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일들 중에 무엇을 선택해서 얼마나 집중하느냐에 따라 삶의 질이 달라진다.
그래서 인생에서 선택과 집중은 매우 중요하다. 그런데 ‘선택과 집중’이 아닌 ‘순종과 집중’의 삶을 살겠다는 이가 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음악원 수석 입학, KBS 신인음악콩쿠르 1위 수상,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여주인공 출연 등 성공가도를 달려온 크로스오버 소프라노 허진설이 그다.
순종과 집중의 삶을 살아가는 허진설의 메신저 라이프를 따라가 봤다.
Q. 영화 <덕혜공주>의 OST ‘눈물꽃’도 그렇고 ‘하루’라는 곡도 그렇고 노래에 우리 인생이 담겨 있어서 울림이 크다는 생각이 들어요.
‘눈물꽃’은 지인의 권유로 『덕혜옹주』를 읽고 쓴 곡이에요. 고종이 사랑한 조선의 마지막 공주, 그녀의 삶을 그린 곡이죠. “바람에 스치듯 내 아련한… 내 손등 위에 꽃잎을 놓아 주던 내 님이여”라는 가사가 있는데, 어린 덕혜가 꽃밭에서 놀고 있고 아버지 고종이 꽃잎을 떼어 손등에 놓아 주는 이미지를 옮긴 가사예요. 중간에 간주가 아주 길게 나오는데 그렇게 행복했던 어린 덕혜가 비운의 주인공이 되는 삶의 전환을 간주로 표현한 거죠. 편집 작업을 하면서 간주가 너무 길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제겐 이 시간의 전환이 너무 중요했기에 포기할 수 없었어요. 이 시간 동안 한 사람의 인생뿐 아니라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달라졌으니까요. 우리가 이 시간 동안 잃어버린 것이 사랑하는 연인일 수도 있고, 아버지이거나 가족이거나 나라일 수도 있음을 이 긴 간주 안에 담고 싶었어요. 마지막에 나오는 악기가 대금인데, 굴곡의 인생과 민족의 아픔을 그리고 싶었어요. 대금 소리는 왠지 아프고 슬프거든요. 그런데 나중에 영화로 제작된 것을 보니까 제가 느낀 이미지와 비슷해서 참 신기했어요. 소설 『덕혜옹주』는 두께가 꽤 나가는데 제 노래에 한 권의 책이 담기고 하나의 영화가 담기는 게 참 놀라워요. 이게 노래의 힘이 아닐까 생각해요. 어렸을 때는 밝고 경쾌하고 빠른 템포의 음악을 좋아했어요. 그런데 졸업 후 본격적으로 음악가로서 곡을 쓰면서는 제가 좋아하던 장르와 다른 음악을 발표하게 돼요. 다양한 사람들이 지고 있는 인생의 무게를 곡에 담게 돼요. 자꾸 그런 쪽에 마음이 가는 모양이에요. 그래서 제 노래에 인생이 담겼다는 말을 듣는가 봐요.
Q. 인생에서 노래(음악)란 무엇인가요?
노래는 나 자신이에요. 조용하고 새침하던 제가 사람들의 관심과 주목을 받게 된 것도 노래 때문이에요. 서너 살 때부터 노래가 나오면 춤을 추고 노래를 따라 부르고 그랬대요. 초등학교 때 합창단에서 솔리스트로 활동하기도 했어요. 쟁쟁한 6학년 선배를 제치고 어린 제가 솔리스트가 되었을 때 주변의 시기와 질투가 장난 아니었죠.(웃음) 노래 영재다, 천재다란 말도 들었죠. 노래를 부르면 사람들이 관심을 보이고 칭찬을 하고 박수를 쳐 주니까 노래하는 순간 살아 있다는, 그러니까 저의 존재감이 느껴졌어요. 그렇게 주목 받는 게 좋아서 노래를 사랑하다가 나이가 들면서 오히려 노래를 서비스하는 메신저로서 노래를 사랑하게 되었어요. 음악이 갖는 힘을 이용해 그 안에 담긴 인생과 사랑, 가치를 전달하는 메신저요. 저의 노래를 듣고 사람들이 그 안에 담긴 소중한 가치를 느낄 수 있다면 저는 제 소임을 다한 것이라 생각해요. 더구나 하나님을 느낄 수 있다면, 그분의 위대한 사랑을 제 노래를 통해 알 수 있다면 그보다 더 큰일이 어딨을까요.
--- 이후 내용은 2017년 10월호 잡지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