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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랑으로부터 끊을 수 없으리라


Guideposts 2024 |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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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4 | 5

그 사랑으로부터 끊을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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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하는 프로그래머’시죠. 성격이 전혀 다른 두 가지 정체성을 지니신 것이 인상적입니다. 본인 소개 부탁드려요.


지난 십수 년간 IT업계에서 일해 왔어요. 컴퓨터공학을 전공했거든요. 본업은 컴퓨터 프로그래머인 셈이죠. 현재는 월드비전에서 마케팅 시스템을 관리하는 업무를 맡고 있습니다. 아동 후원금을 모으는 시스템, 또 후원금을 통해 진행하는 사업 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업무예요. 한편으로는 개인 시간을 할애해 상담이나 코칭을 하기도 해요. 요즘은 조금 뜸하게 하고 있지만요.(웃음) 심리 도구를 활용해 각 사람의 기질과 성격에 대한 이해를 도움으로써 본인의 기질에 맞는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안내하는 역할을 하죠. 저 또한 그러한 과정을 통해 도움을 받았고요.



IT 벤처기업에서 첫 사회생활을 시작한 이후 대기업을 거쳐 월드비전으로 이직을 하셨어요. 비영리기관인 NGO에 몸담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살다 보면 어떤 시점에 ‘반드시 이걸 해야겠다’ 하는 강렬한 마음이 드는 순간이 있거든요. 전 직장에서 이직을 결심할 무렵 머릿속에 NGO가 떠올랐어요. 당시만 해도 NGO에 대해 잘 알지도 못했는데 무작정 취업 공고를 뒤졌죠. 아마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거예요. 휴직 중에 IT업계 외의 기업들을 알게 되었거든요. 무엇보다 그 시기에 하나님을 믿게 되었고요. 때마침 월드비전에서 IT팀 채용 공고를 냈더라고요. 제가 마음먹으면 바로 실행하는 성격인지라 망설이지 않고 지원했죠.



일반 기업과 NGO 간에 차이가 있던가요?


사실 업무 내용은 전혀 차이가 없어요. 시스템을 관리하거나 신규 서비스를 개발하는 등의 업무니까요. 하지만 기업의 운영 방식은 달라요. 청지기 정신으로 재정을 다루고 투명하게 경영하죠. 귀찮을 정도로 세세한 것까지 하나하나 관리하시더라고요. 전 직장에서는 느껴 보지 못한 점이에요.(웃음) 그보다도 크게 다른 부분이 있어요. 바로 제 마음이요. 누군가의 배를 불리는 영리 기업과는 달리, 주리고 목마른 사람들을 살리는 곳에서 일한다는 사실만으로도 큰 보람을 느끼죠. 덕분에 일하는 마음가짐과 자세도 바뀌었어요.



현재의 일터에서 누리는 유익은 무엇인가요?


전 직장에서는 동료끼리 얼굴 붉히는 일을 꽤 자주 봤어요. 또 음주 문화도 있었고요. 하지만 월드비전은 함께 예배하는 공동체죠. 매일 아침 경건회로 하루를 시작하고, 수요일마다 예배를 드려요. 일터의 문화와 환경,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바뀌니 제 마음이 평안하더라고요. 

부족한 실력이지만 수요 예배 때 찬양단으로 섬길 수 있는 것도 큰 기쁨이에요. 사실 제가 하나님을 만나게 된 것도 찬양 덕분이라서 찬양에 애착이 많거든요.(웃음) 월드비전에 입사한 후 찬양단 싱어로 서고 싶은 마음이 있었는데 모집 공고가 올라오지 않더라고요. 그러던 어느 날 엘리베이터에서 목사님과 마주치게 되어 조심스레 여쭈었더니 흔쾌히 찬양단에 들어오라고 하시더군요. 그래서 섬기게 되었어요.

한편으로는 아동 후원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원래 저는 기관을 통한 후원을 그리 신뢰하지 않는 편이었는데, 월드비전에 입사하고 나서 저의 편견이 다 깨졌어요. 현재 두 아동을 후원하고 있는데, 그중 제 딸아이와 결연한 아동은 좀 더 특별해요. 저희 월드비전은 아동이 후원자를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있는데, 제 딸의 사진이 그 아동에게 선택되었거든요.(웃음) 후원을 통해 서로의 꿈을 나눌 수 있는 관계가 되면 좋겠어요.

원래는 일만 바라보고 질주하는 지독한 워커홀릭이셨다고요. 인생의 ‘분기점’으로 삼을 만한 사건이 있었나요?


2018년, 그즈음부터 인생이 점점 바뀌어 갔죠. 그전까지는 일에만 파묻혀 살았거든요. 3년 근속하면 주어지는 리프레시 휴가도 반납할 정도로요. ‘인정 욕구’ 때문이었어요. 일한 만큼 돌아오는 보상과 신뢰에 취해 힘든 줄도 모르고 저 자신을 혹사했던 거죠. 10년이 넘도록 쉼 없이 달리기만 한 저에게 3주의 유급 휴가가 주어졌어요. 그때 문득 여행을 떠나야겠다는 결심이 서더라고요. 아내를 설득한 끝에 일주일의 자유 시간을 허락받아 홀로 제주도 여행을 떠났어요. 난생처음 나 자신을 다독이는 그 시간이 그렇게 감격스럽고 위로가 되더라고요. 그곳에서 저는 10년 동안 했던 생각의 10배, 100배의 생각을 했어요. 저 자신, 가정, 일…. 달라져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그 여행 이후 책을 읽기 시작했어요. 놀랍게도 새벽 기상을 지속하게 되었고요. 이전 직장에서는 아침잠이 많아 자주 지각하는 저를 빗대어(첫 직장에서 ‘찰스’라는 이름으로 불렸어요) ‘찰스타임’이라는 시간 개념이 생겨날 정도였거든요. 그런 제가 새벽에 일어나 책을 읽고 운동을 한다는 건 기적에 가까운 일이었죠.



‘찰스타임’을 거슬러 새벽 루틴을 지속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을 텐데요.


함께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안정적으로 지속할 수 있었어요. 물론 제 안의 절실함도 한몫했고요. 그 시기에 모 교육기관의 ‘자기혁명캠프’에서 만난 사람들과 함께 새벽을 깨우며 서로의 꿈과 목표를 독려했죠. 매일 계획을 작성해서 올리고, 바인더에 성공과 실패를 기록해 나가니까 더욱 동기부여가 되더군요. 달리기를 통해 체력을 기른 것도 루틴을 지속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어요.



상담과 코칭을 접하신 것도 그 무렵이겠군요.


맞습니다. 당시 여러 가지 강의를 들었어요. 자기혁명캠프를 비롯해 1인 기업가 과정, DID 강연 코칭 과정, 블로그 과정, 창업 멘토링 과정, 한국코치협회 KAC 과정, 브리젠 마케팅 전문가 과정, 유튜브 과정, 다원재능심리학 전문가 과정… 정말 많죠?(웃음) 이 과정들에 임하는 동안 저는 상담과 코칭을 ‘받는’ 사람이 아닌 상담과 코칭을 ‘하는’ 사람이 되어 갔어요. 컴퓨터 앞에 앉아 코딩만 하던 제가 ‘마당’이라는 모임을 만들어 토크쇼 사회를 보고, 그 수익금으로 보호종료아동을 돕는 활동을 하기도 했어요. 한편, 제게 상담과 코칭을 받으시는 분들이 제 앞에서 하염없이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보며 저 자신도 치유되는 것을 경험했죠. 이렇게 일련의 과정 가운데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제 마음 문을 두드리시는 하나님의 손길을 느낄 수 있었어요.



하나님을 향해 마음 문을 열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요?


사실 저는 오랜 시간 교회를 멀리했어요. 어린 시절의 상처가 깊었거든요. 모진 시집살이로 버거운 삶을 사시던 어머니는 어린 저를 많이 혼내고 야단치셨어요. 그러다 언제부터인가 제가 자주 코피를 쏟자 죄책감을 느끼신 어머니가 교회를 다니기 시작하셨죠. 한번 코피가 쏟아지면 7, 8시간 동안 멈추지 않았거든요. 어머니는 하나님을 영접하신 뒤 매일 눈물로 회개 기도를 하셨어요. 마침내 저의 코피가 기적적으로 치유되자 더욱 독실하게 하나님을 섬기셨죠. 그런 어머니를 핍박하는 아버지의 폭력이 시작된 것도 그 무렵이에요. 유년 시절의 공포 어린 기억에 붙들려 살던 제가 다시 하나님을 떠올리게 된 건, 여러 과정 가운데 만난 분들에게서 들은 믿음의 고백 덕분이었어요. 마치 하나님이 수많은 사람들을 보내어 저를 가르치고 계신다는 생각이 들었죠. 그러다 어느 날 문득 군 시절 들었던 찬송가 ‘너는 내 아들이라’를 떠올리게 되었어요. 차 안에서 그 곡을 틀어 놓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몰라요. 그렇게 어머니의 간절한 기도가 30년 만에 결실을 보게 되었죠.

하나님을 영접한 후 본인의 삶과 가정에 일어난 변화가 있다면요.


사실 워커홀릭으로 살던 지난 세월 동안 가정을 소홀히 했어요. 회사에서 인정을 갈구하며 무슨 일이든 도맡아 하고 밤늦도록 음주 가무를 즐기는 일상이 계속되니 아내와 사이가 좋을 리 없었죠. 한번 다투면 일주일에서 한 달 이상은 대화를 하지 않았고, 아내가 저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분노가 치밀면 물건을 집어던지며 난동을 피우기도 했어요. 제가 그토록 증오하던 아버지의 모습을 재현하고 있더라고요.

교육을 받기 시작한 뒤 아내에게 감사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어요. 다섯 개의 감사 제목을 적어 메신저로 전달했죠. 처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썼다 지웠다 썼다 지웠다 반복하며 며칠을 망설였어요. 월요일에 적은 메시지를 금요일에야 전송했죠. 요즘은 감사 메시지 대신 매일 아침 포옹을 해요. 이러한 감사와 사랑의 표현을 통해 차츰 서로의 마음이 변화되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인생의 목적이 바뀌었다고 해야 할까요. 매일 눈물로 기도하며 제가 앞으로 나아갈 길을 고민했어요. 온전한 저의 십자가를 지고 복음을 전파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열망이 일어났죠. 우선은 지금 이 순간 내가 잘할 수 있으면서 가치 있는 일을 하자는 생각에 NGO 기업에 몸담게 된 것이고요.



신앙생활을 하다 보면 영적인 슬럼프가 찾아오기도 하잖아요. 어떻게 다스리시나요?


쉽지 않죠. 저는 찬양을 통해 회복을 경험하는 편이에요. 그래서 마음이 곤고하고 믿음이 흔들릴 때면 찬양 집회에 가곤 해요. 신앙생활과 가정생활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되도록 귀가가 늦어지지 않도록 주의하죠.(웃음) 아직 아내가 하나님을 영접하기 전이라서 선한 영향력을 끼치도록 노력하고 있습니다.



어머니의 신앙의 태도 가운데 본받고 싶은 점이 있다면요?


아버지께 핍박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신앙을 지켜 내신 점이요. 한번은 아버지한테 얼굴을 많이 맞으셨는데, 다음 날 목사님과 성도들이 저희집에 방문해 예배를 드리고 계시더라고요. 그날 어머니께서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목에 칼이 들어와도 신앙생활을 포기 못한다고 말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후회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머니 안에 믿음의 심지가 굳건히 서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점을 닮고 싶어요.



기질이 곧 재능이라는 모토로 ‘재능 엑셀러레이터’로도 활동하고 계시잖아요. 본인의 진정한 기질을 깨닫고 올바른 방향으로 다스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신앙인의 관점에서 보면 기질은 하나님이 각자에게 부여하신 선천적인 특질이죠. 예를 들어 ‘이기적’이라고 평가되는 사람의 경우, 긍정적인 측면에서 그 사람의 기질은 목표지향적이고 진취적일 수 있어요. 어떤 면을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기질이 더 잘 발현될 수도 있고 잘못 발현될 수도 있는 것이지요. 어떤 면에서 현대인들의 고민과 스트레스의 원인은 각 개인의 고유한 심리적 기질을 인정해 주지 않는 사회적 흐름 때문이 아닌가 해요. 자신의 기질을 스스로 깨닫고, 또 그 기질을 누군가 알아주고 인정해 줄 때 더 좋은 방향으로 발현될 수 있겠죠. 하지만 기질만 안다고 되는 일은 아니에요. 그에 앞서 하나님을 알아야 하죠. 기질을 부여한 분이 하나님이시니까요.

블로그에 본인의 다섯 가지 재능을 적어 두셨던데요. 그중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재능이 있다면요?


저마다 어떤 방식으로 어떤 일을 할 때 이 방식이 옳다는 느낌을 받는 지점이 있잖아요. 저는 도전과 성장 의지가 강한 편이에요. 어떤 일을 할 때 리드하며 성장해 가고 싶어 하죠. 그러한 심리적 기질은 저의 큰 강점이기도 해서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아요. 다만 재능과 기질을 아는 것에 그치지 않고 겸손하게 사용해야 해요. 모든 재능은 좋고 나쁨이 없고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이 공존하기 때문이에요. 저의 재능은 조금만 틀어져도 교만과 독선으로 둔갑될 수 있음을 저는 아주 잘 알고 있어요. 그래서 주의하려 하고요.



재능을 통해 이루고 싶은 비전이 있으신가요?


저와의 상담을 통해 회복된 가정들이 모여서 교제하고 예배하는 커뮤니티를 만들고 싶어요. 함께 모여 서로의 삶과 고민을 나누고 또 기도하는 공동체를 이루면 좋겠어요.



끝으로 믿음의 가정을 이루기 위해 가훈으로 삼고 싶은 성경 구절을 말씀해 주세요.


로마서 8장 38절 말씀이요. “높음이나 깊음이나 다른 어떤 피조물이라도 우리를 우리 주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에서 끊을 수 없으리라.” 저는 제 안에 사랑이 없다고 느끼고 있고, 또 그 사실을 알고 있기에 하나님의 사랑이 없이는 가정이든 어디든 사랑을 전파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오로지 하나님과 동행할 때에만 저의 사랑이 흘러갈 수 있다는 믿음으로 저의 가정에서부터 그리스도 예수 안에 있는 하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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