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나는 하나님의 광대


Guideposts 2020 |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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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0 | 10

나는 하나님의 광대


바리톤 정경 교수가 올리는 무대는 이름도 생소한 오페라마. 오페라마는 오페라와 드라마를 융합시킨 것으로, 기존 클래식의 전통을 과감히 벗어던지고 관객과 소통하기 위해 정 교수가 개척한 새로운 장르다. 그는 스스로를 클래식계의 이단아이며 하나님이 마련하신 무대에 오르는 하나님의 광대라고 소개한다. 한편으로 그는 관객과 고전 예술을 잇는 다리가 되기 위해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를 운영하고 있다. 고전 예술의 철학과 현대 문화의 다양성을 함께 아울러 관객을 찾아가는 그의 음악과 예술경영 철학을 들어 보았다.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 소장으로 계시는데, ‘오페라마’가 무슨 뜻인가요?


오페라마(Operama)는 고전의 ‘오페라’(Opera)와 현대의 ‘드라마’(Drama)를 융합한 신조어예요. 어렵고 따분하다는 인식의 클래식과 오페라를 현대의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한 장르를 일컫는 말이죠. 오페라마 예술경영연구소는 2009년부터 시작했고, 2012년에 박사논문 〈공연예술의 퓨전화 현상과 문화코드〉로 학위를 받으며 상표등록과 법인을 세우게 되었어요. 현재는 다양한 분야와 연결되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고 있어요. 기존의 문법에서 자유로운 콘텐츠를 개발하고 제작하는 아트 인 퓨전(Art In fusion)을 구현하여 융합 예술 플랫폼(Platform)을 형성하는 것이죠. 16세기 이탈리아에서 오페라가, 20세기 미국에서 드라마가 시작되었다면, 오페라마는 21세기 한국에서 시작된 최초의 디지털 오페라(Digital Opera)예요. 



성악은 어떻게 공부하게 된 건가요?


아버지가 목사님이신데, 초등학교 때 다섯 번 정도 전학을 했던 것 같아요. 아버지의 사역지가 바뀔 때마다 정든 친구들과 헤어지는 게 정말 싫었어요. 공부보다 놀기 좋아하고 친구들과 어울리는 걸 좋아하던 말썽꾸러기였어요. 어린 시절 교회는 저에게 기쁨이기도 했지만, 원망이 공존하는 곳이었어요. 지금도 기억나는 말이 있는데, 어머니와 함께 고기를 사기 위해 정육점에서 기다리고 있었어요. 어떤 교인이 “목사가 얼마나 돈이 많으면 고기를 먹어?” 하는 거예요. 내가 왜 이런 말을 들어야 하나 싶어 화가 많이 났죠. 당시는 교회는 왜 다니고 예배는 왜 드려야 하는지 알지 못한 채 사람들이 목사 아들이라는 이유로 엄격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너무 싫었어요. 그래서 일탈을 일삼았죠.

한편으로 교회는 제게 기쁨이기도 했어요. 여름성경학교와 겨울날의 문학의 밤이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요. 당시 제 삶의 전부라도 된 듯이 말예요. 가끔 아련하기만 한 그때 함께하던 사람들이 생각나고 보고 싶고 그래요. 지금이라도 연락이 닿는다면 함께 식사도 하고 대화도 나누고 제 무대에 초대도 하고 싶네요.

저는 공부를 못했어요. 고등학교 3학년 때 제 성적은 18등급이었어요. 1등급부터 18등급까지 있었으니까 꼴찌였던 셈이죠. 하마터면 고등학교 진학도 못할 뻔했어요. 공고, 상고, 농고까지 다 떨어졌는데, 그 해에 인문계가 미달되어 겨우 진학했 거든요. 제가 첫째다 보니 부모님이 저에 대한 기대를 버리지 못하고 대학을 보내겠다는 일념으로 성악 공부를 제안하셨어요. 그렇게 해서 고등학교 3학년 8월부터 정식으로 레슨을 받기 시작했어요. 이탈리아 가곡 1분 30초, 독일 가곡 1분 30초, 두 곡을 죽어라 외워서 재수 끝에 경희대학교 성악과에 입학하게 됐죠. 제 성적으론 전문대학도 불가능한데, 당시 경희대학교에서 내신등급을 보지 않아서 가능한 일이었어요. 그러니까 무슨 뜻이 있거나 꿈을 이루기 위해서 성악을 공부한 게 아니라 단지 대학에 가기 위해서 공부한 거였어요.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모든 게 하나님의 은혜였어요.

박사학위는 예술경영으로 받으셨어요. 이유가 무엇인가요? 


우여곡절 끝에 대학에 들어갔지만 적응하기가 힘들었어요. 어느 지역 출신, 학교, 어떤 라인의 제자, 유학 등 지연과 학연, 인맥으로 얽히고설켜 있어서 저처럼 갑자기 공부해서 입학한 사람이 적응하기가 쉽지 않았어요. 그즈음에 세상과 점점 더 멀어져 가는 클래식을 다시금 살려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어요.

그러다 이탈리아에 순회공연을 갈 기회가 있었는데, 문화 충격 같은 걸 받았어요. 이탈리아뿐 아니라 유럽 전체가 그대로 그림엽서를 옮겨 놓은 듯했어요. 오랜 세월 보존한 문화 유적지도 충격이었고요. 이들의 문화를 배우고 느껴야겠다 싶어 이탈리아 유학을 결심했죠.

그런데 학부 졸업을 앞두고 아버지가 담임목사로 재직하던 교회에 문제가 생겨서 매주 부모님이 계시는 지방으로 내려가야 했어요. 당시 백남옥 지도 교수님이 집안일로 흔들리는 제가 안타까웠는지 장학금을 받아 대학원에 입학할 수 있도록 주선해 주시기도 했죠. 제겐 큰 은인이세요. 대학원 졸업 후 이탈리아 밀라노 마자테에 있는 ‘가에타노 도니제티’ 시립음악원(Accademia)으로 유학을 떠났고, 거기서 연출가, 지휘자 과정과 최고연주자 과정을 공부했어요. 이때 우리나라에 고전 연주자는 많은데 기초예술과 예술가를 효과적으로 안내하는 예술경영학적인 중간 단계가 부족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어요. 하지만 당시 이탈리아에는 예술경영학 과정이 없어서 한국에 돌아와 모교에서 박사과정을 공부하고 예술경영으로 박사학위(Ph.D.)를 받았어요. 



신앙생활은 어떠셨나요?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평화롭던 교회에 분란이 일어나면서 하나님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 매주 가족처럼 지내던 많은 사람들, 특히 부모님과 함께 교회를 개척한 분들과 원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이 현실처럼 느껴지지 않았어요. 지옥이 따로 없을 만큼 너무 고통스러웠어요. 아직도 제 안에 다 말하기 어려운 아픔이 있어요. 생각해 보면, 그때 교회와 하나님이 싫어질 수도 있었는데 오히려 저는 그때 하나님을 인격적으로 만났어요. 인간의 마음은 언제든지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겉으로 드러나는 말이나 행동이 신앙이 아니라 주님을 향한 인식이 신앙이라는 것을 깨달았어요. 내 삶에서 주를 위한 예배가 다른 무엇과도 바꿀 수 없이 가장 큰 축복이라는 것도요. 

매주 주일과 수요일이면 찬양대 지휘자로 봉사하고 있어요. 그런데 요즘 주책스럽게 지휘 중에 자꾸 눈물이 나요. 이유는 모르겠어요. 다만 예배드릴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감격스러워요. 그러면서 이런 생각을 해요. ‘이렇게 주를 만나는 시간이 좋은데 왜 믿지 않는 사람들은 모를까?’ 주님을 만나는 예배는 축복이자 축제예요.

하나님을 생각하면 그냥 죄송해요. 저를 보면 뭐 하나 잘하거나 자랑할 게 없는데, 하나님께서 이렇게 노래하게 허락해 주시고 광대로 살게 해주시니까요. 시간이 지날수록 제가 얼마나 부족한 사람인지 더 많이, 더 자주 알겠어요. 그런데도 하나님께서 부족한 제가 마음껏 재주 부릴 수 있도록 무대를 준비해 주세요. 그래서 감사하면서 한편으로 죄송해요. 



말씀은 그렇게 하지만, 정말 많은 일을 하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교회에서 지휘자로 섬기고 있고, 대학에서는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어요. 성악가로 연주와 앨범 녹음도 하고, 예술학자로 논문과 칼럼, 저서도 꾸준히 쓰고 있어요. 그리고 제가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는 ‘오페라마’를 무대에 올리기 위해 작품 활동을 하고 있어요. B2B(Business to Business)로는 국가기관과 기업에 연 100회 이상의 초청 오페라마 강연, B2C(Business to Consumer)로는 연 50여 회, 그리고 압구정 윤당 아트홀, 대학로 JTN 아트홀, 청담 CGV 극장에서 매달 정기적으로 오페라마 토크 콘서트를 진행하고 있어요. 

오페라마 토크 콘서트는 총 7개의 콘텐츠를 갖고 있는데 그중 기독교 콘텐츠도 있어요. 제목은 오페라마 ‘하소서(하나님의 소리로 서다)’예요. 올해 부활주일 기념으로 올리게 되었고, 앞으로 전국의 교회와 기독단체를 대상으로 공연할 준비를 마쳤어요. 또한 한 방송국이 진행하는 클래식 예능도 촬영하고 있어요. 이렇게 저는 하나님의 광대로 무대에 오르고 있어요. 항상 감사하는 마음으로 하나님께 영광 돌리는 걸 잊지 않고 있죠.

그럼에도 때때로 교만과 자만에 빠질 때가 있어요. 이때는 마태복음 6장 33절의 말씀인 “그런즉 너희는 먼저 그의 나라와 그의 의를 구하라 그리하면 이 모든 것을 너희에게 더하시리라”를 묵상하며 회복하고 있어요. 인간의 나약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드는 사탄이 저를 쓰러뜨릴 수 있으므로 늘 긴장해야 해요.

앞으로 어떤 비전이 있나요?


오페라마는 대부분의 전문가들이 불가능하다고 말한 장르예요. 하지만 저는 그 장르를 개척해서 지금 활동하고 있죠. 처음의 다짐처럼 훌륭한 고전 예술가들을 대중에게 안내하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 대중문화와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시장도 만들고요. 클래식의 이단아라고 자칭하는 저에게 꼭 필요한 역할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뒤에는 문화선교를 하고 싶어요. 아프리카로 가서 세계에서 가장 큰 오페라마 극장을 설립하고 싶어요. 특히 유럽의 지배를 받았던 나라에 가서 그들의 문화를 오페라마로 제작해서 올리고 싶어요. 제가 일본에 공연을 갔다가 아프리카 보츠와나 주일대사를 만났습니다. 보츠와나는 저희와 수교를 맺지 않아서 생소한 나라인데, 그분이 저의 비전에 매우 공감해 주셨어요. 보츠와나에는 극장도 있고 돈도 많지만, 정작 국민이 함께 공감할 수 있는 콘텐츠가 없다는 거예요. 그때 각 나라의 문화를 품을 수 있는 콘텐츠를 개발해서 동양인, 백인, 흑인이 하나되는 인류문화 세계를 만들겠다는 꿈을 꾸게 되었어요.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그때를 생각하며 기도하고 있어요. 나중에 무대에서 노래를 못하게 될 때 그곳에서 지금까지 저의 경험이 쓰임 받았으면 좋겠어요. 오페라마 극장이 생기면 학교도, 병원도, 교회도 생기겠죠.



마지막으로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기독교인인 우리가 세상을 위해서 걱정하고 기도해야 하는데, 요즘은 세상이 우리를 걱정해요. 개독교라 불리며 마치 사회 공공의 악처럼 느껴지는 작금의 현실이 가슴 아파요. 부흥의 불길을 느끼며 온몸이 땀에 젖도록 아파트 문마다 전도지를 돌리고, 길거리에서 교회에서 함께 예배드리자고 말씀을 전하며, 예배를 위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신나게 준비했던 그 시간이 그리워요. 특히 요즘 같은 때 우리 모두 진정한 신앙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면 좋겠어요.

혹시 독자 중에 예술을 꿈꾸는 분이 있다면 이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겠지만, 예술은 하나님께서 허락하실 때 할 수 있어요. 세상이 정한 프레임에 이끌리지 말고, 하나님께서 나를 향하신 계획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인정해야 해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인도하시는 길이 보이면 순종하고 그 길을 걸어가면 돼요. 중요한 것은 하나님과 나의 관계라고 생각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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