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챌린지 라이프


Guideposts 2020 |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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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uideposts 2020 | 11

챌리지 라이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 최초 청각장애인 점장. 2018년부터 따라다니는 권순미 점장의 꼬리표다. 권 점장은 두 살 때 고열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고 2급 중증 청각장애를 가지게 되었다. 청각장애를 가졌지만 그녀는 해외 봉사활동도 나가고 그 참에 1년간 세계를 돌며 다양한 경험도 하고 스타벅스라는 세계적 기업에 장애인 공채 1기로 입사해 점장의 자리에까지 올랐다. ‘여자이고 장애인이라서 안 된다’는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그녀를 직원들은 ‘열정맨’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그녀의 열정은 선한 마음과 선한 의도로 한 행동이 인생을 완성할 것이라는 믿음에서 나온다. 그녀의 인생 도전을 따라가 보았다.




청각장애로 인해 고객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 2018년 ㈜스타벅스커피 코리아(이하 스타벅스)에서 청각장애인으로는 처음으로 점장이 되셨습니다.


네. 2011년 스타벅스에서 장애인 공채가 처음 있었는데, 그때 1기로 입사해서 지금까지 근무하고 있습니다. 2급 중증 청각장애를 가진 제가 점장이 된 것은 함께하시는 분들의 도움 덕분입니다. 두 살 때 고열이 났는데, 그 후유증으로 청력을 잃었어요. 2급 중증 청각장애는 90db 이상이어야 들을 수 있어요. 90db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나는 소음 수준이죠. 사람들과 이야기할 때는 보청기를 끼고 입 모양으로 알아듣고 있어요.

스타벅스에 입사한 후 처음 고객과 대면했던 때를 아직도 잊지 못해요. 한 손님이 매장 바닥을 청소하고 있는 저에게 “화장실이 어디냐”고 물었어요. 순간 제 몸이 얼음처럼 굳어지면서 아무 말도 못했어요. 이전까지 저에게 다가오거나 말을 건네는 사람은 제가 2급 청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어요. 제 말이 어눌하고 억양이 다른 사람과 좀 달라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 사람들이었죠. 그런데 손님은 제가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걸 전혀 모르잖아요. 손님의 말도 알아들었고 화장실이 어디에 있다고 대답해 줄 수도 있었지만, 순간 손님이 내 말을 듣고 어떤 반응을 할지 생각하다가 그대로 몸이 굳어 버렸어요.

이후 발음과 억양 연습을 정말 열심히 했어요. 손님이 매장에 들어와서 나갈 때까지 응대하는 말이 네 가지인데, 퇴근 후에 3시간씩 더 연습하다가 갔어요. 기본적인 인사만 6개월 정도 했던 것 같아요. 목소리를 녹음해서 수백 번씩 말하기 연습을 해서 고객과 원활하게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했어요. 처음에는 어눌한 발음과 억양 때문에 실수가 많아서 고생했어요. 지금은 이렇게 인터뷰할 수 있을 정도로 좋아졌지요. 


어린 시절은 어땠나요?


아버지는 제가 여섯 살 때 뇌종양으로 돌아가시고, 어머니가 저와 남동생을 홀로 키우셨어요. 하지만 어머니는 신앙인이어서인지 삶에 대해 매우 긍정적인 데다 억척스럽기도 해서 그 힘든 삶을 잘 헤쳐 나오셨죠. 어머니의 억척을 제가 좀 닮은 것 같아요.

중학교 때 제 발음이 좀 어눌하고 보청기를 끼고 있어서 조금 소외되는 경험을 하긴 했지만, 저의 장애를 이해해 주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친구들이 많아서 학창 시절을 어렵지 않게 보낼 수 있었어요. 정말 감사한 일이죠.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했다고 들었어요. 


저보다 더 어려운 환경에 있는 사람들을 돕고 싶은 마음에서 사회복지과에 진학했어요. 원래는 장애인 복지를 공부하고 싶었는데, 제가 공부하던 시기에는 장애인 복지를 다루는 곳이 많지 않아서 노인복지를 전공하게 되었어요. 졸업 즈음 실습을 위해 양로원이나 요양원에 갔는데, 정작 할아버지 할머니들과 소통하는 것조차 힘들었어요. 서로 발음이 좋지 않은 데다 서로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니까 대화가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는 거예요. 

할머니 할아버지들은 제가 말동무를 해주는 손주 같은 사람이었으면 하는데, 전 그럴 수가 없는 거예요. 마음을 다해 다가가고 싶은 열정만 있을 뿐, 그분들에게 필요한 것을 해줄 수 없으니까 좌절이 되더라구요. 마침내 할머니들이 사람을 바꿔 달라고 했을 때는 정말 마음이 아팠어요. 하지만 그게 할머니 잘못이 아니잖아요. 물론 제 잘못도 아니지만요. 그 경험 이후로 사회복지로 진로를 정하는 것을 포기했어요.


그럼 대학 졸업 후 바로 스타벅스에 입사하신 건가요?


아니요. 첫 직장에서 2년 넘게 일하다가 스타벅스에 입사했어요. 첫 직장에서 만난 임직원들이 감사하게도 제게 무조건적인 배려와 이해를 베풀어 주었어요. 하지만 제가 그곳에서 일하기 위한 지식이나 경험을 쌓기엔 한계가 있겠더라구요. 더구나 저도 그분들에게 배려하고 이해하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그럴 수 없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장애인 바리스타 모집 공고를 봤어요. 평소에 드립식 추출 커피를 좋아하고, 집 근처 스타벅스를 들를 때면 스태프들의 친절과 서비스가 인상 깊어서 내가 이곳에서 일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곤 했는데, 좋은 기회일 수 있겠다 생각했어요.

입사 후 사내 교육을 통해 바리스타 일을 배웠어요. 그리고 슈퍼바이저, 부점장을 거쳐 점장이 됐어요. 제가 슈퍼바이저였을 때 장애인 신입사원 교육장에서 “장애인은 어디까지 승진할 수 있을까요?”라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어요. 그들에게 장애인도 노력하면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더군요. 그래서 부점장 승진 시험을 준비했어요. 커피마스터 자격도 취득하고, 신입 바리스타 교육도 전담하고, 사내 다양한 활동에도 참여했어요. 그렇게 해서 2015년 12월에 1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부점장이 됐어요. 그리고 2018년 1월에 점장이 됐어요. 부점장도 점장도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된 거였어요. 

점장이 됐을 때, 사회적인 선례가 되었다는 생각에 제 자신이 무척 자랑스럽더군요. 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과연 잘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몰려왔죠. 설렘과 기쁨, 우려와 두려움이 교차하는 복잡한 심정이었어요. 주변 지인들이 장애인도 점장이 되는 기회가 평등하게 주어진다는 사실에 매료되어 스타벅스에 입사하고 싶다고 했어요.

2018년에 고용노동부에서 국무총리 표창도 수상하셨잖아요.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을 때는 무엇보다 장애를 가진 딸을 혼자 키우신 어머니에게 큰 선물을 드린 것 같아서 너무 기뻤어요. 상장과 훈장을 보여 드렸더니 어머니는 아무 말 없이 어루만지시기만 하더군요. 백마디 말보다 제 가슴을 울컥하게 하는 모습이었어요.

장애를 가진 자녀를 둔 한 아버지가 저를 찾아온 적도 있어요. 한국 사회에서 장애를 가진 아이를 잘 키울 자신이 없어 이민을 갔다면서 제 소식을 듣고 격려하고 싶어서 일부러 찾아오셨다 했어요. 이런 분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큰 힘이 돼요. 그리고 더 열심히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지게 돼요. 한편으로 생면부지의 사람들이 저로 인해 힘과 용기를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감사해요. 


인생의 터닝 포인트가 있다면 언제인가요?


2002년 한 해 동안 인도, 네팔, 방글라데시를 다녀왔어요. 처음에는 인도에 해외 봉사활동을 간 거였는데, 4개월쯤 되었을 때, 어떤 분이 여기까지 와서 봉사만 하고 가기에는 너무 아까우니 배낭여행을 가 보라 하더군요. 그래서 인도 주변 나라들을 다니기 시작했고, 그게 8개월여 되었어요. 부탄도 가고 싶었는데 그즈음 경비가 떨어져서 발길을 돌려야 했죠. 이때의 경험이 제 인생의 큰 자산이 되었어요. 더 넓은 세상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경험하면서 제가 쑥 자란 것 같아요.

당시를 생각하면 어머니께 너무 감사해요. 부모가 특히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 쉽지 않은 딸을 객지에 보내는 게 결코 쉽지 않거든요. 그런데도 어머니는 저의 계획을 듣고 흔쾌히 허락해 주셨어요. 그만큼 절 믿어 주신 거죠.

스타벅스에 입사한 후 제 인생은 한 번 더 성장의 변곡점을 맞게 되었어요. 장애인 공채 1기로 입사하면서 ‘여자이고, 장애가 있기 때문에 안 된다’는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진 거예요.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제가 더 열정을 가지고 일하고 직원들에게 모범이 되도록 만들었어요. 제가 직원들 사이에서 ‘열정맨’으로 통한다고 하더군요. 


의지하는 성경 말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어렸을 때부터 신앙생활을 했어요. 그래서 막막한 상황이나 답답한 마음이 들 때는 늘 기도를 해요. 기도하면서 제 심정을 솔직히 털어놓노라면 하나님께서 언제나 나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에 마음이 평안해져요.

제가 좋아하는 말씀이 고린도전서 13장 7절 말씀이에요. “모든 것을 참으며 모든 것을 믿으며 모든 것을 바라며 모든 것을 견디느니라.” 사랑에 대한 말씀인데, 선한 마음을 가지고 선한 의도로 행동하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게 된다고 생각해요. 믿음으로 행동한 제가 인정받는 것은 곧 하나님께 영광이 되는 거고요.


앞으로 삶은 어땠으면 좋겠는지요?


제가 근무하고 있는 매장을 안전하게, 아무 일 없도록 관리하는 데 최선을 다할 겁니다. 직원들이 안전하고 즐겁게 일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도 제가 할 일이죠. 그러기 위해 직원들과 마음으로 소통하고 그들이 긍정적인 마인드로 일할 수 있도록 격려하려고 노력해요. 그런 매장에서 고객은 안정감과 행복감을 느낄 거고요. 한편, 장애가 있는 분들이 저의 이야기를 듣고 꿈과 희망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저의 취미는 화초 가꾸기예요. 현재 저희 집에는 100여 개의 화초가 자라고 있어요. 이 취미를 좀 더 전문적으로 배우고 싶어요. 화초를 잘 가꾸려면 각 식물의 특성을 알아서 그 특성에 맞게 식재하고 길러야 하거든요. 가드닝을 하다 보면 자연을 창조하신 하나님의 마음을 알게 돼요. 물론 화초가 주는 힐링도 크고요. 


마지막으로 가이드포스트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렇게 지면을 통해서 인사를 드리게 되어 매우 기쁩니다. 코로나19 때문에 매장에서 마스크를 쓰고 8시간 동안 일하다 보면 정말 답답해요. 정말 힘들고 어려운 시기이지만, 이도 곧 지나가겠죠. 그리고 ‘그때 그랬지’ 하는 날이 오겠죠. 다만 힘들고 답답할 때면 하나님을 의지하며 그분께 기도해 보세요. 제가 그랬듯이 큰 힘을 얻을 것입니다. 답답한 이 시기에 여러분에게 하나님이 큰 행복이 되면 좋겠어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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