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생명의 가치는 최소 ‘천하(天下)’와 견줄 수 있다. 그러니 생명을 ‘책임’지는 일은 무려 ‘천하’를 이고 지는 일 아닌가. 한 생명도 그러할진대, 무려 2천 명에 가까운 생명(천하)의 무게를 몸소 짊어진다면 어떠할까. 도무지 헤아려지지 않는 그 일을 기꺼이 감내하는 부부를 만났다. 흘려보내는 사랑의 값을 셈하지 않고, 오직 그리스도의 핏값으로만 치환하는 두 사람. 생명을 홀로 책임져야만 하는 절박한 상황에 처한 미혼모, 미혼부, 한 부모 가정과 그 아이들을 도우며 섬기는 ‘러브더월드’의 박대원 목사, 서지형 사모다.

ㅡ 

두 분의 미소에서 선한 온기가 전해집니다. 러브더월드를 통해 하나님의 사랑으로 ‘생명’을 살리는 일에 힘쓰시기 때문이 아닌가 싶은데요. 그간의 사역에 대한 소회가 어떠신지요?

박대원 목사(이하 박)   이렇게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것 자체가 기적 같아요. 러브더월드는 교회 부목사로 사역하던 중에 입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혼모들을 도우면서 시작됐어요. 이 일을 통해서 생명의 귀중함을 알게 되었고, 소망하는 마음이 더 커졌죠. 이 사역 덕분에 하나님을 더 가까이 알게 되고 사랑하게 되어 감사해요. 얼마 전 제 생일에 한 엄마로부터 선물과 함께 “목사님과 사모님 덕분에 제가 살아났어요” 하는 말을 들었는데요. 우리처럼 별거 아닌 사람들을 통해서 한 사람의 삶이 살아났다는 말이 무척 감격스럽더라고요.

서지형 사모(이하 서)   “하나님이 세상을 이처럼 사랑하사”(요한복음 3:16)라는 말씀에서 시작된 ‘러브더월드’가 이렇게 11년 차가 될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어요. 그래서 늘 이건 기적이라고 말하죠. 이 기적은 결국 하나님이 원하셔서 직접 이끄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고 생각해요. 저희 부부는 둘 다 굉장히 계획적인 성향이에요. 1년, 3년, 5년, 10년 후를 내다보고, 노후에 어떻게 살 것인지 착착 계획 세우고 1년마다 체크해 가며 살았는데….(웃음) 이 사역을 하면서 사실 저희 계획은 거의 다 내려놨어요.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한번 따라가 보자 하고요. 계획적인 사람들로선 무척 힘든 결정이고 막막했지만 순간순간 은혜가 있었어요. 나는 진짜 하나님이 필요한 사람이구나, 나는 진짜 하나님께 사랑받은 사람이구나 싶어요. 지금까지 인도해 주신 하나님의 이끄심에 감사할 뿐이죠.

캠퍼스 커플로 사랑을 키워 가던 시절, 당시 여자친구이던 사모님이 난소암 판정을 받았는데요. 그 어두운 시기를 어떤 마음으로 함께 걸어오셨는지요?

박   참 드라마 같은 상황이었죠. 연애를 시작한 지 1년쯤 되었을 때거든요. 아내의 가족 중 한 분이 저를 따로 불러 상황을 전하면서 이러시더라고요. “대원 형제는 너무 좋은 사람이니까 지형이와 헤어져도 상관없다”고요. 왜냐하면 수술 후 예후를 장담할 수 없을 만큼 상태가 좋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상대가 건강하지 않다는 이유로 헤어지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서   저는 암인 줄도 모르고 급하게 수술을 받았어요. 퇴원 후 조금 있다가 항암 치료를 하고서야 알았죠. 가족들이 저한테 아무 말도 안 해 줬거든요. 암인 줄 알고 나니 차마 이 사람과 결혼할 수가 없겠더라고요. 생사를 장담할 수 없는 데다 아이를 낳을 수도 없으니까요. 그런데 헤어지자는 제 말에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면서 그럴 수 없다고 하더군요. 본인이 생각하는 사랑은 ‘희생’이라면서요.

그야말로 사랑의 힘으로 그 시절을 살아 내셨군요. 현재 사모님 건강은 어떠신지요?

서   매년 정기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아 왔는데, 작년 12월에 폐 이상 소견을 들었어요. 두어 차례에 걸쳐 입원을 해 조직 검사를 한 결과 폐암 4기 진단을 받았고요. 사실 작년에는 많이 피곤했어요. 사역이 10년 차 되는 해였는데, 정말 몸이 고되더라고요. 원래 저는 이 사역 자체가 너무 재미있고 즐겁거든요. 그런데 이 피로감은 어떻게 설명이 안 되고 감당하기도 힘들었어요. 다음 달(2월 인터뷰 기준, 3월)에 수술을 앞두고 있어서 중요한 일이 있을 때 외에는 출근하지 못하지만, 아직은 살아 있으니 힘껏 살아 내고 있어요.

사모님의 수술과 회복을 위해 간절히 기도하겠습니다. 힘겨우신 중에도 두 자녀로부터 얻는 기쁨과 위로가 클 것 같은데요. 의진이와 여진이를 만난 과정, 두 아이의 사랑스러운 점을 말씀해 주세요.

박   저는 결혼 후 시험관 시술을 하면 아내가 임신이 가능할 거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쉽지 않았죠. 1년 좀 지나서부터 여러 번 시험관 시도를 했는데 거듭 실패했어요. 그러다가 결혼 11년 만에 입양 기관을 통해 의진이를 만났죠. 입양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미혼모들의 어려운 상황을 알게 되면서 오갈 데 없는 미혼모들을 저희 집으로 데려와 공동생활을 했어요. 많게는 아이들을 포함해서 무려 18명이었죠. 그러던 중 함께 살던 한 미혼모의 아이를 둘째로 입양하게 됐는데, 그게 바로 사랑둥이 여진이에요. 제 주변에 많은 여성들(어머니, 여동생, 아내, 성도들 등)이 있는데, ‘저런 여자’는 처음 봤어요.(웃음) 딸이 없었으면 어쩔 뻔했나 싶어요.

서   여진이는 쉼터에서 태어난 일곱 번째 아이인데요. 당시 생모가 젖을 먹이면서 키운 아이예요. 그런데 여러 가지 사정으로 저희에게 입양 요청을 했죠. 사실 입양은 원한다고 해서 무조건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서류적 절차, 재정적 요건, 건강 등이 충족되어야 하니까요. 그런데 하나님의 은혜로 의진이 입양 때 만난 판사님이 여진이 입양 판결을 맡으셨어요. 판사님이 당시 제가 보낸 편지도 긍정적으로 참고하신 것 같아요. 첫째 의진이는 듬직하고, 또 건강한 자존감을 가진 귀한 아이예요.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가정이 된 게 참 신기해요. 단지 엄마 아빠라는 이유로 아이들이 저희에게 보내 주는 무한 신뢰와 사랑이 굉장히 감동스럽죠. 그래서 저희는 의진, 여진이를 만난 것 자체가 이 사역의 열매라고 생각해요.

사랑 없이는 감당할 수 없는 이 사역을 무려 11년 동안 지속해 오셨어요. 본격적으로 러브더월드 사역을 하게 되기까지 지나온 시간들을 나눠 주시겠어요?

박   저는 졸업 후 월드비전에서 근무했어요. 그 일을 할 때도 아내는 속으로 ‘저 사람 나중에 목사 되겠네’ 하고 생각했대요. 당시 직원들이 돌아가면서 예배를 준비했는데, 제가 그걸 그렇게 좋아했거든요. 누가 성경 공부하자고 그러면 말단 직원인 제가 손 들어서 자원했고요. 전공을 따라 노인복지나 아동복지 등의 일을 계속했죠. 그런데 그 일들을 진행하면서 ‘떡’만으로는 사람을 변화시킬 수 없다는 걸 깨달았어요. 아무리 도움을 줘도 변화되지 않는 가정들, 아이들…. 복음을 전하면 돈을 투자해서 하는 사업보다 훨씬 더 효과적으로 가정 자체의 삶이 바뀌더라고요. 떡도 중요하지만 진짜 중요한 것들을 주어야 더 풍요롭고 풍성한 삶을 누릴 수 있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런 고민을 하면서 청소년, 평신도 사역을 하다가 신학을 공부하게 되었죠. 의진이를 입양할 즈음에는 지역 교회의 부교역자로 사역을 했어요. 그러다가 미혼모들을 도우며 빌라에서 공동생활을 할 때 엄마들도 같이 예배를 드렸죠. 그때 함께한 청년들이 예수님을 더 알고 싶어 해서 ‘웨이처치’를 개척했어요. 그 과정에서 복음을 나누고 진실한 공동체를 이루어 가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더 깊이 경험하게 됐죠. 처음부터 개척을 할 마음은 전혀 없었어요. 사실 러브더월드도 제 계획에는 전혀 없었죠.(웃음) 단지 아내가 벌인 일들을 수습하는 차원에서 ‘1년 하면 되겠지. 길어 봤자 3년이겠지…’ 하며 여기까지 왔어요.

러브더월드 사역의 지향점은 무엇이며, 각각의 지향점이 실제 사역 가운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작동되는지요?

서   저희 러브더월드는 사랑, 생명, 변화라는 비전과 미션 아래 탁월한 전문성, 무한한 사랑, 참된 영성, 성숙한 인격을 지향해요. 사실 이 모토는 저희가 결혼하면서 가정을 위해 세운 것이에요. 이 네 가지 지향점과 더불어 ‘체력’도 중요한 요소이지요. 먼저 ‘탁월한 전문성’의 경우 저희 부부 둘 다 사회복지학을 공부했고, 남편은 신학도 공부했잖아요. 우리의 전문성은 미혼모나 미혼모 자녀들을 잘 아는 것이라고 생각했어요. 따라서 그 영혼에 대해, 그 엄마와 자녀의 상황을 깊이 알아 가려고 노력해요. 둘째로 ‘무한한 사랑’인데 이것은 참 어려운 과제예요. 한 1년 열정적으로 일하다가 2년, 3년 차 되면 사역자들이 소진되거든요. 그렇기에 하나님의 변함없고 무한한 사랑을 확인하고 기억하며 나아가야 한다는 것을 강조해요. 다음으로 ‘참된 영성’을 위해 기도를 중요시해요. 이 사역은 절대 기도하지 않고는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하나님과 올바른 관계를 맺는 것을 중심으로 삼죠. ‘성숙한 인격’은 저에게 가장 약한 부분인데요.(웃음) 때로 내가 잘못한 게 아닌데도 우리가 미혼모들을 감싸고 덮어 줘야 하는 그런 인격이 필요할 때가 있더라고요. 성령의 열매 같은 인격을 하나님 앞에서 가져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세운 모토예요. 

사역 초기 미혼모들과 한집에서 살면서 이웃의 편견을 절감하셨다고요. 10여 년이 흐른 지금, 조금이나마 인식 또는 태도의 변화가 느껴지시나요?

박   사회적으로는 저출산 대책으로 시행되는 제도들이 많이 생겨나서 예전보다는 훨씬 좋아졌죠. 재정 지원이나 주택 지원 등이 뒷받침되니까요. 하지만 실제로 제가 경험하고 체감하기로는 아직까지 미혼모에 대한 인식이 크게 바뀌지는 않은 것 같아요. 예를 들면 교회에 다니는 미혼모 중에 자신이 미혼모인 것을 밝히는 경우는 거의 없어요. 밝히는 순간, 암묵적으로 오가는 부정적인 시선과 차별을 견뎌야 하니까요. 중대형 교회 목사님들을 만나 뵐 일이 있으면 교회 안에 미혼모 성도가 있는지 꼭 여쭤보는데요, 대부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는 답변을 들었어요. 근데 통계청에서는 분명 3만 명 이상의 미혼모가 있다고 집계했거든요. 아이러니한 일이죠.

서   미혼모 하면 흔히 ‘어린 엄마’만 떠올리잖아요.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만나는 미혼모들은 30, 40대인 데다 초·중·고와 대학생을 키우는 학부모가 많아요. 이 미혼모들이 훗날 나이 들어 여전히 빈곤하고 아플 때는 어떻게 해야 하나, 그런 고민이 깊어요. 내막을 들여다보면 미혼모 개인의 문제만은 아닌데, 그들을 둘러싼 환경이 굉장히 호의적이지 않죠. 이러한 복합적인 빈곤의 악순환을 사회 구조적인 문제로 접근해 풀어 가야 할 필요를 느껴요.

미혼모, 미혼부, 한 부모 가정을 바라보시는 하나님의 시선과 마음은 분명 우리와 다를 텐데요. 우리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교회가 그들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할까요?

박   에베소서 2장 8-9절 말씀을 보면 구원은 “은혜에 의하여 믿음으로 말미암아” 받은 “하나님의 선물”이라고 하잖아요. 우리는 하나님의 선하신 뜻대로 치유받은 하나님의 형상이자 작품이죠. 가난하고 소외된 미혼모도 하나님의 작품이고 하나님의 형상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우리가 먼저 받은 사랑을 나누는 게 당연한 일이잖아요. 미혼모를 왜 도와야 할까? 사실 저도 그 부분에 대해서 고민이 정말 많았어요. 돕는다고 도와지는 것도 아닌 것 같고, 제 능력도 한계가 있고요. 그런데 예수님은 “내가 너희를 고아와 같이 버려두지 아니하고”(요한복음 14:18)라고 말씀하셨잖아요. 고아와 과부는 누군가의 도움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인데, 나 또한 이대로 가만두면 살아갈 수 없는 사람인 것은 마찬가지 아닌가 싶더라고요. 미혼모나 우리나 똑같이 하나님의 사랑이 필요한 사람이잖아요.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주는 것은 곧 예수님의 사랑을 흘려보내는 것이거든요. 사랑을 먼저 받은 사람이 사랑을 필요로 하는 사람에게 손 내밀어 주는 것, 이것이 미혼모를 바라보는 그리스도인의 마음과 시각이며 행동이라고 저는 생각해요. 교회에서 미혼모를 구분해 바라보지 않고 같은 ‘성도’로서 함께하면 좋겠어요. 손 내밀어 주고, 같이 밥 먹고, 이야기 들어주고, 함께 성경 공부하면서요. 전국의 각 교회가 단 한 명의 미혼모라도 세워 줄 수 있다면 통계상의 모든 미혼모가 다 도움을 받는 거예요.

정말 이 시대 교회들이 그 일에 함께하면 좋겠습니다. 목사님이 목양하시는 웨이처치와 러브더월드가 함께 도모하는 일은 무엇인지요?

박   저희 러브더월드가 법인이 아니다 보니까 웨이처치의 부속 전문 기관으로 운영되고 있는데요. 러브더월드 사역자들은 가능하면 웨이처치와 같은 공동체 안에서 신앙생활을 하고 있고, 웨이처치 성도들이 사실은 지금 사역자로 다 헌신하고 있습니다.

서   남편이 부교역자로 사역할 때 담당한 청년들이 사역 초창기부터 함께해서 지금까지 동역하고 있어요. 이 사역의 전방에 저희가 서 있는 것 같지만, 사실 그 뒤에는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름도 없이 섬기는 그리스도인들이 있어요.

두 분이 10여 년을 함께 일해 오셨잖아요. 때로는 서로의 의견이 빗겨 갈 때도 있을 텐데요. 두 분이 뜻을 합하는 방식이 궁금합니다.

박   저희는 서로 성향이 참 많이 달라요. 아내는 마음이 따뜻해서 가슴이 시키는 대로 움직이는데, 저는 꽤 이성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하거든요. 저는 아내가 하는 생각들이나 방향이 한 번도 진실되지 않다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늘 바르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지만, 실행하는 방식이나 방법에서 간극이 생기곤 했죠. 이제 서로의 그런 면을 더 이해하게 되니까 조율하고 맞추는 호흡이 더 길어진 것 같아요.

서   저는 그야말로 달려 나가는 스타일이에요. 반면 남편은 그래도 한 번 더 점검해 보고 신중하게 결정하는 스타일이고요. 사실 저는 안타까운 사람을 만나면 무조건 도우려 하거든요. “당장 저 사람이 굶어 죽게 생겼는데 왜 돕지 않아? 우리에게 있는 돈이라도 털어서 먼저 보내 주자”면서요. 그래서 저는 소위 ‘먹튀’ 같은 사기를 많이 당해요.(웃음) 남편은 저한테 인정머리 없다는 비난까지 들어 가면서도 차근히 확인하고 움직이죠. 시간이 지나면서 돌이켜 보니까 제가 빨리 달려간다고 해서 죽을 사람이 살지도 않고, 또 살 사람이 죽는 일은 없더라고요. 그래서 지금은 저도 남편과 상의하며 속도 조절을 해요. 그동안 남편이 인내하면서 잘 받아 주었기 때문에 이 사역을 해 올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서로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은 어떻게 다른가요? 서로의 ‘다정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지 말씀해 주세요.

박   사실 저는 경상도 사람이라서 표현하는 게 서툴러요. 특히 사랑의 다섯 가지 언어 중에 스킨십이 가장 약해요.(웃음) 하지만 스킨십을 좋아하는 아내에 맞춰 자주 안아 주고 손도 잡아 주죠. 이런 표현을 자주 하면 저 또한 좋잖아요. 제가 표현한 사랑에 대해서 반응해 주니까요. 결혼하면서 사랑 표현의 중요성을 더 깊이 알게 되었어요.

서   저희는 뽀뽀도 많이 하고, 포옹도 자주 해요. 아침저녁으로요. 아이들 앞에서도 늘 자연스럽게 해요.(웃음) 저희 친정아버지가 사랑 표현을 아주 많이 하신 분이어서 제가 그 영향을 받은 것 같아요. 어릴 때부터 항상 다정하게 이름을 불러 주셨고, 지금도 “내 사랑하는 큰딸 지형아” 하며 안아 주고 부비부비해 주시거든요. 남편은 소소한 선물들로 저한테 다정함을 표현하곤 하는데요. 무언가를 챙겨서 갖다 주는 행동 그 자체가 나를 향한 사랑의 마음이란 걸 알기에 늘 고맙죠.

서로를 향한 두 분의 사랑이 미혼모들을 향해 끊임없이 흘러가는 것을 봅니다. 마르지 않는 ‘사랑법’을 말씀해 주세요.

박   예수님 잘 믿으며 하루하루 사는 것이요. 아내의 수술을 앞두고 있는 지금, 이후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어요. 상상도 가지 않고요. 그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기도하면서 하나님이 주시는 생명의 삶을 오늘도 잘 살아가는 것이 마르지 않는 사랑의 비결 같아요.

서   20년 전에도 그랬거든요. “내일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라고. 그때도 그저 오늘, 오늘을 살았어요.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오늘 또 생명 주신 하루를 예배하면서 사는 것이죠. 우리는 마르지만 하나님은 마르지 않으실 테니까…. 그 하나님이 내 아버지라는 확신을 가지고 있어요. 아버지 하나님을 예배하며 사는 오늘의 삶, 이것이 사랑을 마르지 않게 하는 힘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