ㅡ
글 박세정 편집장
저는 다른 사람들보다 적게는 두 달, 보통은 그보다 여러 달 앞서 살고 있습니다. 월간지를 만드는 일이 그렇습니다.
처음 잡지를 만들던 20대 때의 일입니다. 마감 때면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고 월간지라 돌아서면 마감이고 또 돌아서면 계절이 바뀌어 있고… 그렇게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지내니 돈 쓸 시간이 없어 쥐꼬리만 한 월급이었지만 저축은 가장 많이 하던 시절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마감을 끝낸 후 정신을 차리고 졸린 눈으로 주위를 둘러보니 선배들이 모두 싱글인 채로 나이 들고 있는 걸 발견했습니다. 순간 ‘얼른 여기서 도망쳐야겠다!’ 했습니다. 그러고는 정말 3년 차에 잡지 만드는 일을 그만두고 신문, 단행본을 만드는 곳으로 이직했습니다.
새 회사에 근무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날, 회사로 모 신문사에서 여성지 리뉴얼을 해달라는 의뢰가 들어왔습니다. 즉시 대표로부터 호출이 있었습니다. 잡지 경력이 있으니 저에게 맡아 보라는 것입니다. 또 그렇게 세월 가는 줄 모르고 몇 년 동안 잡지를 만들었습니다.
이후 기독교 출판사로 건너와 바람대로 단행본을 오랜시간 만들었습니다. 문득 서점에 꽂힌 무수한 책을 보며 ‘세상에 이렇게 많은 책이 쏟아지는데 내가 책 한 권 더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나’ 싶었습니다. 나무들에도 미안했고, 많이 지친 날이기도 했고… 그랬습니다. 그때 같이 있던 지인이 해 준 말이, “그 많은 책 중에 네가 만든 것은 단 한 권이다, 그것이 하나님의 자녀가 만들어야 할 책이라면 멈추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지금 저는 돌고 돌아 다시 잡지를 만들고 있습니다. 살면서 겪는 일은 어느 것 하나 무의미한 경험이 없다는 걸 뼈저리게 느끼면서 말입니다.
시간 가는 줄 모르는 마감은 여전하고 싱글인 것도 변함없지만 하나님의 자녀가 만들어야 할 한 권의 책을 만들고 있어 매월 감사합니다. 한겨울에 봄을 생각해야 하고 무더운 여름에 에어컨 아래에서 선선한 가을에 어울리는 이야기를 떠올리는 것도 나름 재미있습니다. 바로 소박하고 작은 얼굴을 한, 크기와 달리 그 속에 담긴 이야기는 결코 작지 않은 이 책, 〈가이드포스트〉입니다.
매월 원고를 고르며 한 사람의 고난을 마주하고, 그 끝에 결국 하나님께서 자기와 함께하심을 깨닫고 그분을 향해 더욱 깊어진 사랑을 고백하는 이들을 만납니다. TV를 보든 책을 읽든 일상에서 주변의 이야기에 귀를 열어 독자님들께 소개할 인물을 찾고, 영문 원고를 고르는 시간에는 제가 먼저 감동을 받습니다.
이 작은 책은 앉은 자리에서 후루룩 읽으면 빠르게 읽는 사람에겐 한 시간도 채 안 걸릴 만한 분량입니다. 감히 권면하기는 조용한 곳에서 한 꼭지 한 꼭지 곱씹어 읽으십시오. 분명 하나님께서 영혼 깊이 만져 주심을 느끼게 되실 겁니다. 매월 우리 독자님들이 그 순간을 만나시길 기도하며 짓고 있습니다.
1945년 미국에서 창간, 한국판은 1965년에 발행되어 올해로 만 60년이 되는 가이드포스트입니다. 이 책이 땅에 떨어지지 않고 지금까지 나올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하나님의 은혜이고, 우리 독자님들의 사랑과 너른 이해 덕분입니다. 가이드포스트가 그 사랑에 보답하는 길은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는 자’의 역할에 더욱 충성하는 일이겠지요.
하나님께 모든 영광을, 우리 독자님들께 사랑과 존경의 마음을 전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주 여호와의 영이 내게 내리셨으니 이는 여호와께서 내게 기름을 부으사 가난한 자에게 아름다운 소식을 전하게 하려 하심이라 나를 보내사 마음이 상한 자를 고치며 포로된 자에게 자유를, 갇힌 자에게 놓임을 선포하며”(이사야 6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