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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숨이 오가는 현장을 누비며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던 황상억 경감(경기남부지방경찰청 의왕경찰서 의왕지구대 순찰팀장)에게 찾아온 것은 승승장구의 미래가 아닌 예기치 못한 멈춤이었다. 7~8층 높이에서 떨어진 물체에 얼굴 뼈가 함몰되고, 입을 벌릴 수조차 없어 빨대로 유동식을 삼키며 버텨야 했던 시간. 한순간에 모든 꿈이 허망하게 꺾여 버린 그곳은 분노와 절망만이 가득한 캄캄한 터널이었다.
그러나 인생은 가장 깊이 부서진 자리에서 새로운 모습을 빚어 내기도 한다. 큰 부상과 긴 해외 파견의 시간에도 곁을 지키고 가정을 묵묵히 돌본 아내의 사랑과 인내, 생사의 경계를 오가던 파견지에서 마주한 사람들 그리고 뒤돌아볼수록 선명해지는 하나님의 인도하심은 그의 삶을 조금씩 바꾸어 놓았다. 자신을 지배하던 오만함을 내려놓고 참된 사랑과 인내를 배워 가면서, 그는 이전과는 다른 삶을 살아가기 시작했다. 사선의 고비마다 하나님의 손길을 경험하며 비로소 진짜 사명자로 거듭난 황상억 경감의 진솔한 고백을 전한다.
소년 시절에는 한 번쯤 경찰의 꿈을 품곤 하잖아요. 경감님도 어릴 적부터 경찰이 되고 싶었나요?
어릴 때부터 품었던 꿈은 전혀 아니었습니다. 그때는 경찰이 무엇을 하는 직업인지조차 잘 몰랐고, 보통 사람들이 아는 딱 그 정도였죠. 저는 원래 어릴 적부터 운동에 관심이 많았고 또 곧잘 했습니다. 남자아이 특유의 깡다구도 있고 어디 가서 맞기 싫은 마음에 운동을 시작했는데, 처음에 태권도를 하겠다고 하니 부모님이 반대하셨어요. “운동 배워서 애들 때리고 다니면 안 된다. 위험하니 절대 하지 마라” 하셨죠. 하지만 꼭 하고 싶어서 어린 나이였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며 직접 돈을 벌어 태권도를 시작했습니다. 막상 해보니 태권도가 정말 재미있는 겁니다. 생각보다 적성에도 잘 맞고 실력도 금방 늘었고요. 내심 태권도 국가대표를 꿈꿨지만, 당시 지역 여건상 선수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그 꿈은 접어야 했습니다.
태권도를 하셨군요. 그렇다면 경찰의 길에는 어떻게 들어서게 되었나요?
운동을 워낙 좋아했기에 몸을 쓰며 도전하는 일에 자연스럽게 끌렸습니다. 마침 특전사 모병 공고를 보고 입대를 결정했고, 군 생활은 아주 험한 부대에서 하게 되었죠. 군에서 경호나 대테러 업무를 맡다 보니 이 분야에 자신감이 생겼고, 젊은 시절 혈기도 하늘을 찌를 듯했습니다. 제대할 무렵에 경찰특공대를 모집한다는 공고를 접했는데, 보자마자 ‘아, 저곳은 내가 가야 할 곳이다. 멋있게 작전도 수행하고… 혹시 안 되더라도 도전해 보자’ 싶더라고요. 결과적으로 군 생활이 제 인생의 커다란 전환점이 된 셈인데 그렇게 경찰특공대로 들어간 것이 경찰로서의 첫발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치안 업무가 아닌 대테러 임무를 수행했는데, 군에서 쌓은 경험과 강점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있었습니다.
특공대 근무와 시위 현장 등 다양한 업무를 경험하셨습니다. 경찰 생활을 하며 여러 사건을 겪으셨을 텐데요. 그중 경감님의 삶에 가장 큰 전환점이 된 사건이 있었다고요?
사실 처음 들어가서 겪은 소소한 사건은 나중에 다 아무것도 아닌 게 되어 버렸습니다. 제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은 너무나 큰 사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만 생각하면 지금도 눈물과 분노, 절망이 한꺼번에 밀려옵니다. 바로 1998년에 있었던 ‘조계종 사태’입니다. 그전까지는 경찰 생활도 잘해 왔고, 이듬해 경장으로 진급도 했습니다. 승승장구해서 ‘나중에 특공대장까지 한번 해봐야겠다’는 꿈을 품고 열심히 일하던 차였죠.
그런데 1998년 12월 23일 새벽, 집을 나섰다가 현장에서 치명적인 부상을 입었습니다. 7~8층 높이에서 떨어진 물체에 얼굴을 그대로 맞았던 겁니다. 상악골이 함몰되고 치아 12개가 부러져 나갔습니다. 치아를 철심으로 고정해 입을 벌릴 수조차 없어 몇 달 동안 빨대로 물과 죽만 삼키며 버텼습니다. 얼굴 뼈 조각을 맞추느라 당시 사진을 보면 수십 개의 금속 핀과 나사를 박아 놓았더라고요. 병원에서 여러 달을 보냈고, 이후에도 재활 치료까지 2년 넘게 보냈습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와 극심한 우울증이 찾아왔고, 죽고 싶은 마음만 가득했던 캄캄한 터널 같은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