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ith And Living

완벽한 타인


Guideposts 2021 | 09


Personal Best

Guideposts 2021 | 09

힘을 내요


I went over everything Alex needed to do while I was away. Burp the pickles. 

Water the plants. Drain the compost. All he said was...

내가 집에 없는 동안 알렉스가 해야 할 일들을 꼼꼼히 점검했다. 피클 병 열어 가스 

제거하기. 화분에 물 주기. 퇴비 통에서 액체 비료 빼내기. 알렉스의 대답은….


By MARI PACK,  Queens, New York

마리 팩  뉴욕주 퀸스




“You have to burp the pickles every day,” I said, pointing out my jars of home-pickled carrots, kale and lemon lined up neatly beneath the microwave. “Otherwise the CO2 will build up and the jars will explode.”

“Put it on the list,” my boyfriend, Alex, said. He remained sprawled on the couch, remote in hand.

“See all these plants? These need to be watered every three days. Water the two in the bathroom once a week. Don’t touch the succulents. And the ones on the fire escape—”

“On the list, Mari.”

I bit my lip. God, I asked, is Alex even listening to me? Doesn’t he care about how I want things done while I’m away?

Alex and I were wildly different. He was so unlike the well-educated, middle-class public servants I’d grown up among in the suburbs of Washington, D.C. Alex had been born in Soviet Ukraine a year after the Chernobyl disaster. His family immigrated to New York when he was six, and his parents had a hard time gaining a foothold in this country. He’d enlisted in the Navy at 17, struggled with alcohol and gotten sober. I had a master’s degree and was working on my second. I thrived on tackling new projects, making order out of chaos, planning. He was happy to let things pile up around him, totally at peace as the world turned. He did his thing, and I did mine. We coexisted comfortably.

Then the Covid-19 pandemic hit, and New York City went into lockdown. Before that, I’d spent most of my waking hours outside our apartment. I was working full-time as an editor, going to grad school or out on the town. Alex stayed home, visited with his close circle of friends and went to work—he was a bar trivia MC. We crossed paths for dinner in the evenings, after my workday and before his. We laughed and joked and simply enjoyed each other’s company.

Quarantine turned my schedule upside down. My office shifted to working remotely. I finished grad school over Zoom. All the places I used to go shut down. I worried about how Alex and I would get by without his income now that bars weren’t holding trivia nights. I worried about my parents, who were over 60 years old and at a higher risk for severe Covid.

Trapped in our apartment, I tried to fill the hours productively. I had to reestablish order somehow. Painting for the first time since I was 15? Sure, I ordered some supplies online. Fill the house with plants? Yes, lots of them. Pickling? Cheesemaking? Bring it on! And how had we never composted before? “It’s so easy once you get the hang of it,” I told everyone.


“매일 피클 병을 열어서 가스를 빼 줘야 해. 그렇지 않으면 이산화탄소가 차서 병이 터져 버릴 거야.” 

전자레인지 아래 일렬로 놓인 수제 당근, 케일, 레몬 피클이 든 병을 가리키며 내가 말했다. 

“목록에 적어 둬.” 

내 남자 친구, 알렉스가 말했다. 그는 리모컨을 손에 쥐고 소파 위에 큰 대자로 누워 있었다.

“이 화분들 보이지? 3일에 한 번씩 물을 줘야 해. 욕실에 있는 두 개는 일주일에 한 번. 다육 식물에는 손대지 말고. 비상계단에 있는 것들은….”

“목록, 마리.”

나는 입술을 깨물었다. 

‘하나님, 알렉스가 제 말을 듣고 있기나 할까요? 제가 집을 비운 동안 해 줬으면 하는 일들에 그가 신경이나 쓸까요?’ 

나는 생각했다.

알렉스와 나는 달라도 너무 달랐다. 알렉스는 고학력의 중산층 공무원이 주를 이루는 워싱턴 D.C.의 교외에서 자란 나와는 너무 달랐다. 그는 체르노빌 원자력 발전소 사고 발생 1년 뒤, 우크라이나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에서 태어났다. 그가 여섯 살이던 해 그의 가족은 뉴욕으로 이민을 왔고, 그의 부모님은 이 나라에서 힘겹게 발판을 마련했다. 열일곱 살 때 그는 해군에 입대했고, 알코올중독으로 고생하다 술을 끊었다. 나는 석사 학위를 하나 받은 뒤 두 번째 학위 과정에 있었다. 나는 새로운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무질서에서 질서를 만들어 내고, 계획을 세우는 일을 잘했다. 알렉스는 기꺼이 일이 쌓이도록 내버려 두었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아주 태평했다. 그는 그대로, 나는 나대로 각자의 일을 했다. 우리는 평화롭게 공존했다. 

그러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뉴욕을 휩쓸었고, 도시는 봉쇄에 들어갔다. 그 이전에 나는 하루의 대부분을 집 밖에서 보냈다. 편집자로 일하면서 대학원을 다녔고, 시간이 나면 시내에 나갔다. 알렉스는 집에 있다가 가까운 친구들을 만나고는 일터로 향했다. 그는 술집에서 하는 상식 퀴즈 진행자로 일했다. 저녁이 되면 나는 퇴근길에, 그는 출근길에 함께 만나 저녁 식사를 했다. 우리는 농담을 주고받으며 웃고 떠들었다. 함께 있는 시간이 마냥 즐거웠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 생활로 내 스케줄은 뒤죽박죽이 되었다. 직장은 재택근무로 바뀌었고 대학원 공부도 ‘줌’ 화상 수업으로 마쳤다. 내가 다니던 곳들은 전부 문을 닫았다. 술집에서 더 이상 퀴즈 행사를 하지 않는 상황에서 알렉스의 수입 없이 어떻게 생활을 꾸려 나갈지 걱정이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더 높은 예순이 넘은 부모님의 건강도 걱정이 되었다. 

아파트에 갇혀 있지만 나는 하루를 생산적으로 보내려고 애를 썼다.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야 했다. 열다섯 살 이후로 손을 놓았던 그림을 다시 그려 볼까? 물론, 나는 온라인으로 도구를 주문했다. 집 안을 화분으로 채워 볼까? 그래, 되도록 많이 사자. 피클 만들기? 치즈 만들기? 까짓것 해보자! 어떻게 퇴비를 한 번도 안 만들어 봤지? 

“방법을 터득하면 진짜 쉬워.” 

나는 모두에게 말했다.


Alex was unruffled by pandemic chaos. “I’m going to watch the next season of my show,” he’d say, flopping down with the remote and a mug of tea. For the first time, his steadiness, his long hours on the couch, didn’t seem like the natural resting state of an introvert. Not in comparison to my busy domesticity. How had he gotten so lazy? How come he wasn’t interested in building a routine with me?

“Why not come home for a few weeks?” Mom asked over the phone. “You can work from here. You and Alex have been cooped up for months. It will be good to get out of the city.”

Yeah, maybe that would be best. Maybe we’d just been spending too much time together in a small space.

Dad agreed on a date to come pick me up. (Like many people in New York City, I didn’t have a car.) I scheduled a Covid test to make sure I wouldn’t be bringing anything to my parents. I went over the chores with Alex.

As my departure drew near, my anxiety boiled over. What if Alex didn’t burp the pickles or forgot to drain the compost? What if the Roomba, which I’d insisted we buy, ran over a puddle of water in the bathroom and short-circuited?

No wonder I found myself repeating all my instructions the day before I left. “Just make me a list of what to do,” Alex said. Of course I had a list! But it wasn’t as if a list could communicate all the nuances of what I needed.

The next day, I stuck the list on the fridge, where Alex couldn’t miss it, and we kissed goodbye. I arrived at my childhood home a few hours later and settled in. It did feel good to get out of the city, really good. Wasn’t it nice to walk in the woods? Hear crickets at night? Do yoga in a room that was not also my bedroom?

The first week continued in relative happiness, but I did wonder, had all my plants died? Should I check in? What if Alex wasn’t burping the pickles?

On the fifth day, I got a call. It was Alex. “Can you talk now?”

“Sure. What’s up?” Oh, man, here it was. Something had exploded, or Alex had gone into information overload and given up completely. Why did I think that the list would work? That he’d been listening?

“One of your plants—parsley or something?—has been looking yellow for the past few days. I’ve been watering it on your schedule, but I thought you should know.”

What?

“I can change something if you want. And I’ve been draining the compost, but there’s no more liquid. Maybe it’s done.”

“Yeah,” I said slowly, “the compost might be done for now. And the plant—it’s lovage—hasn’t been looking great for the past few weeks. It might be its time.”

“Okay,” Alex said. “Just wanted to check. I’ll let you get back to work. Love you.”

We hung up, and I stared at my reflection in the phone screen. Stop trying to control everything, I told myself. Maybe the pandemic made me feel the world was so out of control that I tried to create a world I could control. I needed to trust God—and Alex—more. After all, they both wanted the best for me.

Maybe Alex didn’t like draining compost, cleaning Roombas, watering plants or burping pickles. Maybe he didn’t want to busy himself with a thousand household projects in the middle of a pandemic. But he was willing to try, and I loved him for it.


알렉스는 세계적 유행병의 혼란 속에서도 평정심을 잃지 않았다. 

“나는 보던 드라마나 볼래.” 

그는 리모컨과 차 한 잔을 들고 소파에 주저앉아 말했다. 처음으로 그의 일관된 태도가, 긴 시간 소파에 누워 있는 것이 내성적인 사람의 자연스러운 휴식 시간처럼 보이지 않았다. 집 안에서도 바쁜 나와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어쩌다 저렇게 게을러진 거지? 나와 함께 일상을 만드는 일에 왜 흥미가 없는 거지? 

“집에 와서 몇 주 지내는 게 어떻니? 여기서도 일할 수 있잖아. 알렉스와 몇 달 동안 좁은 집에 갇혀 있었잖니. 도시를 잠시 벗어나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엄마가 전화로 말했다. 

“네, 그게 좋겠네요. 아마 좁은 공간에서 너무 오래 함께 시간을 보냈는지도 몰라요.”

아버지가 나를 태우러 나오시기로 했다. (뉴욕에 사는 다른 많은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나도 차가 없었다.) 나는 부모님께 혹시 바이러스라도 옮길까 코로나 검사 예약을 잡았다. 그리고 알렉스와 함께 집안일을 점검했다.

부모님 댁으로 떠날 날이 점점 다가오자 불안감이 극에 달했다. 알렉스가 피클 병 가스 제거나 퇴비 통에서 액체 비료 빼내는 일을 잊어버리면 어떡하지? 만약 룸바‒내가 사자고 졸랐다‒가 욕실에서 고인 물 위로 뛰어다니다 합선이라도 일어나면 어떡하지?

떠나기 전날 알렉스에게 해야 할 일을 귀에 못이 박이도록 말하는 것도 이상할 게 없었다. 

“그냥 목록을 만들어 줘.” 

알렉스가 말했다. 당연히 목록도 있다고! 하지만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미묘한 부분까지 전달하기엔 목록만으로는 부족했다.

다음 날, 나는 알렉스가 지나칠 수 없는 냉장고 문 위에 목록을 붙여 놓고 작별 인사를 했다. 몇 시간 뒤 어린 시절 살던 집에 도착해 짐을 풀었다. 도시를 벗어나니 기분이 좋았다. ‘정말’ 좋았다. 숲속을 산책하니 이 얼마나 좋은가? 밤에 들리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침실이 아닌 다른 방에서 요가를 하는 기분은 어떻고?

첫째 주는 비교적 기분 좋게 흘러갔다. 하지만 화분의 식물들이 무사히 살아 있을까? 궁금했다. 확인을 해봐야 하는 걸까? 알렉스가 피클 병 가스 제거를 안 했으면 어떡하지? 

닷새째 되던 날, 전화가 걸려왔다. 알렉스였다. 

“지금 통화할 수 있어?”

“그럼. 무슨 일 있어?” 

아, 이런, 올 것이 왔구나. 뭔가 폭발한 거야, 아니면 알렉스가 과부하가 걸려 완전히 손을 떼겠다고 선언하려는 것인지도 몰랐다. 어째서 목록이 효과가 있을 거라 생각했을까? 무슨 근거로 그가 내 말에 귀를 기울일 거라 생각한 걸까?

“화분 중 하나가 말이야‒파슬리인지 뭔지 모르겠는데‒요 며칠 동안 노랗게 변했어. 자기가 말한 대로 물을 주고 있는데 말이야. 자기가 알아야 할 것 같아서.”

‘뭐라고?’

“자기가 원하면 좀 바꿔 볼게. 그리고 퇴비 통에서 액체 비료도 빼냈는데 더는 나오지 않아. 다 된 거 같아.”

“그래. 지금쯤 퇴비는 완성되었을 거야. 그리고 그 화분은, 로바지라고 하는 식물인데, 지난 몇 주간 상태가 별로 좋지 않았어. 수명이 다 한 것 같아.” 

내가 천천히 말했다. 

“알겠어. 그냥 확인하고 싶었어. 이만 끊고 일하러 가. 사랑해.”

우리는 전화를 끊었다. 나는 핸드폰 화면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모든 걸 통제하려고 하지 마.’ 

나 자신에게 말했다. 어쩌면 전 세계적 유행병 때문에 세상이 통제 불능이 되었다고 느낀 나머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세계를 만들어 내려고 너무 애썼는지도 모른다. 나는 하나님께 더 큰 믿음을 가져야 했다. 그리고 알렉스에게도. 결국, 모두 내가 잘되기를 바라니까.

알렉스는 퇴비 통에서 액체 비료를 빼내고, 룸바를 씻기고, 화분에 물을 주고, 피클 병의 가스를 제거하는 일을 ‘좋아하지’ 않았을 것이다. 팬데믹 상황에서 수천 가지 집안일을 하느라 바쁘게 지내고 싶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그는 기꺼이 노력했다. 그런 모습 때문에 나는 그를 사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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