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를 사랑하세요


Guideposts 2022 | 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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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2 | 03

나를 사랑하세요


“하나님의 부르심이 제겐 참 생뚱맞은 거 같았어요.” 스파더엘 이미나 대표가 인터뷰 중에 한 말이다. 그 말이 맞다. 선교사 지망생에서 방송인으로, 방송인에서 사업가로, 그 와중에 상담학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대학에서 학생을 가르치면서, 무려 다섯 아이의 엄마이기도 하다. 인생 여정이 다이내믹하여 어찌 된 연고인지 물으니, 자기를 부르시는 부르심에 순종했을 뿐이라는 속 편한 답이 돌아왔다. 워낙 믿음이 좋아서인지 아니면 원래 생뚱맞은 사람이라 그런지 모르겠다. 그래서 확인해 보기로 했다.






이력이 참 다양한데 서로 어떻게 연결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그렇게 보일 수 있어요.(웃음) 처음 선교학과를 들어갈 때만 해도 내가 어느 나라로 떠나야 할지를 두고 기도했죠. 그러던 중 하나님께서 방송 선교에 대한 비전을 주셨고 방송인의 삶을 한 십 년 정도 살았어요. 신학생이 갑자기 방송을 한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저는 나름대로 방송을 통해 선교에 대한 비전을 꿈꾸고 기도했죠. 그러다 하나님께서 다시 새로운 문을 열어 주셨는데, 사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이 회복되도록 쓰임 받고 싶다는 마음을 주신 거예요. 지금 운영하는 ‘스파더엘’이 그렇게 시작되었죠. 오픈할 때부터 현대인들을 위한 심리상담과 마사지 테라피를 접목했어요.  



상담과 마시지요?


네. 하나님이 우리를 너무 존귀하게 만드셨는데 내가 나를 사랑하는 마음이 없으면 아무리 예뻐도 내가 멋지다는 생각이 잘 안 들거든요. 우선 마음이 평안하고 내 안에 기쁨이 있어야 내 모습을 바라보는 내 생각도 달라질 수 있어요. 단지 외모만 예쁘게 가꾼다고 해서 이 평안과 기쁨이 생기지 않죠. 그러니까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바라볼까보다는 내가 나를 바라볼 때 나의 모습이 어떠한지가 더 중요한 거예요. 이것이 먼저 회복되어야 정말 존귀한 존재로 살아갈 수 있겠구나 하는 걸 깨닫고 마사지 테라피와 상담을 접목하게 됐어요. 실제로 상담해 보면 이게 정말 사람을 살리는 너무나 중요한 도구구나 싶어요. 최근에는 복음적 기준에서 상담을 더 깊이 공부하고 싶어서 기독교 상담학을 공부하기 시작했어요. 한편,  ‘힐링 라방’이라고 인스타그램 같은 SNS를 활용해서 당신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 사람인지를 상기시키는 일도 하고 있어요.



그렇군요. 그런 상담이 마사지 테라피와는 어떻게 연결이 되나요?


방송 일하면서 제 의도와 상관없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났고, 다양한 경험을 했어요. 그중 가장 강렬한 경험이 바로 마사지 테라피였어요. 아, 이 터치라는 게 하나님이 주신 선물이구나. 사람들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따뜻한 체온을 느낄 때 굉장한 치유를 경험해요. 실제로 저희 고객님들 중에 마사지 받으면서 우는 분들이 되게 많아요. 테라피스트들의 따뜻한 손길이 머리부터 발끝까지 다 만져 주니까 한순간에 마음이 열려 버리는 거예요. 내가 이렇게 소중하구나, 내가 이렇게 가치 있는 사람이구나, 나는 왜 나를 이렇게 사랑해 주지 못했을까, 하며 생각의 전환이 일어나는 거죠. 

그런 경험과 생각들이 모여서 지금의 프로그램을 만들게 되었군요. 보통 신학과 상담학을 공부했다고 하면 몸보다는 마음이나 영혼에 대해 말씀하실 것 같은데 ‘몸’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같아서 궁금했습니다.


제 주변엔 사역자들이 많아요. 자주 만남을 갖는 분들 중에는 목회자 가정도 많고요. 그런데 그분들은 대개 자신의 마음을 정직하게 나누는 모임이 없더라고요. 뭔가 흔들리지 않는 단단함이 있을 것 같지만, 실제로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마음이 행복하지 않은 분들이 종종 있어요. 그분들은 나를 위해서 화장품 하나 사는 것도 죄라고 생각하세요. 저희 어머니도 그러셨거든요. 제가 리포터 일을 하다 보니 당연히 옷도 많이 사게 되고 자기 관리도 신경을 많이 썼어요. 그때마다 어머니는 너 그렇게 돈 쓰는 거 하나님께 묻고 쓰는 거냐고 물으셨죠. 제 고객 중에는 목회자 사모님이 꽤 많은데, 그분들이 하는 말씀이 있어요. 나를 위해 화장품을 사러 온 게 처음이라고.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내가 내 몸을 아끼고 관리하고 소중하게 다루는 것이 그 시작이 되었으면 해요. 저희 아버지도 목사님이에요. 그런데 정말 너무 열심히 사역에만 몰두하시죠. 아버지한테 제가 잔소리처럼 하는 얘기가 있어요. 아빠, 아빠 몸을 더 소중하게 여기셔야 해요. 주님의 나라를 위해서 열정적으로 일하는 건 존경스럽지만, 그 일을 위해서도 건강을 관리해야 해요. 아버지가 몸은 돌보지 않고 영적인 것만 추구하는 게 안타까워서 저도 모르게 잔소리를 하게 돼요.



그래도 사업은 방송 일과는 다른 영역이잖아요.


맞아요. 경험도 없이 무작정 이 일에 대한 가치만 확신하고 시작했어요. 하지만 제겐 이런 확신이 있었죠. 하나님은 능치 못할 일이 없으시니 그분이 이루고자 하면 이 일을 준비시키시고 또 문을 열어 주실 것이라고요. 방송인이 사업가로 변신한다는 건 한마디로 도전이죠. 하다못해 직장생활도 제대로 해 본 적 없으니까요. 그럼에도 주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에 주저없이 순종으로 동참하고 싶었어요. 늘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스파더엘’ 홈페이지에 ‘이곳은 주님의 기업’이라고 적혀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그런 말 많이 들었어요. 너 그렇게 티 내면 사업 망한다는 거죠.(웃음) 실제로 사업을 시작하고 오랫동안 힘들었어요. 거의 8년 동안 적자였으니까요. 이렇게 공개적으로 신앙을 표현하는 것이 하나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에겐 불편할 수 있겠다고 생각하지 않은 건 아니에요. 이렇게 신앙을 걸고 하는 게 정답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아요. 다만 이 일이 하나님이 하시고자 하는 일이라는 확신 때문에 그랬어요. 어쩌면 이렇게 선포함으로써 저 자신과 마음가짐을 지키고 싶었는지도 모르겠어요. 왜 이런 거 있잖아요. 저희 회사 전화 연결음이 찬양이라면 누구에게 전화가 와도, 주님의 이름을 위해 최선을 다하게 되잖아요. 저는 이게 사업적으로 도움이 되느냐 안 되느냐를 떠나 그냥 저의 신앙고백을 따라 사업을 하고 싶었어요. 



어쩌면 대놓고 신앙을 드러내시는 게 고객들과 편하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드네요


그럼요. 상담을 하다 보면 복음이 안 나갈 수가 없어요. 당연히 크리스천이 아닌 분들과도 상담을 많이 하거든요. 물론 처음부터 하나님 이야기를 꺼내지는 않죠. 내담자와 서로 충분한 라포(상담을 위해 상대방과 형성되는 친밀감이나 신뢰감‒편집자 주)가 형성되면 자기 경험을 오픈하는 때가 와요. 그때 하나님 이야기를 꺼내요. “저도 그렇게 힘들던 때가 있었는데, 저의 경험을 한번 나눠도 될까요? 제 경우 일반적인 경험은 아닐 수 있지만 저는 정말 하나님을 만나면서 제 마음의 병이 치유되었거든요.” 이렇게요. 내담자가 자기 발로 걸어서 상담을 받으러 오는 경우는 정말 절박하게 살고 싶기 때문이거든요. 그분들에게 교회에 몇 번만이라도 나가 보라고 권해요. 혹시 가 보고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면 제가 보상해 드리겠다고도 하죠. 근데 지금까지 보상해 달라고 찾아오신 분은 한 명도 없어요. 

이런 질문을 드려도 될지 모르겠지만, 뷰티 업계에서 일하면서 다섯 아이를 키우고 계신데,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왜냐하면 흔히 아이를 낳고 나면 체형도 많이 변하고 몸도 상한다고 하잖아요. 그런데 스파더엘은 몸의 건강함이나 아름다움을 드러내야 하는 회사잖아요. 

자녀를 다섯이나 낳은 것은 아름다운 가정의 모범이 되고 싶다는 마음을 하나님이 주셨기 때문이에요. 오늘날 많은 가정이 위기 가운데 있잖아요. 맞아요. 출산하면, 더구나 다섯이나 출산하면 몸이 많이 상해요. 육아를 하다 보면 얼굴도 많이 상하죠. 하지만 선교학과에 다니다 방송인의 비전을 주셔서 생뚱맞게 방송인의 삶을 살았고, 방송인으로 잘 살다가 사업에 대한 비전을 주셔서 또 생뚱맞게 일을 벌인 것처럼, 제 안에 자녀에 대한 사명을 주셔서 당연히 순종했어요

마지막 사명이 제일 생뚱맞은 거 같아요.(웃음)

그렇죠. 원래 자녀를 많이 갖고 싶기도 했지만, 막상 첫째와 둘째를 낳아 보니까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게다가 육아와 일을 병행하는 건 정말 너무너무너무너무(실제로는 이보다 더 많이 말했다) 힘들어요. 남편도 원하지 않아서 둘째가 마지막인가 보다 했어요. 하지만 하나님이 계속 그 마음을 주셨어요. 그래서 셋째부터는 하나님이 주시는 용기와 확신으로 낳았어요. 이제 첫째와 둘째는 다 커서 고등학생과 중학생이고요, 그 아래로 다섯 살, 세 살, 두 살이에요. 저는 솔직히 남편만 원한다면 더 낳고 싶어요. 근데 남편이 이제는 정말 절대 안 돼! 해요.(웃음)

그 많은 일을 하면서 다섯 아이의 엄마라는 사실이 보면서도 믿기지 않아요.

이걸 제 힘만으로 했다면 당연히 힘들죠. 저는 정말 매일 하나님께 제게 새 힘을 주시지 않으면 다 감당할 수 없다고 기도해요. 이렇게 고된 시간을 통해 하나님이 어떤 일을 이루실지 저는 몰라요. 다만 계획이 있으시다고 믿으니까 순종했어요. 하나님께서도 저의 순종을 너무 기뻐하신다는 걸 매일 느껴요. 이제는 육아가 더 이상 힘들지 않거든요. 


수준 낮은 질문일 수 있지만, 대표님에게 아름다움이란 무엇일까요?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이란 마음과 외모가 어느 한쪽으로도 치우치지 않고 아름다운 거예요. 내면의 아름다움과 외면의 아름다움이 함께 갈 때 진정한 아름다움이 나온다고 생각해요. 외모 하면 연예인들이잖아요. 연애인들 중에는 그냥 바라만 봐도 흐뭇한 외모를 가졌으면서도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 의외로 많아요. 더 예뻐져야 한다고 자신의 외모를 탓하는 사람도 많죠. 내가 나를 아껴 주고 사랑하는 마음의 힘에서부터 아름다움은 시작된다고 봅니다.



대표님이 겪기도 한 그 마음의 병이 오늘날 많은 사람들이 앓고 있는 병이기도 하잖아요. 마지막으로 과도한 경쟁이나 기대 속에서 자신을 혹사하거나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한마디 해 주실 수 있을까요.


이런 말씀 드리고 싶어요. 난 망해도 괜찮아. 많은 사람이 실패하면 안 된다는, 잘돼야 한다는 강박 속에서 살고 있어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남과 경쟁하고 자신을 지나치게 힘든 상황으로 몰아넣죠. 남보다 잘돼야 한다는 생각은 끝없는 욕심을 불러와요. 끝없이 남과 비교하고 나의 부족을 끝없이 채우다 인생을 소모해 버리는 거죠. 

저도 비교의식이 한번 들어오면 내가 너무 초라해서 견딜 수가 없어요. 그래서 제 기도 제목이 사람이 아니라 하나님께 어떻게 보이느냐를 의식하며 살게 해달라는 거예요. 하나님 앞에서 부끄럽지 않은 인생을 살게 해달라고 기도하죠. 사실 남들은 생각만큼 나에게 관심이 없어요.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에 집중하기보다 나에게 집중하세요. 그리고 하나님께 집중하세요. 그러면 삶이 풍요로워질 거예요. 그게 잘 안 된다면 그냥 내가 무인도에 갔다고 생각해 보세요.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 내가 타는 차가 무슨 차이고 내가 나온 대학이 무슨 대학인지가 대수겠어요. 남의 눈이 아니라 나한테 집중할 때 이 순간을 행복으로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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