요?


우리나라에는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겼다가 수익을 봤다는 사람이 많지 않아요. 회사의 이름을 보고 투자하는데 회사마다 금융상품은 유지되나 운용 인력이 바뀌는 식이죠. 또 단기 위주로 투자를 많이 해요. 반면 외국은 운용자가 본인의 이름을 딴 상품을 내놓는 게 일반적이고 그들의 투자 전략이나 철학에 따라 자금이 유입됩니다. 금융상품에 제 이름을 단 이유는 고객에게 신뢰를 주고 운용자로서 책임을 다하기 위해서입니다. 나의 영광을 위해 단 이름이 아닙니다. 저는 7년 전부터 ‘유동원의 성공투자’라는 블로그에 제 투자 아이디어를 공유해 왔어요. 지금도 경제 방송이나 유튜브에 꾸준히 출연하는데 우리나라에 올바른 투자 문화를 정착시키기 위한 게 그 이유입니다.



이름을 단 만큼 어깨가 무거울 것 같습니다. 금연 7년 차에 금주 1년 차의 절제된 생활을 하는 이유가 그 때문인가요?


네. 단지 밥벌이 수단이 아니라 하나님이 제게 주신 사명이라고 생각하고 본격적으로 내 일에 전념한 지 올해로 7년째인데요. 워낙 스트레스가 많은 직업이다 보니 금연 이후에도 술은 끊지 못했죠. 평일엔 절제하다 미국장이 끝나는 금요일, 한국 시간으론 토요일 새벽에 그야말로 폭음을 했어요. 그러다 보니 정신이 맑지 않은 상태에서 고객에게 투자 레터를 쓰거나 주일에도 일을 해야 했죠. 결국 1년 전에 술까지 끊었습니다. 이젠 미국장이 끝나는 새벽에 바로 출근해 투자 레터를 씁니다. 



본인만의 투자 원칙과 철학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제가 공부할 때 워런 버핏과 조지 소로스가 유명했는데, 저는 버핏을 존경합니다. 트레이드를 일삼고 큰돈을 번다면 사회 시스템이 붕괴돼도 상관없다고 보는 소로스보다 기업을 공부해 좋은 종목을 찾고 돈이 생기면 꾸준히 투자하는 버핏 스타일을 선호하죠. 거시경제를 분석하고 유망 업종을 찾은 뒤 좋은 회사를 찾는 방법과 좋은 기업을 찾은 뒤 그 업종의 미래가치를 분석하는 방법, 두 가지가 있는데요. 저는 둘의 교집합으로 종목을 선정하고, 포트폴리오를 구성합니다. 마치 우리가 하나님을 평생 믿듯 저는 믿음이 있는 사람들에게 가장 적합한 투자 방식은 버핏 식의 가치투자, 장기투자라고 봅니다.

주식 투자에 있어 무엇이 가장 중요한가요?


고객의 투자 마인드와 누가 내 돈을 운용하는가라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빠른 시간에 많은 돈을 벌길 바랍니다. 일확천금을 노리는 거죠. 최근 코인이나 밈 주식(기업의 펀더멘탈보다 이슈몰이로 화제가 되는 주식)에 휩쓸려 투자 중독 현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는데요, 마치 우상 숭배하듯이, 잠도 안 자고 빚을 내 투자합니다. 투자보다 투기에 가까운데, 버핏과 완전 반대 방식이죠.



랩 상품 운용 결과는 어떤가요?


대부분의 고객들이 투자 타이밍과 상관없이 높은 투자 수익률을 올리고 있습니다. ‘유동원글로벌자산배분랩’의 첫 고객은 6월 기준 S&P 인덱스 대비 37.57%의 초과수익률을 달성했어요. 투자 기간이 짧은 경우 마이너스 수익률을 못 견디다 플러스가 나면 바로 계약을 해지하려는 고객이 더러 있는데, 최소 1년은 유지하길 권합니다. 하나님이 우리에게 고난을 주시듯 투자를 할 때도 고난이 따르기 때문입니다. 버핏은 지난 35년간 연간 복리로 17% 이상의 수익을 올렸습니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는 올바른 투자 문화가 만들어졌습니다. 제가 그렇게 할 수 있을지 모르겠으나, 하나님께서 보시기에 흡족할 만큼 향후 30년 이상을 최선을 다해 투자자들의 수익 창출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하나님의 은혜를 항상 드러내는 삶을 살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와튼스쿨은 미국 내 최고의 경영학 전공 과정으로 명성이 높은데요.


어머니를 기쁘게 하려고 어릴 적부터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어머니는 39세에 저를 잉태했을 때 자궁암 진단을 받았는데 저를 포기하지 않으셨죠. 제가 사생아라는 이유로 학교에서 차별받자 54세의 늦은 나이에 미국행을 결정했어요. 1985년 어머니와 미국에 갔을 당시 저는 10대였지만 도움이 되고자 마트, 극장, 골프장 등에서 막노동하며 새벽까지 공부했어요. 2년 뒤 어머니가 먼저 귀국하시고 저 혼자 이국땅에서 지내니까 외롭더라고요. 그때부터 한국 교회를 다녔어요. 믿음보다 그땐 정의감 같은 게 남달랐어요. 한번은 어떤 불량 청소년에게 “네 부모가 청소부로 일하며 희생하는데 똑바로 살아라”고 훈수를 뒀다가 그가 제게 총을 겨눈 일도 있어요. 



하나님을 믿게 된 결정적인 계기가 있나요?


1988년 어머니가 생사의 기로에 서면서부터예요. 명문대 입학원서를 넣고 등록금을 버느라 하루 종일 땡볕에서 일하고 돌아온 어느 여름날이었죠. 엄마의 친구분이 전화해서 “엄마가 위독한 상태로 수술 들어가는데 아들에게 부담 주기 싫으니 말하지 말라 했다”고 전하셨어요. 사실 그전까지만 해도 나만 열심히 하면 못 이룰 게 없다고 자만했거든요. 근데 그 소식 앞에서 제가 너무 무력하게 느껴졌어요. 모아 둔 1만 달러를 들고 당장 한국에 갔고 2주간 금식기도를 하며 하나님께 어머니를 살려 달라고 싹싹 빌었죠.

참 용감한 어머니이신데, 상무님의 간절한 기도를 들어주셨나요?


네. 기적적으로 회복하시고 저는 다시 미국행 비행기에 올랐는데 사람 마음이 참 간사하더라고요. 대학 등록금 걱정에 ‘왜 하필 지금 아프셨지’ 막 원망의 마음이 올라왔죠. 그렇게 집에 도착했는데 우편함에 흰 봉투가 있는 거예요. 등록금과 학비 걱정 없이 학교 다닐 수 있는 입학 통지서였죠. ‘하나님께서 내 어둠에 빛을 주시는구나, 살길을 열어 주시는구나.’ 한동안 믿음 충만하게 살았어요. 



인생의 두 번째 시련은 언제 찾아왔나요?


직장생활 8년 차였을 때예요. 3년 차부터 애널리스트로서 억대 연봉을 받으며 승승장구하게 되면서 하나님의 고마움을 잊고 살았죠. 그러다 미국 출장 중에 9‧11 테러가 터졌어요. 2001년 9월 11일, 오전 8시에 뉴욕 세계무역센터에서 미팅이 있었는데, 30분 지연된다는 연락을 받았어요. 그 30분이 저를 살렸고 그 비극적 사고에서 살아남은 뒤 제 인생이 달라졌어요. 도덕적 수치심도 없이 돈에 집중하던 나의 모든 행동들이 부끄러워지면서 자괴감이 들었어요. 귀국 후 고객들에게 ‘돈도 중요하나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투자 레터를 썼죠.  



인생을 바꿔 놓은 그 사건 후 삶의 목표가 어떻게 달라졌나요?


과거엔 나 잘난 맛에 내 욕심을 우선시했다면, 이후 욕심을 버리고 내 능력을 이웃을 위해 쓰기로 다짐했어요. 2003년부터 한동안 연단이 계속되면서 더 단련이 됐죠. 돈을 최우선으로 여기는 업계의 특성상 내 신념과 다른 사람들과 일해야 할 때가 있어요. 그러면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 때문에 미운 마음이 생기곤 하죠. 요즘은 더 많이 기도하며, 제 사명에 집중하고자 합니다. 제 장기 목표는 올바른 투자의 전도사가 되는 거예요. 하나님 눈에 여전히 부족하고 어리석은 인간일 뿐이지만 주어진 사명에 최선을 다하고, 무엇보다 제가 하나님을 믿고 있다는 것을 하나님이 인정해 주길 바랍니다.



유튜브 구독자들 사이에서 ‘갓동원’이라고 불리는데요. ‘주께 하듯 일하시는 성실한 모습 등에서 많이 배운다’ ‘증시의 예언자 같다’라는 댓글이 눈에 띕니다.


너무나 과분하지만, 그렇게 불러 주십니다. 처음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는데 하나님을 드러낼 수 있는 별명이라 이제는 겸허히 받아들입니다. 최근엔 정말 눈물 나도록 감사의 말씀을 전해 준 분들이 계세요. ‘그동안 체계 없이 투자해 상당한 손실을 입고 너무나 막막한 상황이었는데 제 조언을 듣고 아주 높은 수익률을 올리면서 가정이 다시 화목해졌고 하나님도 만나게 됐다’고 말씀해 주셨죠. 좋은 반응을 접할 때마다 하나님이 내게 주신 사명을 아주 조금씩이나마 이루어 가고 있는 것 같아 보람을 느낍니다.



평소 등대로 삼고 있는 ‘말씀’이 있나요?


지난 10년간 내 속에 욕심이 올라올 때마다 ‘잠언 3장 5-6절’을 되새깁니다. “너는 마음을 다하여 여호와를 신뢰하고 네 명철을 의지하지 말라 너는 범사에 그를 인정하라 그리하면 네 길을 지도하시리라.” 그리고 매일 아침 「생명의 삶」을 들으면서 출근하고, 회사에 도착하면 기도한 뒤 하루를 시작합니다. 늘 최선을 다해 일하되, 결정을 내리기 전엔 항상 하나님께 여쭙니다.



이웃을 위해 축복을 흘러보내라 하셨는데, 자신을 기꺼이 ‘축복의 통로’로 내놓고 있는 것 같습니다.


내가 귀한 ‘축복의 통로’로 쓰임을 받는다면 더할 나위 없죠. 사실 제가 핏줄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는 개인사가 있잖아요. 근데 그걸 내려놨습니다. 하나뿐인 아들에게 재산을 물려주지 않겠다고 했어요. 아들 역시 하나님을 만났다고 하니 믿음이 있겠죠. 재산의 99%를 기부하기로 한 버핏처럼 저 역시 나눔을 실천하고 싶습니다.



햇빛 좋은 날이 계속되면 그 땅은 사막이 되지만, 비가 오면 비옥해집니다. 상무님의 지난 삶 역시 그러했다고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가이트포스트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요?


저는 축하의 자리에 가면 늘 ‘사랑합니다’라고 말합니다. 사랑하는 마음이 있으면 모든 걸 다 이기더라고요. 사랑이 있는 곳엔 악이 들어설 자리가 없잖아요. 독자 여러분도 사랑하는 마음이 충만하길 바랍니다. 독자님들, 사랑하십시오.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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