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계속 자두여도 괜찮아


Guideposts 2022 |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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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자두여도 괜찮아


오랜만에 옛날 노래가 듣고 싶어 유튜브에서 ‘가수 자두’를 검색했다. ‘김밥’ ‘대화가 필요해’ ‘잘 가’ 등 데뷔 때부터 독특한 음색과 콘셉트로 차트를 점령하던 그들이었다. 그런데 의외의 검색 결과가 나왔다. 자두의 히트송 외에도 그녀가 부른 꽤 많은 찬양과 간증이 올라와 있었다. 그렇게 그녀의 변화된 모습을 따라가다 보니 그다음 이야기가 듣고 싶어졌다. 잘 짜인 대본이나 오래 준비한 원고보다는 그냥 ‘요즘 무슨 생각하며 살아?’를 물어보고 싶었다. 그리고 돌아온 대답은 생각보다 더 단단했다.




그때 그 시절을 돌아보면 어떤 생각이 드세요?


벌써 20년 전이네요. 근데 그 시절을 다시 볼 수 있게 된 지는 몇 년 안 돼요. 그때의 제 모습을 잘 못 보겠더라고요. 정말 오랫동안 못 봤어요. 그때를 생각하면 뭔가 되게 부족하고 완전하지 않다는 느낌, 때론 창피하고 수치스럽기도 한 그런 느낌이 들었거든요. 



왜요? 그 시절을 기억하는 팬들도 많을 텐데요. 


한동안은 제가 제 모습을 가엽게만 바라봤던 거 같아요. 많은 시선에 노출된 삶을 일찍부터 살다 보니까 자기 객관화보다는 그저 남들이 말하는 내가 나인 줄 알았던 거죠. 지금 보면 귀여워요. 세상에, 무슨 정신으로 저렇게 살았을까 싶을 정도로 무모함이 안쓰럽기도 하고, 또 그렇게 무모할 수 있었던 젊음이 그립기도 하고요. 모르겠어요. 지금도 젊으니까 그때의 무모함이 꼭 젊음이라고 말할 수는 없는 거 같아요. 그냥 요즘은 예전의 내 모습이 그냥 귀여워 죽겠어요.



오랫동안 자기 영상을 못 보셨다는 게 놀라워요.


그러게요. 과거를 바라보는 관점이라는 게 언제 그것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달라지잖아요. 당시의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투영되어 과거를 조망하듯이, 한동안 저는 자기연민으로 과거를 들여다본 거 같아요. 그리고 사실 저는 원래 ‘자두’가 될 마음도 없었어요. 제 주변의 사람들이 아이돌이나 연예인을 좋아할 때 저는 김목경 선생님이나 신중현 선생님 공연을 보러 다니던 록키드였거든요. 저는 연예인들을 부러워한 적이 없어요. 그룹 더자두가 잘돼서 돈도 많이 벌고 차트에서 1위를 차지할 때도, 제가 부러웠던 건 오로지 자기 음악을 하는 사람들이었어요. 물론 좋기도 했죠. 생각지도 못한 대중의 환호를 받았을 때 누가 싫다고 하겠어요. 그래도 늘 마음 한구석엔 자기 밴드 만들어서 자기 음악하는 사람들이 부러웠어요. 나도 이것만 지나면 내 거 보여 준다 하는 마음이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랬군요. 지금 다시 들어도 독보적인 보이스예요.


이젠 저도 알아요. 이 목소리를 가지고도 왜 창피해하고, 왜 음악을 쉬었을까 싶죠. 그래서 최근에 재즈 피아니스트 오화평 씨와 둘이서 피아노와 목소리 하나로 앨범을 만들 계획을 하고 있어요. 서로에게 은혜가 되었던 곡들 중에서 골라 CCM 앨범을 만들려고요. 



정말요? 너무 기대됩니다.


사람들은 제가 CCM 앨범이 한 열 장 있는 줄 아시더라고요. 저 이번이 처음이거든요. 저희만이 할 수 있는 저희의 언어로 만들어 볼 생각이에요. 찬송가도 좋고, 예전에 부르던 오래된 고백들을 저희 스타일로 다시 불러 보고 싶어요. 그동안 큰 회사에만 있다가 지금은 아무것도 없이 하려니까 걱정도 되지만 그렇다고 돈이 없다는 이유로 대충 할 생각은 없어요. 어쨌든 나중 얘기예요. 앨범 나오면 다시 불러 주세요.(웃음)



저도 CCM으로 발표하신 곡이 있는 줄 알았어요. 유튜브에서 ‘가수 자두’를 검색하면 찬양을 부르는 영상도 꽤 있고요.


제가 지금 세상 애매한 카테고리에 있어요.(웃음) 종교인도 아니고 사역자도 아니고 이젠 연예인이라고 하기도 그런데 잊을 만하면 방송엔 또 나가고. 그 와중에 주보에는 자두 사모라고 적혀 있죠. 처음엔 저도 이런 애매함이 싫어서 ‘자두’를 하나님이 가져가시든 어떻게 해달라고 한 적도 있어요. 그런데 이젠 자두라는 이름이 그 자체로 본질도 아니고, 그래서 복음이랑 무슨 상관인데 라는 생각이 들어요. 보이는 것이 전부도 아니고, 하나님께서는 모든 상황을 선하게 사용하시니까요. 지금은 정말로 It doesn’t matter! 아무 상관 없어요. 60대에 자두건, 70대까지 자두건, 김밥을 20년을 더 부르건 말건. 



말씀하시는 것에서 자두님의 신앙고백이 느껴져요.


제가 연예계에서 온갖 일을 다 겪었잖아요. 법적인 문제에도 얽혔고, 질릴 만큼 당해 보기도 했고,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묶여 보기도 했어요. 고립의 시간이었죠. 그런데 지금 생각해 보면 나는 멈춰 있었지만, 내 안에서 운행하시는 하나님을 더 역동적으로 발견하는 시간이었기에, 그 시간은 거룩한 고립의 시간이었어요. 저를 찾기 위한 이 ‘멈춤의 시간’이 없었다면 저는 진작에 없어졌을지도 몰라요. 그때 제가 발견한 것이, 고통은 하나님의 계획 안에 없지만 고통에 대한 계획은 있다는 거였어요. 하나님이 너 한번 당해 봐라, 너 한번 혹독하게 훈련받아 봐라 하시는 분은 아니잖아요. 제게는 긴 터널 같았고, 안 끝날 것만 같았고, 광야와도 같고 사막과도 같았지만, 돌이켜 보면, 하나님은 이미 저의 고통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 계셨던 것 같아요. 지금은 그냥 단순하게, 이게 예수님의 복음과 무슨 상관일까만 생각해요. 제가 다 모르는 것이 있어도, 모르는 걸 모르는 게 지혜더라고요.  



고립의 시간을 지나며 생각이 단단해지신 것 같아요. 


지금 제 생각은 내일 바뀔 수도 있어요. 하나님은 끊임없이 사고를 확장 하시는 분이죠. 제가 아무리 하나님을 다이내믹하게 경험했다고 해도 하나님이 그것으로 설명되는 분이 아니시죠. 간증할 때면 유한한 말과 유한한 시간 안에 하나님의 무한하심을 표현하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하나 확실한 건, 저는 원래 엄청 종교적이고 율법적인 사람이라는 거예요. 자신을 되게 엄격하게 옭아매죠. 그렇게 살아야 자기만족이란 게 생기거든요. 재작년인가 다니엘 기도회를 인도할 때 저의 주제가 ‘기쁨’이었어요. 솔직히 ‘나도 순종이나 헌신 같은 거 좀 해주시지 무슨 기쁨이냐. 나 딴 거 하고 싶어요’라는 마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하나님께서 기쁨이야말로 높은 영적 차원의 것임을 알려 주셨어요. 그리고 저에게 주신 부르심이 기쁨이라는 것도요. 

저희 교회는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국제 교회예요. 그렇다 보니 하나님을 믿는 형식도 이 사람 나라에선 안 되는 게, 저 사람 나라에선 되고 그래요. 삶의 형태도 다 다르고 방법도 서로 다르지만 예수님을 사랑하는 마음은 같죠. ‘달라야 돼’도 아니고 ‘다른 게 맞는 거야’도 아니에요. ‘달라도 괜찮아’가 된 거죠. 지금도 저는 여정 가운데 있고, 앞으로 제가 발견해 나갈 하나님이 더 많기 때문에 제 생각이 딱 이거다라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찬양을 부르실 때 어떤 마음인가요?


마음이 우선 준비되어야 하는 게 찬양인 줄 알았던 때가 있었어요. 그런데 찬양은 준비되어 있는 자만이 할 수 있는 게 아니더라고요. 찬양은 그냥 저한테 심폐소생술과도 같아요. 멈추려고 할 때마다 하나님이 불어넣어 주시는 생기와도 같고 생명과도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할 수 있는 게 찬양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도는 안 될 때가 많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은 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거더라고요. 예전에는 제가 상태가 안 좋으면 막 기도해 달라고 여기저기 말하고 그랬어요. “저 지금 찬양해야 하는데, 간증해야 하는데, 기도 좀 해주세요” 이렇게요. 근데 지금은 ‘내 마음이 힘드니까 찬양하지’ ‘내가 상태가 안 좋으니까 찬양하지’ ‘그게 찬양이지’라고 생각해요.



배우자분과 함께하는 사역에 대한 비전이 있나요?


원래 있었어요. 장대했죠.(웃음) 지금은 어떤 사역적인 비전이 아니라 그냥 하나님의 비전이 있는 곳에 잘 가 있으면 좋겠다는 게 제 비전이에요. 닫으면 닫으시는 곳에 있고, 열면 여시는 곳에 있고 싶어요. 닫히면 닫힌 문 앞에서 잘 기다리고, 그러다 열리면 ‘어, 열렸네’ 하고 바로 알아보고 나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너무 단순하죠? 근데 어려워요. 그렇지만 꼭 잘 분별해야만 옳게 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쨌든 하나님이 하실 거고, 저는 여전히 실수할 수 있으니까요. ‘완벽한 하나님께 완벽하게 사랑받는 불완전한 사람’, 제 배우자가 알려 준 말이에요. 이런 마음을 받았다는 게 참 부럽고 질투 나요.(웃음) 그래도 그 말이 참 좋아요. 불완전한 저이지만 이대로도 행복합니다. 



크리스천 아티스트나 지망생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아요.


제가 뭐라고요.(웃음) 요즘은 좀 바뀌고 있는 것 같지만, 우리나라에서 CCM이라는 장르는 세분화되어 있지 않아요. 어쨌든 CCM을 하려는 사람 중에 CCM을 세상으로 나가기 위한 발판으로 삼는다든지, 과정에 불과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는 거 같아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CCM이라는 장르는 그 자체로 최선을 다해야 할 분야예요. 대충해도 은혜받으면 된다는 마인드는 더 발전하기 어려워요. 물론 CCM이 반응도 별로 없고 그렇다 보니 생계유지가 어렵다는 건 잘 알고 있어요. 교회도 이러한 문화생태계를 위해 재정을 사용하기 꺼리죠. 이젠 바뀌어야 해요. 그럼에도 이것을 과정이나 거쳐 가는 단계로 여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나만의 시편이고 나만의 찬양이니 여기서 내 삶을 풀어 낸다고 생각하면 좋겠어요. 물론 그게 꼭 CCM이 아니어도 괜찮아요. 그렇게 벽을 허무는 생각을 가지면 좋겠어요.



꼭 아티스트 지망생이 아니라 해도 신앙에 적용해 볼 만한 말씀인 거 같아요.


제 눈의 들보를 먼저 빼야 할 사람이 한 말이에요. 그냥 하나님 앞에서 정직하게 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서 드린 말씀입니다. 말씀처럼, 지금 여러분의 삶은 그저 지나가는 과정이나 단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님 앞에 드리는 여러분만의 시편이고 찬양이에요. 시가 되고 찬양이 되는 지금을 살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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