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꽃향기를 그림에 담아


Guideposts 2021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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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향기를 그림에 담아


작품전시회를 앞둔 작업실에는 꽃이 가득했다. 해바라기와 장미는 물론 모란과 데이지, 동백과 수국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꽃들이 공간을 가득 채우고 있었다. 전시도 안 했는데 미리 꽃 선물이라도 받은 걸까. 꽃을 그리는 작가, 김은지의 작업 풍경을 상상하다 보면 이렇듯 사방에 꽃이 가득한 작업실을 떠올리게 된다. 그런데 작품을 자세히 들여다보니 뭔가 이상하다. 해바라기가 동백꽃과 같이 있다니, 여름 꽃과 겨울 꽃이 같이 피었네? 게다가 모란은 봄이고 데이지는 또 가을이다. 무슨 연유일까 하여 꽃들에 담긴 의미를 살펴보니 온유와 화평, 겸손과 절제, 자비와 양선, 오래 참음과 기쁨 등의 꽃말을 달고 있다. 아! 그래서 이렇게 봄 여름 가을 겨울이 한자리에 모였구나. 그러고 보니 그들은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계절을 따라 피어난 아름다운 존재들이자 동시에 그리스도의 향기를 내는 사람들의 성품을 담아내고 있었다. 




그림이 참 예뻐요. 꽃을 주제로 삼으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사실 그림 세계에서 꽃으로 작업을 하는 건 약간 기피 대상이에요. 뭔가 좀 흔하기도 하고 작품세계를 한정하는 느낌이 있죠. 제 경우는 신앙적 의미도 담았으니, 졸업 전시에서 종교화란 당연히 피해야 하는 주제였어요. 그런데 그래서인지 오히려 더 대놓고 그려 보고 싶었어요. 그것도 가장 아름답게 피었을 때의 자연스러운 꽃의 모습을요. 



남들이 피하는 주제를 일부러 선택했다고요?


네. 보통은 꽃을 그린다 해도 꽃이 시들어 가는 모습이나 아니면 피로 물든 꽃처럼 뭔가 신선하고 파격적인 것을 선호하죠. 그런데 제가 표현하고 싶은 것은 하나님의 사랑이었어요.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의 그 가슴 아픈 상황조차 저는 아름다움으로 표현할 수밖에 없어요. 거기엔 하나님의 지극한 사랑이 담겨 있으니까요. 꽃도 마찬가지예요. 자연의 모습에 담긴 하나님의 사랑을 그리는 거니까 생기 있고 아름다울 수밖에요.



꽃이 오히려 도전적인 작품 주제가 된 것이군요.


현대 미술의 경우, 현실 사회를 비판하는 내용이거나 아니면 굉장히 자극적인 주제를 담아내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전 왠지 모르게 그냥 좀 따뜻한 그림을 그리는 게 좋더라고요. 제 작품이 보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하기보다는 그들의 힘든 삶에 휴식이 되고 위로가 되는 것이었으면 좋겠어요. 행복하게 해주면 더 좋고요. 물론 너무 따뜻하고 예쁘기만 해서는 임팩트가 없어서 작가로선 불리할 수 있어요. 하지만 제게 주신 마음에 집중했고, 그렇게 하다 보니 이제 조금 제 그림이 뭔지 알 것 같아요. 제가 그림을 그리는 이유를요. 

작가님이 그림을 그리는 이유는 뭔가요?


그림 그리는 사람, 그건 어려서부터 제 꿈이었어요. 중간에 다른 걸 하고 싶은 적도 있지만 한길만 바라보고 왔죠. 그런데 졸업 전시를 준비하면서 ‘왜 하필 그림일까’ 하는 의문을 갖게 되었어요. 그때부터 하나님께 물었죠. 왜 나를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만드셨느냐고요. 당시 고린도전서 13장을 작품 주제로 결정했는데, 매일 주님과 대화하지 않으면 작품 구상이 되지 않았어요. 그때 알게 되었어요. ‘나는 그림을 통해서 예배하고, 그림을 통해서 찬양하는구나’라고요. 이전엔 제가 다른 누군가를 위해 그림을 그린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그때 제가 그림을 그리면서 기도하고, 그림을 그리면서 하나님을 찬양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이제야 내 그림을 그릴 수 있겠구나 했어요.  



그렇게 완성한 작품이 〈그리스도의 향기〉(2020)인가요?


맞아요. 가이드포스트와 인터뷰를 하게 된 계기를 제공해 준 작품이죠.(웃음)

 


작품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처음에 하나님의 사랑을 주제로 삼았을 때, 그 사랑이 생각보다 광범위하고 추상적이라는 걸 알았어요. 그래서 신약성경 고린도전서 13장이 정의하는 사랑에 집중했어요. 그때 발견한 사랑이란 이런 거예요. 어디에나 있지만 너무 당연해서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 많을수록 좋고 나눌수록 더 풍성해지는 것,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때 가장 자연스럽고 향기로운 것. 성경 말씀대로 사랑은 오래 참고 온유하며, 시기하지 않고 겸손하며, 친절하고 베푸는 것, 다른 사람의 행복을 축복해 주는 것입니다. 사랑은 꽃처럼 아름답고 또 향기로워요. 우리가 태어나 살면서 죽기 전까지 갖게 되는 가장 다양하고도 자연스러운 감정이기도 하고요. 제가 그린 해바라기, 동백, 프리지어, 양귀비, 모란, 진달래, 산당화, 데이지, 수국, 난, 장미, 능소화, 개나리, 카네이션은 온유, 화평, 겸손, 절제, 충성, 오래 참음, 희락, 양선, 자비 등의 뜻을 지니고 있어요. 이 꽃들에서 나오는 향기를 그리면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몰라요. 제가 그린 꽃들은 사랑은 이처럼 아름답고, 자연스러우며, 우리 주변에 언제나 존재하고 있다는 걸 얘기해 줘요. 



작품 설명을 들으니 더 좋은 거 같아요. 향기를 그리셨다는 표현이 인상 깊습니다.


네. 사실 향기를 그림으로 그리기 위해 많이 고민했어요. ‘그리스도의 향기’라고 할 때 그 향기를 어떻게 그림으로 그릴지가 참 어렵더군요. 그 모호한 느낌 그대로를 그린 것이 〈몽夢〉이라는 연작 시리즈입니다. 그리스도의 사랑을 향기로 해석하여 그 향기의 추상적인 면을 연구해서 그렸죠. 하지만 제 느낌 그대로 표현하지는 못한 것 같아요. 나중에 생각해 보니, 우리가 어떤 선을 볼 때, 선과 선이 이어지지 않고 중간에 끊어져 있어도 전체를 보면서 상상으로 그 선을 잇는 경향이 있잖아요. 그런 관점에서 보니 제가 굳이 향기를 그리지 않아도 꽃을 통해서 향기를 맡을 수 있겠구나 싶었어요. 

확실히 설명을 듣고 보니까 〈몽夢〉이라는 작품과 〈그리스도의 향기〉 사이에 연속성이 느껴집니다. 살면서 예술적인 영감을 받는 순간들은 주로 어떤 때인가요?


그림에 대한 아이디어는 어떤 하나의 사건으로 나오지는 않는 거 같아요. 그냥 길을 가다가, 어떤 장면을 보다가 문득 떠오르는 생각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그림으로 표현돼요. 가장 최근에 그린 그림을 예로 들면, 전시를 마치고 꽃 선물을 많이 받았는데 제 방에 두고 보니 너무 예쁜 거예요. 꽃도 아름답지만 꽃을 건네 준 그 마음들이 너무 예쁘다는 생각에 그걸 그림으로 담고 싶었어요. 꽃은 다 시들어 버렸지만 그림은 남아 있어서 볼 때마다 사람들의 마음이 생각나서 좋더라고요. 한편으로, 제 그림을 매개로 그분들과 마음을 나누게 되니까 작품에 대한 책임감이 더 생기는 것 같아요. 예전보다 좀 더 무겁게 느껴져요. 



그림 그리는 사람과 함께 미술 선생님도 꿈꾸고 계신다고 들었습니다.


네. 맞아요. 얼마 전에 저희 교회에 배우 신애라 씨가 오셔서 간증을 해 주셨는데요, 아이들을 사랑하는 게 자신의 달란트라고 하더군요. 그거 원래 제 말인데.(웃음) 저도 아이들을 사랑하는 은사가 있거든요. 신애라 씨가 하나님이 아이들을 사랑하는 그녀의 달란트를 더 잘 사용하기 위해 자신을 배우의 길로 이끄셨다고 하더군요. 천국에 가는 사람들도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이고, 하나님께서 좋아하시는 사람들도 어린아이와 같은 사람들이래요. 저는 아이들이 정말 사랑스러워요. 한 가지 더 말씀드리자면, 저는 특수교육에도 관심이 많아요. 특수학교에 가서 미술교사를 하는 것도 물론 좋은데, 그보다는 교육 정책을 다뤄 보고 싶어요. 아이들이 학교를 졸업하고 이 사회에 잘 녹아들어서 평범하게 살아가도록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모두가 그런 달란트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저도 처음에는 의문이 들었어요. 내가 그냥 기독교인이라서 착한 모습을 보이려는 건 아닌가 하고요. 우리 사회에 사회적인 약자가 많잖아요. 예를 들면, 난민도 있고 독거노인도 계시고, 심지어는 동물일 수도 있고요. 그런데 저는 그중에서도 특히 특수아동을 볼 때면 그저 마음이 아프다 정도가 아니라 내가 뭔가 해줄 수 있는 게 없을까, 내가 무얼 해야 이 아이들이 잘 살아갈 수 있을까를 생각하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아, 이게 하나님이 주신 마음이 맞구나, 이런 마음도 달란트겠구나 하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그런 꿈을 꾸고 계시는 분들이 주변에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앞으로도 작가로서, 또 미술 선생님으로서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일에 쓰임 받게 되기를 바랍니다. 마지막으로, 미술관에 간다거나 혹은 미술이 어렵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은데요, 그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요즘 코로나 영향도 있지만, SNS나 인스타그램을 통해서 작품을 가깝게 볼 수 있어요. 많은 작가분이 미술 작품이나 소품을 온라인으로 전시하거나 판매하고 있거든요. 꼭 미술관에 가지 않아도 미술 작품과 친해질 수 있는 통로는 많아요. 국악의 경우도 다양한 장르와 접목하고 컬래버하면서 대중들에게 가까이 다가가고 있듯이, 미술도 다양한 시도를 통해 사람들에게 가까이 가고 있습니다. 저도 말씀으로 작업하는 동료와 함께 아트 용품을 기획하는 중입니다. 크리스천 예술가들의 행보를 위해서도 기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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